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회 칼럼니스트
허정회 칼럼니스트

바야흐로 반려의 시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19년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26%, 인구는 약 15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올 하반기 인구주택총조사 때 반려동물 양육 실태도 포함시킨다고 한다. 이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이유는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이다. 그 중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동반자 역할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어렸을 때 데비(Debby)라고 불렀던 폭스테리어를 길렀다. 데비는 원산지가 영국인 사냥개로 아주 영민하고 용맹했다. 덩치는 진돗개 정도로 크지 않지만 당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불독, 도벨만, 세퍼드 등 맹견과도 맞붙어 이길 정도로 싸움에 능했다. 달리기를 좋아했던 데비는 우리 4형제의 둘도 없는 친구였다. 추운 겨울에는 개집 안팎으로 가마니를 씌우고, 앞문에도 거적으로 문을 달아 추위로부터 보호했다. 데비는 수컷이었지만 세월이 지나 2세 리자(Lisa)가 새끼를 날 때는 집 창고를 깨끗하게 정리한 후 그곳에 자리를 깔고 행여 낳은 새끼를 밟지 않도록 낮은 도수의 전구로 조명을 해줬다. 우리 소년 시절을 함께 했던 데비는 12살 먹던 해, 우리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듯 홀연히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데비는 우리 식구였고, 떠난 지 50년 가까이 된 지금도 우리들 뇌리에 진하게 남아있다. 

  동물을 좋아했던 필자는 집 마당에 우리를 만들어 개와 고양이를 함께 기르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같이 자라선지 이들은 싸우지 않고 형제처럼 지냈다. 생선을 좋아했던 고양이를 위해 시장 생선가게에서 버린 생선 머리, 뼈 등을 얻어와 먹이곤 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건 고양이는 밤만 되면 바닥 땅을 파 어떻게든 우리를 빠져나가려 했다. 야행성 동물이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를 한 축사에서 기른 건 아직도 어렸을 때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렇게 동물을 좋아했건만 아파트 생활을 하고서는 기르지 않았다. 아파트 같이 폐쇄된 공간은 동물복지를 위해서도,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도 안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양육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것도 기르지 않고 있는 이유다. 강아지 입양비, 사료비, 건강관리비, 미용비, 마지막 장례비까지. 또 여행 갈 때는 며칠 일시적으로 맡아줄 지인이나 동물병원 등에 맡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공동주택에 사는 이웃과 마찰을 피하기 위해 성대 수술을 한다든가, 새끼를 낳지 못하도록 중성화 수술을 하는 등 차마 인간이 하지 못할 짓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 반려견을 먼저 보내고 난 후 상실감, 우울증을 겪는 것도 큰 문제다. 심지어는 가족과 다름없이 애지중지하며 기르던 것을 하루아침에 내다버리기까지 한다. 올 들어 버리거나 잃어버린 반려동물이 8만 마리나 된다고 한다.

  이들 대신 필자는 반려식물을 기른다. 햇볕 잘 드는 아파트 거실에 콩고, 셀렘, 행복나무, 아이비, 홍페페, 커피나무, 파초일엽, 안시리움, 게발 선인장, 멜라니 고무나무, 금사철, 장미허브, 홍콩야자 등과 함께 산다. 이들은 반려동물처럼 관리비가 많이 안 들고, 귀찮게 안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성과 사랑으로 물을 주고, 가끔 비료와 분갈이를 하면 끝이다. 이들은 실내 산소 공급원이 되고, 공기를 정화하고, 좋은 향을 내뿜기도 하는 등 건강에 유익하다. 

  최근에는 반려어를 집에 들였다. 50cm 길이 어항에 머리가 빨간 금붕어종인 단정(丹頂) 7마리를 기르고 있다. 이 일곱 마리 이름은 빨,주,노,초,파,남,보다. 반려어는 반려식물과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매일 아침 7시, 먹을 시간이 되면 평소에는 수조 밑에서 놀다가 어느 틈엔가 물 위로 떠올라 먹이를 달라고 한다. 어떻게 하루 좁쌀만 한 사료 5개를 먹고 24시간 자지도 않고 물에서 노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반려견도, 반려묘도, 반려식물도, 반려어도 심지어 반려곤충 중 어느 것도 좋다. 마음에 맞는 반려동식물과 함께 사는 건 현대인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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