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나전칠공예의 거목, 전성규의 대표작「나전칠 산수문 탁자」기증받아
1937년 조선미술전람회 수상작…현전하는 전성규의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작품
일제강점기 사회사업가 김명오의 소장품을 외손녀 정은덕 여사가 기증

전성규 나전칠 산수문 탁자 도안. 서울공예박물관 (사진제공=서울시)
전성규 나전칠 산수문 탁자 도안. 서울공예박물관 (사진제공=서울시)

[SC시민행정] 서울공예박물관은 근대 시기 천재적인 공예가이자 나전 칠공예의 혁신을 주도한 수곡(水谷) 전성규(全成圭, 1880년 전후~1940년)의 대표작「나전칠 산수문 탁자」를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수곡 전성규는 쇠퇴해가던 조선의 나전 칠공예의 전통을 잇고, 이를 근대적으로 발전시킨 장인이자 교육자·계몽운동가이다. 특히 1925년, 제자 김봉룡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만국 장식미술 및 공업박람회>에 유일한 조선인으로 작품을 출품하여 은상과 동상을 수상하며, 식민지 치하에서도 우리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인 성과를 이뤄내었다.

전성규, 나전칠 산수문 탁자 (사진제공=서울시)
전성규, 나전칠 산수문 탁자 (사진제공=서울시)

이번에 서울공예박물관이 기증받은「나전칠 산수문 탁자」는 전성규가 1937년 제16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출품하여 입선한 작품으로, 현전하는 전성규의 약 10여점 작품 가운데 제작연대가 정확하고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 국내에 전성규의 작품이 매우 희귀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번 기증은 근대공예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학술자료가 되고, 또한 시민들이 한국 근대 나전의 전통과 위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탁자의 상판에는 전성규 특유의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유려한 곡선으로 표현된 산수무늬가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전성규는 1923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수묵화로 입선할 정도로 빼어난 그림 실력을 지니기도 했는데, 이 탁자 위에 그의 그림 솜씨가 여실히 드러나 있다.

전성규, 나전칠 산수문 탁자(개인소장-정은덕) (사진제공=서울시)
전성규, 나전칠 산수문 탁자(개인소장-정은덕) (사진제공=서울시)

또한 이 작품에는 특이하게 나전으로 ‘수곡 전성규(水谷 全成圭)’ 라는 작가의 호와 이름, 그리고 수결(오늘날 서명 혹은 사인) 이 표시되어 있다. 작품에 작가의 이름과 수결을 넣는 것 또한 근대 나전칠공예에서는 처음 보이는 사례로서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을 기증한 정은덕(1947-) 여사는 일제강점기 부산과 목포를 무대로 활동한 실업가이자 사회사업가 김명오(金明五)의 외손녀로, 이 작품은 그의 외조부 김명오가 자택 사랑방에서 오랜 기간 사용하던 작품이다.

한편, 이 작품은 작년 서울공예박물관에서 개최한 기획전시 《나전장의 도안실-그림으로 보는 나전》에서 처음으로 발굴되어 선보인 바 있다. 일반 관람객들은 물론 근대공예 연구자, 나전칠공예 장인과 작가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모았다.

서울공예박물관은 <나전칠 산수문 탁자>의 역사적·미학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고 판단, 전성규의 수제자인 김봉룡의 맏아들 김옥환씨가 작년2023년 박물관에 기증한 전성규의 도안 20여 점과 함께 향후 국가등록문화재로 일괄 등록 신청할 방침이다.

서울공예박물관 김수정 관장은 “100여 년 가까이 잘 간직해온 귀한 작품을 서울시에 기증해주신 정은덕 님의 큰 뜻에 감사드린다” 며 “서울공예박물관은 앞으로도 전성규를 비롯한 근대 나전칠공예 장인과 작가들의 작품과 도안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우리나라 전통공예를 대표하는 나전칠공예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시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