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칼럼니스트
김선희 칼럼니스트

범죄학 이론에 1960년대에 등장한 ‘낙인이론(labeling theory)’에서 유래되었다. 사회제도나 규범을 근거로 특정인을 일탈자로 인식하기 시작하면 결국은 범죄인이 된다는 이론이다. 한번 부정적인 낙인이 찍힌 사람이 실제로 그렇게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쉽게 말해, 어떤 사람이 실수를 했을 때 ‘저 사람은 매일 실수하는 사람이야’ 라고 낙인을 찍어버리면 그 사람을 볼 때 늘 실수하는 사람이라는 신념이 생기고 부정적인 결론을 도출하게 되는 것이다. 낙인효과를 ‘스티그마 효과’라고도 부르며 스티그마는 본래 철로 만들어진 인두를 뜻한다. 불에 빨갛게 달구어 가축에 몸에 찍음으로서 주인이 누군지 구분할 때 사용되는 것이다. 

낙인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스스로 낙인에 맞춰 살게 된다
  
  한번 낙인의 대상이 되면 스스로 낙인에 맞추어 살게 된다. 타인에 의한 평가와 그것의 확대로 인해 낙인찍힌 대로 생활태도를 변경해서 아예 그런 삶을 받아들인다. 낙인에 걸 맞는 사람이 되고 당당하지 못하거나 위축된 상태의 자아를 형성하고 살아간다. 부정적 인식은 사회 전반적으로 공유되며 완전히 뿌리박혀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한다.

  국제멘사협회는 IQ 148이상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다. 빅터 세리브리아코프(Vitor Serebriakoff)의 멘사회원이고 회장까지 했었다. 그런 그는 학창시절 말이 어눌하고 더듬는 것으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빅터에게 IQ가 73이라고 선생님이 말하면서 그 후부터 아이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괴로움에 빅터는 학교를 그만두고 아버지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된다. 그렇게 17년을 바보처럼 살다가 군 입대를 앞두고 지능검사를 했는데 IQ 161이 나온다. 빅터는 자신이 바보가 아니라 천재라는 것을 알고 그렇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빅터는 최고의 천재를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어려운 수학문제를 아주 쉽게 풀게 된다. 그리고는 특채로 회사에 입사를 한다. 빅터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은 지능검사에서 IQ 173이 나왔지만 말도 어눌했던 그가 173이 절대 아니라 생각한다. 그리고 오타가 난 것이라고 믿고 숫자 1을 지우고 IQ73으로 낙인을 찍은 것이다. 빅터가 그 후에 IQ 검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그는 계속 바보로 살아야 했을 것이다. 자신이 천재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낙인은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낙인이 가장 많이 보이는 곳이 아무래도 학교일 것이다. 학교적응이나 공부를 잘하지 못하면 ‘공부를 하지 못하는 애’, ‘ 학교 부적응자’ 로 낙인을 찍는다. 특히나 잘못을 저지른 아이에게 ‘너는 문제아’ 라고 지속적으로 부정적 자극을 준다. 어차피 한번 안 좋게 찍히면 아무리 잘해도 선생님들 눈에는 좋게 보일 리가 없다. 가끔 아이가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도 몰아가기도 한다. ‘너 아니면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없어’ 등 말이다. 부정적 자극에 노출된 아이들은 커서 문제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게 되고 평생 그렇게 살게 된다. 어차피 찍힌 사람이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믿는다. 
  우리의 뇌는 긍정적인 것 보다 부정적인 것에 더 취약하다. 필자가 만난 초등학생 아이는 자신은 돌 머리고 그래서 공부를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머리가 나쁘고 공부를 못하는 아이로 낙인찍어 버렸다. 평생 그 아이는 공부를 못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의 눈에 비추어진 것으로 본다. 사회학자 쿨리(Charles Horton cooley)가 말하는 ‘영상 자아(Looking-glass self)’다. 타인의 언어를 자신의 거울에 비추어진 것으로 이해해버린다. 필터링 없이 믿는다. 일상적인 한마디 한마디로 문제아를 만들기도 하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지금도 사회에 존재하는 ‘낙인효과’와 ‘마녀사냥’

  15세기 초부터 산발적으로 시작된 ‘마녀사냥’은 낙인이론과 매우 유사하다. 16세기 ~ 17세기 전성기였고 당시 유럽 사회는 악마적 마법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처음에는 희생자의 수도 적었지만 세속법정이 마녀사냥을 주관하게 되면서 광기가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과 사회를 파괴한다는 마법사와 마녀를 처단하기 위한 행위는 지속되었고 북프랑스 지방에서는 3백여 명 중에 반 이상이 처형당했다. 공동체의 희생양으로 지목된 사람들에 대해 심판이 이루어졌다. 공포심을 자극하는 심문과 혹독한 고문으로 자백을 하게 만든다. 18세기이후에 계몽사상으로 공공연한 마녀사냥은 사라졌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희생양은 늘 필요했고 마녀사냥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때로는 낙인찍힌 사람만이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오히려 지극히 정상이라고 믿으며 낙인을 찍는 주체들이 어쩌면 더 병든 사람일 수 있다. 인간은 서로 유사한 본성이 있으며 나와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려는 경향이 있다.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본 다면 상대방을 낙인찍으려고 할 것이다. 본인이 정말 건강하다면 마녀사냥을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 일탈행동이나 실수는 객관적이 아니라 누가 어떻게 규정하고 인식하느냐에 따라 부정 혹은 긍정이 될 수 있다.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무조건 옳지 않다. 왜곡된 신념이나 부정적인 판단으로 타인을 희생시키거나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 자신도 언제든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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