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재미, 공감" 이나 "위로, 위안을 주는" 책의 유행에서 순수 문학의 방향으로 독서의 유행이 진화

성냥개비 / 양여천 시인 / 바른북스 / 120페이지 / 판매처 : 교보문고, 영풍문과, YES24,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서점
성냥개비 / 양여천 시인 / 바른북스 / 120페이지 / 판매처 : 교보문고, 영풍문과, YES24,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서점

 

8~90년대를 살았던 세대와 그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MZ세대에게 "8~90년대의 문화에 대한 향수"라고 하는 건 비록 방향은 달라도 문화주기론과 같은 이론에 따라 "복고풍"이라는 타이틀 하에 유행으로 반복되고 있다.

'보는 것에 대한 관심'이 유튜브 -> 인스타그램 -> 릴스와 같은 SNS의 유행 흐름이 있다'고 한다면, 다음 문화 현상의 유행에는 어떠한 것이 오게 될 것인가?

이것에 대해 한 흥미로운 분석을 살펴보면,

"문화현상에서는 결국 수준이 낮은 것, 짧고 즉흥적인 흥미를 줄 수 있는 것들이 반짝하고 유행을 하다가도 그것에 대한 흥미는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그에 대한 반발 심리로 깊이 있고, 보다 고급진 소비 형태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는 것" 이다.

이것은 이미 아주 오래된 고대에서부터 반복되어졌던 문화 현상으로, 고대 로마나 중국의 청나라에서 무력으로 지배는 했을지 몰라도 결국 지배층의 그리스 문화, 중국 당송 시대의 문화에 대한 애정으로 문화적 지배를 당했던 사례를 통해 지켜볼 수 있는 것이다.

이와같은 형태를 지금 시대의 한국, 독서 문화에 대한 것으로 옮겨놓게 되면.

8~90년대 국내 독서 문화계에는, 흔히 말하는 '문학소녀'의 감수성이 지배적이었다. 해외 문학에서는 헤르만 헤세, 앙드레 지드와 같은 '여심을 사로잡는 감수성'을 가진 책들이 서가를 장식했으며, 그런 와중에 혜성과 같이 나타난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는 순식간에 출판계를 강타한 책 - 시집 베스트 셀러에 등극하는 놀라운 효과를 이루어내었다.

시집 "홀로서기"의 성공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 그때에도 지금에도 문학 - 시집의 판매 부수는 매우 저조하다고 보는 것이 출판계의 분석인데, 교과서에 실린 시인의 글도 아닌 개인 시집이 단독으로 300만 부수 이상을 기록하였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는 많은 문학소녀들의 편지에서 필사되었고 인용되어졌으며, 근래에 성추문 사건으로 퇴출되기 전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책이 되었다. (고은 시인과 함께 서정윤 시인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은 문학계의 매우 암울한 뒷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술, 문학, 스포츠의 현장에서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계도가 필요하겠다.)

이러한 성공은 그 이후로도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 이해인 수녀의 "민들레 영토"와 같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는 시인들이 성공적으로 등장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90년대 이후 2000년대에는 조금은 결이 다르지만, 명상-치유와 관련한 서적들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그 중심에 류시화 시인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과 같은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0년대 이후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발달을 하게 되면서, '짧은 문구 속에 재치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하상욱의 글들이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이것은 그 이전에 있었던 원태연과 같은 이의 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기자가 이들에게 '시인'이라는 칭호를 줄 수 없는 것은 이들이 정식으로 시인이 되는 길인 '신춘문예'와 같은 등단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작가 본인 역시 인터뷰에서 '시인'이라고 자칭하지 않았기에 이와 같이 정의하는 것에 양해를 구한다.)

대중들의 관심사, 대중들에게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 시집이라고 놓는 것을 분석하면서, 안타까운 한 부분은 적어도 하상욱, 원태연과 같은 이들의 책을 문학이라고 하기에는 그들 스스로부터 '문학'이라 칭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8~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 서정윤-도종환-이해인-류시화와 같은 시인들은 기성 문단에 당당히 등단한 시인들이었다. 그들의 시집이 문단의 한 편에서는 '한국 문학의 발전'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을만큼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문단의 평가도 없지는 않지만. 적어도 기성 문단에는 속한 이들이기에 '문학'이라는 범주에 넣기에 아쉬움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현재의 베스트셀러인 '풀꽃'의 시인, 나태주 시인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 문학의 족적에 큰 발자욱을 찍은 시인이라 한다면, '안개'의 시인 기형도, '사평역에서'의 시인 곽재구와 같은 시인들이 꼭 들어가겠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그 이름이 낯선 시인이라는 것. 이와 같은 점들이 현재 문단이 가지고 있는 큰 딜레마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현재의 문학계 흐름 속에서, 신간 시집으로 양여천 시인의 "성냥개비"라는 시집이 출간이 되었다.

이 시집은 시인 스스로가, 아주 대단한 문학적 성과라고도, 어려운 문학이라고도 하지 않는. 매우 대중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들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시, 그러면서도 문학적인 언어의 실험이라는 끈을 놓지 않는. 시집이라고 한다.

한국 문학의 현주소에 있어, '흥미와 재미, 재치로 만들어진 글'과 '위로가 필요한 글'들이 서점의 마케팅에 있어 맨 앞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이와같은 시집이 어떤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제 글을 읽는 재미가 더더욱 깊어져 갈 수 있는 '책을 많이 읽는' 이들이 늘어가는 시대적 흐름을 보면서. '흥미와 재미, 공감'이라는 소재로 책을 읽기 시작했던 독자들이 더 많은 책을 보고자 할 때. 수많은 양서들이 있겠지만 그들에게 다양한 글읽기의 재미를 제공할 수 있는.

양여천 시인의 신간, "성냥개비" 시집을 한 번 읽어보기를. 그리고 그것이 당신의 가슴을 환하게 밝혀 주는 어떤 불꽃을 또 다른 이에게 옮겨줄 수 있을 것인지. 독자들의 판단을 기대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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