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심리치료사
김선희 심리치료사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여러 가지 결정을 한다. 그것이 맞을 때도 있지만 틀릴 때도 있다. 귀인은 특정한 행동이 발생을 추론하는 것을 뜻한다. 관찰자가 다른 이들의 행동을 상황 요인들을 고려해서 판단하고 설명하기보다는 행동하는 사람의 기질적이고 내적인 요인들의 영향을 받아 크게 평가하는 것을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 한다. 사회심리학자인 ‘리 로스(Lee Ross)’가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사회 심리학적 현상이라 말하며 이름을 붙였다.

성급하게 귀인의 총을 뽑아 드는 것이다

  기본적인 귀인 오류는 어떠한 상황에서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는다. 범위를 좁혀 몇 가지 특징만으로 만족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 행동의 원인을 그 사람의 성격, 능력, 동기 태도, 신념 등으로 돌리는 것이다. 상황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며 타인을 설명할 때 이 현상이 더 많이 관찰된다. A는 B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에 5시까지 도착했다. B는 과거 약속장소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을 알고 10분 전에 나왔다. 하지만 오는 도중 사고가 나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A는 늦게 온 B에 ‘집에서 조금 더 일찍 나왔어야지’ 반응한다. 이것이 기본적 귀인 오류에 해당한다. 상황적 요인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평소에 B라는 사람을 게으른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이와 같은 반응이 나온다. 귀인은 관찰할 수 있는 행동을 바탕으로 행동의 원인을 추론하는 것을 말한다. 행동의 이유를 상황적인 것으로 보는 것을 상황적 귀인이라 한다. 반대로 개인의 내적인 면이나 기질적인 측면으로 보는 것을 기질적 귀인이라 한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 중 ‘그 사람이 그럴 줄 알았어’다. 어떤 상황 때문에 실패할 수 있는데 원인을 무조건 그 사람에게 돌린다. 상황과 상관없이 그 사람을 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절박한 상황 혹은 판단을 잘못했을 수 있다는 것을 배제한다. 무조건 개인의 특성 탓으로만 돌린다. 자신에게는 상황적 귀인을 타인에게는 기질적인 귀인을 주로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내 문제는 세상, 상황으로 돌리고 타인의 문제는 그 사람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귀인을 하는 것은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다. 어떠한 일이 생기면 원인을 찾아야 앞으로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귀인은 진실을 찾고 올바른 방향이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인간의 판단과정이 합리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기본적인 귀인 오류는 인간의 판단과정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합리적이지 않은 오류에 빠지는 것일까? 타인을 볼 때 행동하는 사람을 먼저 본다. 환경은 잘 보이지 않고 모호하다. 낯선 사람일수록 더하다. 하지만 자신이 행동할 때는 자신의 환경이 잘 보인다. 또한 자신과 친한 사람에게는 환경적인 상황을 먼저 고려해준다. A라는 친구가 늦었을 때 C는 화를 낸다. ‘조금 일찍 나오지 그랬어’ 라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다. B는 A라는 친구와 친밀함이 있고 약속 시간에 늦은 이유가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A친구의 상황을 고려해준 것이다. 원인이나 책임을 누군가에게 돌리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행동의 원인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는 잘못된 귀인으로 나타난다. 타인의 행동이나 자신의 행동 모두 객관적 사실과 정확한 정보로 판단해야 한다는 말이다. 

  TV 속 드라마의 주인공 혹은 주변 인물들에 대한 귀인 오류가 나타나기도 한다. 드라마 속의 역할은 배우가 주어진 배역에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로 인해 곤욕을 겪는 배우들이 있다. 드라마 속의 인물과 배우의 성격이 실제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어떤 배우는 악역만 하다 보니 식당에 갔을 때 문전박대당하거나 길에서 욕을 먹은 적도 있다고 한다. 기본적인 귀인 오류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타인에 대해 크게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상황적인 것을 고려하다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냥 ‘제는 원래 저래’ 해버리면 딱히 고민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건 타인과 혹은 자신에 대한 기준이 달라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만 적용되는 관용적인 태도를 타인에게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의 갈등은 필연적일 수 있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달라진다. ‘내로남불’이 아니라 나와 타인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서울시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