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심리치료사
김선희 심리치료사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은 피할 수 없거나 극복할 수 없는 정도의 부정적인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나타난다. 이때 어떠한 시도나 노력이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기력해지고 포기해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학습된 무기력은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이 회피 학습을 동물 대상으로 공포의 조건 형성을 연구하다가 발견해서 만든 용어다. 그는 개에 대한 실험 연구를 진행했으며, 전기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자에 가두었던 개는 다른 방법으로 자극을 회피했다. 반면 벗어날 수 없는 상자의 개는 충격을 피할 수도 있지만 웅크린 채로 자극을 받아들였다. 현재 상황인 전기충격에서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 상자의 개는 무기력이 학습된 것이다.

사건에 대해 잘못 해석하고 잘못된 생각을 가지면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

실패나 좌절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나면 무기력해진다. 아무리 무엇을 해도 안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빠져나올 수 없는 욕조에 쥐를 가둔다. 쥐는 여러 번 탈출 시도를 하지만 현실을 깨닫고 포기한다. 실패의 경험은 습관적으로 자신에게 부정적인 언어들을 내뱉게 만든다. ‘나는 역시 안돼, 내가 그렇지 뭐, 나는 도대체 왜 이럴까’ 등의 생각은 자신을 우울하게 만든다. 사건에 대해 내가 어떤 식으로 해석하고 믿음을 갖느냐에 따라 결과는 확연히 달라진다. ‘조금만 더 노력해보자, 실패할 수 있어. 다시 일어서면 돼, 나만 그런 거 아니야. 다른 사람도 그런 경우 많아. ’ 등으로 바꿔서 생각한다면 결과는 당연히 달라진다. 학습된 무기력은 사건에 대해 잘못된 해석으로 발생 된다. 바로 ‘해도 안된다는 생각’ 비관적인 해석은 비관적 결과를 낳게 된다.

마틴 셀리그만은 무기력을 학습할 수 있듯 긍정적인 생각도 학습할 수 있다고 했다. 내 행동에 대해 일단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각을 무조건 믿기보다는 한 번 멈춰서 내 생각에 대한 오류를 찾는다. 무기력을 학습하게 되면 제한된 생각에 갇힌다. 확장적 사고가 어렵고 인지적으로 왜곡시키게 된다. ‘나는 절대 할 수 없어’라는 생각에 대해 진짜 절대 할 수 없는 일인지 의심해 보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절대적이지 않다. 할 수 없는 이유와 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보자.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생각하는 뇌가 있다는 것이다. 한번 빠진 무기력은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타인과의 관계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 생활이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며 여러 상황에서 부정적으로만 바라본다. 이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현상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인지부조화 현상은 기존 생각과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개인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편한 경험 등을 말한다.

작은 성취의 경험을 통해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하자

학습된 무기력의 원인은 자신의 행동이 미래에 일어날 결과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특히나 피할 수 없는 혐오적 사건을 경험했을 때 나타난다. 자신의 행동과 결과 사이에 상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보를 학습하게 된다. 자신의 삶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타자 중심이 아닌 자아 중심으로 삶을 살아야 무기력하지 않다. 과거의 경험에 매이면 안 된다. 현재를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심한 충격을 받은 경험으로 인해 현재에 대해 왜곡돼서 해석할 수 있다. 새로운 정보를 보려 하지 않고 이미 경험한 것만이 진실로 받아들인다. 이런 습관은 꼭 변화시켜야 한다.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면 극복해야 한다. 누군가와 비교당했거나 스스로 비교하는 행동은 좋지 않다. 열등감이라는 감정이 분노하면 노력하자는 생각보다는 무력감으로 표현하게 된다. ‘어차피 해봤자’라는 생각은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다. 무기력이 쌓여 무력감을 만든다. 성취했던 경험을 떠올리고 그때의 기분을 느껴보자. 만약 기억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부터 경험하면 된다. 경험을 떠올렸다면 앞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자유롭게 나열해 보자. 쉽고 소소한 것부터 시작하자. 작은 성취 경험은 대단히 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산책, 요리, 청소, 장보기, 음악 듣기, 책 보기 등, 오늘 내가 책의 3분의 1을 읽는 것을 정하고 성공하면 그것도 성취감이다. 지금부터 당장 작은 성취감의 리스트를 적어보는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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