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제에 시도 의회 의장의 '당적 보유 금지'를 제도화하는 것을 검토하자

[SC시민교육] 2월 22일 오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가 세종에서 열린다. 나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으로 총회를 진행할 책임이 있다.

또 오늘 총회에선 서울시교육청이 제기한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아울러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도입 및 안정적 운영을 위한 시도교육청 협의체 업무 협약 체결식도 오늘 총회 기간에 예정돼 있다. IB 도입·운영 시도교육청 협의체 대표인 대구교육감을 비롯해, 서울·인천·전북·충남 교육감이 참석한다. IB가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중요한 계기라는 인식은 보수와 진보, 여와 야가 공유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IB 도입 및 운영에 대해 적극적이다.

이처럼 중요한 행사에 나는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선출직 교육감으로서 서울 시민 앞에 부끄럽고 송구한 마음이다. 오늘 총회 일정은 지난해 11월에 결정됐다. 3개월 전에 잡힌 일정인데 나는 왜 불참하게 됐는가.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 동안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한 서울시의원들의 시정 질의가 있다. 그리고 총회가 예정돼 있는 오늘은 교육감을 상대로 한 시정 질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오늘 오전에 시의회에 참석한 뒤 곧 이석할 수 있도록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에게 요청했다. 하지만 김현기 의장은 이석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의회 일정은 지난해 12월에 확정됐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일정이 잡히고 한 달이 지난 뒤다. 즉 시의회 일정을 고려하여 총회 일정을 잡기란 불가능했다. 교육감이 고의로 시의회 출석을 기피한 게 아니다.

현행 지방자치법 51조, 시행령 54조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에 질문을 하거나 안건의 심의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출석을 요구할 수 있으며 출석요구를 받은 공무원은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 후 출석하지 않거나 대리출석 하게 할 수 있다.

더구나 나는 총회가 목요일-금요일인데, 금요일 일정은 포기하고, 목요일 총회 일정만 소화하고 서울로 돌아와서 의회에 참석하는 식으로 계획을 했다.

실제로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외부 일정을 이유로 시의회 일정 중 이석을 요청한 사례가 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으로서 총회를 진행해야 하며, 다른 교육감들과 함께 IB 협약식에 참석해야 하는 나의 이석 요청은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가. 이에 대해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이미 제출한 이석 요청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하고, 거기에 의장실을 직접 방문하여 요청하라고 한다. 결국 왜 자신에게 와서 사정하지 않는가하는 것이다.

이는 김현기 의장 개인의 과도한 행위라고 본다. 서울교육행정의 발목을 잡는 폭거에 가까운 행위다. 단지 교육감 개인의 분노가 아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 IB협약식 등 중요 일정에 예기치 않은 혼선이 생기면, 그 피해는 교육 공동체 전체에게 돌아간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석 가운데 약 3분의 2가 국민의힘 소속이다. 11대 서울시의회 출범 이후 서울시교육청과 다양한 갈등이 빚어졌다. 교육청이 제출한 예산에서 5688억 원을 무차별 삭감하기도 했다. 심지어 시의회 의장이 교육감의 시정연설문을 미리 열람한 뒤 특정 내용의 삭제를 요구하는 이른바 '사전검열'이라고 하는 논란까지도 있었다. 최근에는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 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의 의회 구성은 시민의 뜻이며 행정부는 의회에 대해 존중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행정부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비판은 의회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의회의 철저한 감시가 있어야 행정이 올바로 이뤄진다.

하지만 꼭 필요한 행정 행위까지 가로막는다면, 이는 의회의 정당한 역할에서 크게 벗어난 일이다. 상식과 관행에 따라 협력할 수 있는 사안마저 소모적인 갈등으로 몰아간다면, 명백한 잘못이다. 오늘의 이석 요청은 상식과 관행에 비춰볼 때 당연히 받아들여져야 마땅했다고 판단한다. 의장실로 직접 방문해서 요청해야 하고 아니면 안 된다, 이건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서울시의회가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면, 의회의 결정은 권위를 지니기 어렵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서울시장에 대해 우호적이고 협력적이었던 의회가 서울시교육감에 대해선 비판적이고 공격적이다. 심지어 교육감은 정당 소속이 아님에도 그렇다. 더구나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는 목요일과 금요일 양일 간에 이루어진다. 나는 의회를 존중해서, 금요일 탐방프로그램 등은 불참하고, 목요일만 참석을 하려고 신청을 했었는데도 그렇다.

사실 여의도 국회와 서울시 의회는 최근의 경험으로 보면, 의장의 역할이 정반대이다. 국회에서는 여야의 갈등이 일상적으로 있고, 의장은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 그래서 국회의장이 되면 당적을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서울시 의회에서는 의장이 때로는 갈등의 주체가 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에서 차제에 이 원칙이 성립되도록 국회에서 논의를 해주기를 요구한다. 즉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시도의회 의장이 당적을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중재적 역할을 더많이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소망도 가져본다. 차제에, 국회법 20조에 따라 국회의장이 당적보유를 하지 않는 조항을 원용해서, 시도 의회 의장도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논의해보자.

물론 과거 민주당 소속 의원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던 시절에는 반대의 논란이 있었다. 당시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매우 공격적이었다. 어느 회의에선, 시장에게 답변 기회를 주지 않고 다그치기만 해서 오 시장이 의회에서 퇴장한 일도 있었다. 당시 민주당은 오 시장의 행위에 대해 ‘의회 경시’라며 비판했고, 조례로 이를 제한하기도 했다.

그리고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공격과 수비가 바뀌었다. 이번에는 국민의힘이 과거 자신들이 비판했던 민주당의 행태를 따라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은 끊어져야 한다. 의회 운영과 관련하여, 나는 의원들이 최대한 날카롭게 질의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행정부의 답변 및 해명 기회 역시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정치적 진영과 관계없는 원칙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단체장이라고 해도, 답변 및 해명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면, 이는 잘못이다. 또 나와 생각이 다른 의원 역시 날카로운 비판의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내가 줄곧 '공존의 교육, 공존의 사회'를 이야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라 안팎에서 양극화와 적대가 심화하고 있다. 정치가 ‘집단 패싸움’이 돼 간다고 한탄하는 이들도 많다. 우리 학생들의 보다 나은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래서는 안 된다. 설령 생각과 입장이 달라도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에서 역지사지를 해야 한다. 그렇게 ‘공존의 의회, 공존의 정치’가 이뤄지길 바란다.

시의회 의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교육감의 이석 요청을 거부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적대적 진영논리가 계속 증폭되는 악순환이 깨지지 않는 의회 현실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 한발 더 나아가 분노를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공존의 의회, 공존의 정치’를 향한 더 뜨거운 열망을 안고 오늘 의회에서 머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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