근대극의 선구자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만년작, 고선웅 각색·연출
절대 고독을 끌어안은 불의 전차 같은 '욘'

서울시극단 욘 포스터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욘 포스터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서울시티=김청월 기자]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서울시극단의 2024 시즌 첫 작품으로 3월 29일부터 4월 21일까지 M씨어터에서 인간의 절대 고독을 주제로 한 연극 <욘, John>을 선보인다. 근대극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헨리크 입센(Henrik Ibsen, 1828~1906)이 만년에 쓴,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 John Gabriel Borkman)이 원작이다. 입센은 노르웨이 태생으로 <사회의 기둥>과 <인형의 집> 등 총 23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당대의 현실을 날이 선 시각으로 바라보며 사회문제를 연극으로 올려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했던 그의 작품은 관객과 비평가들 사이에 그야말로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그의 대표작, <인형의 집>은 근대 여성해방론의 교본처럼 여겨지며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으로 극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 문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서울시극단 예술감독 고선웅의 각색 · 연출로 선보이는 <욘>은 젊은 시절에 누렸던 부와 명예를 한 순간에 잃고 병든 늑대처럼 8년간 칩거해 온 남자 ‘욘’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충돌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고독을 극적으로 그린다. 이 작품에는 권력과 구원, 사랑에 대한 인물들의 상반된 욕망이 무대 위에 뒤섞이며 ‘인간 영혼의 중요성’, ‘자유의지’, ‘인간 삶의 숭고한 목적과 의미’ 등 입센이 그의 드라마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한 주제들이 드러난다. 입센 희곡전집 번역으로 노르웨이 왕실 공로 훈장을 받은 김미혜 명예교수가 드라마트루그로 참여한다. 또한 ‘인형의 집 Part2’의

무대디자인을 맡았던 김종석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그림에서 영감 받은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하는 명배우 이남희와 관록 있는 중견의 정아미, 이주영, 그리고 시극단원 김신기, 정원조, 최나라, 이승우와 신예 엄예지가 출연해 19세기말의 격정 드라마를 연기한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3월29일부터 4월21일까지 공연한다. (공연 시간은 100분.)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노르웨이의 헨리크 입센이 약 130년 전 제기했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여전히 지금 서울의 현실에서도 작동한다.”며, “극 중 강렬하게 등장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 고독의 해방일지가 요즘 젊은 세대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클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선웅 연출은 “8년간의 감방생활, 다시 8년간의 칩거. 그리고 하룻밤의 외출. 질풍과 노도를 겪은 한 남자의 고독과 두 여자의 그림자가 여기 있습니다. 궁금하지 않으신가요?”라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요 등장인물, 왼쪽부터 정아미, 이남희, 이주영 (사진=서울시극단)
주요 등장인물, 왼쪽부터 정아미, 이남희, 이주영 (사진=서울시극단)

[시놉시스] 가난한 광부의 아들에서 은행가로 출세한 욘 보르크만은 사업으로 승승장구하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8년 동안 수감된다. 출옥 후에도 과거의 영광에 매달리며 골방에서 다시 8년을 칩거하는 ‘욘’과 가문의 명예 회복을 위해 아들에게 집착하고 조정하려는 ‘귀닐’, 실패한 옛사랑을 보상받고자 도리어 조카에게 집착하는 ‘엘라’, 그런 모두를 뒤로하고 자유를 찾아 떠나는 아들 ‘엘하르트’, 추운 겨울밤. 자신의 희망이었던 아들이 썰매 방울 소리를 울리며 떠난다.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욘은 마침내 길고 긴 칩거를 끝내고 자신의 이상이 묻힌 눈보라 치는 숲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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