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말하게 해다오

- 양여천 시인

 

너를 말하게 해다오

우리는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항해자는 아니다
우리는 섬을 향해 날아갈 수 있는 새도 아니다
우리는 빼앗긴 것을 찾아오려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잃어버린 것을 찾아오려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의 바다 위에 살고
그 바다 위에 있는 한 개의 섬이
우리의 품 안에 항상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너는 가기도 쉽지 않고 오라고 손을 내밀지도 않는다
아무 때나 갈 수 없고 오히려 한없이 밀어내기만 하는 
그 파도와 폭풍우를 지나
그곳에는 항상 네가 있었다

한없이 신령하고 고고한 두 개의 바위산
그 누가 너를 쉽게 가질 수 있었을까?

그저 우리는 언제나 눈뜨면 그곳에 있는 우리의 손과 발
새끼발가락 하나 없어도 아파서 걷지 못할 것처럼
우리의 발끝에는 항상 네가 있고
우리의 바다 끝에는 네가 있다

우리는 우리의 바다를 지나 너에게 간다
우리는 우리의 영혼을 노래할 자유와 권리가 있다
우리는 우리가 그리는 미래를 너에게 줄 힘이 있다
우리에겐 펜과 붓과 활이 있다

너는 그저 우리가 가지고 있는 3348개의 섬 
그중에 하나일 뿐이다
언제라도 배를 띄울 수 있는 우리의 바다
세 곳의 바다 중에서도, 
항해의 마지막에는 꼭 갈 수 있는
너의 앞에 바다가, 너의 뒤에 있는 바다가
다 우리의 원고지이고 캔버스이며 춤추고 노래할 수 있는 무대일 뿐이다

우리가 너를 말할 때
우리가 너를 그릴 때
우리가 너를 노래할 때
당연하게 우리의 땅 '독도'라고 
말할 수 있게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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