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칼럼니스트
김선희 칼럼니스트

부정적인 상황이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자기 스스로 우호적으로 바라보며 이해하는 것을 자기 자비(self-compasssion)라 한다. 자신을 비난 혹은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따뜻하게 수용해 주는 마음이다. 인간의 삶의 방식이나 관점, 기준은 다르다. 타인과 비교하며 마치 그것이 전부 인 냥 자신을 괴롭히는 행동은 건강하지 못하다. 혹은 방어적인 태도로 타인을 비난하는 일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자기 자비는 개발이 가능하며 자신에게 보다 진정성 있게 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자비(慈悲)라는 말은 원래 불교 용어로 윤리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다. 본질 적으로 자비는 이타적 태도로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기 자비는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가 연구하였고 자존감의 대안 개념으로 ‘자비’에서 파생 되었다. 자비의 ‘compassion’의 사전적 정의는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동정이나 연민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다. 어원을 보면 라틴어의 ‘compati’에서 나왔고 ‘함께(com), 고통(pati)’을 의미한다. 

무조건적 수용이라는 단어가 뭐든 허용된다는 말은 아니다 
  
 자기 자비에서 말하는 세 가지 행동 양식이 있다. 하나는 ‘자기 친절’로 우리가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실패를 경험 할 때, 자기 비판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너그럽게 대해 주는 것이다. 자기 비판적인 사람들은 부정편향(negativity)이 강하며 부정적인 경험을 실제보다 더 과장하여 생각한다. 누구나 완벽한 존재는 없다. 무조건적 수용이라는 것은 뭐든 다 허용된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 힘들지만 이 순간 나를 어떻게 돌보고 안정적으로 해줄 수 있을까?’ 자신의 실패에 직면 했을 때 호의적으로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나 실패를 할 수 있고 존재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기에 성숙하게 나아갈 수 있다.
  다음은 ‘보편적 인간성’이다. 누구나 실패나 고통을 경험하며 피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모두 보편적으로 비슷한 경험을 한다. ‘왜 나만 이런 일이’라고 말하며 혼자 고립시킬 필요는 없다. 상황과 사건, 크기의 고통은 다를 수 있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기에 나에게만 특별하게 의미를 부여시킬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마지막은 요즘 가장 많이 나오는 ‘마음 챙김’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감정을 크게 부풀릴 필요 없이 잠시 멈춰서 스스로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쉽게 말해, 비 판단적이고 수용적인 마음 상태로 생각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억압하거나 부정하려 하지 않고 자기 친절이 자기합리화나 자기 동정으로 이어가지 않도록 도와준다. 

 자기 자비가 높을수록 자신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강하게 나타난다. 스스로에 게 진정성을 가지고 대하기에 동기부여와 개선의 욕구가 나타난다. 자기 자비는 자신의 성격과 가치에 맞는 역할을 찾도록 도와준다. 자신에게 친절하고 이해심을 갖고 있기에 스스로 평가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며 사회적 불인정으로 인한 두려움에 맞설 수 있다. 

자기자비와 자존감은 조금 다르다. 자기 자비가 낮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의 특징은 주변사람들을 깎아내리고 이용한다. 자신의 이익이나 성과를 위해 타인을 착취하기도 한다. 자신에 대한 자비가 없다 보니 오롯이 성공이나 실패로 평가가 흔들리기에 주변 사람들을 희생시켜서라도 자존감이라도 유지하려고 한다. 이들은 결코 협동적이지도 우호적이지도 않다. 대인관계에서 타인과 갈등이 잦고 공감 능력이 결여 되어 역지사지가 어렵다. 자기 자비는 외적인 상황에 의존하지 않고 늘 유지될 수 있다. 자존감보다 더 큰 정서적 탄력성(emotional resilience)을 지녔기에 좋은 자기 이해를 부르고 온화하게 스스로를 인식한다. 

  유독 한국 사람들이 자기 자비가 약하다. 늘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환경이 경제력이나 학력, 외모에만 중심을 두고 가치를 매기다 보니 스스로 돌봄 틈이 없다. 미국의 한 교수가 미국학생과 한국학생의 차이점에 대해 서양의 문화는 스스로 과대평가가 하는 반면에 동양의 문화는 과소평가한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은 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만족감보다는 완벽하기를 바라는 한국문화에 길들여져 있다.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더 노력하고 더 잘해야 하기에 자기를 돌보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늘 남에게 뒤처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고군분투한다. 사회에서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타인, 가족, 지인들에게는 친절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니 자신에게 친절하면 이기적이라 생각한다. 네프(Nelf)교수는 자기 자비에 대해 정말로 좋아하는 친구가 곤경에 처해 그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위로의 말이나 행동을 자기 자신에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을 위로하고 수용하는 것에 야박하게 굴지 말자. 자신을 먼저 사랑할 수 있어야 타인도 진정성 있게 공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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