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수 개월 차로 접어들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무기력 증세나 우울감으로 병원이나 심리상담치료실을 찾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혹여 감염이 될까 예민해지고 알바도, 직장도 잃게 되어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며 마음 속에서 홀로 싸우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전에도 한국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는 국가였다. 과거와는 달리 극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국민 전반적으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질환이라는 시선으로의 확대가 이루어지면서, 최근에는 적극적인 개선법을 모색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정신건강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순천을 중심으로 전남 동부권역에서 심리상담과 트라우마 치료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해오름가족건강연구소’의 이혜경 박사는 “모든 질병이 그렇겠지만, 특히나 정신 관련 질병의 경우 스스로의 통찰과 자신을 믿는 그 믿음 안에서 그 힘이 발휘된다”라며, 치료자만 믿고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서지만 “정신건강의 회복과 치유를 위하여 디딤돌을 딛고 건너는 사람은 내담자 자신이며, 해오름은 그가 디딤돌을 잘 건널 수 있도록 허브역할을 하는 기관”이라고 센터를 소개했다.

(사진. 해오름가족건강연구소 이혜경 소장)
(사진. 해오름가족건강연구소 이혜경 소장)

해오름가족건강연구소 소개를 부탁한다.

전남 순천에 위치한 심리상담센터, 해오름가족건강연구소는 2006년 설립하여, 아동청소년 및 성인 심리상담과 학교 및 기관의 강의, 워크샵, 가족캠프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한 가정과 사회환경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전문심리상담기관이다.

상담전문기관을 이곳, 전남 순천에 설립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이곳 전남 동부권역에도 타 지역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경제구조 및 그 특성상, 부부 및 가족 문제로 인한 가족 갈등이 다소 많은 편이다.

이혼 위기가정이나 알콜의존, 갑작스런 심리적 외상 및 자녀 양육 문제, 사회적 환경과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한 전반적인 역기능적 가족의 상담과 불편한 증상을 없애는 것이 심리상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센터 운영을 하며 대학에서 정신건강간호학을 가르치기 전에는 젊은 시절 정신과 병동에서 근무했는데 아동청소년병동, 폐쇄병동, 재활병동, 알코올병동등 만성적인 정신병리로 인하여 오랫동안 병원에서 삶을 보내야 하는 수많은 정신과 환자들의 치료의료팀으로 그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때 느낀 것은 병원으로 가기 이전의 사전 예방과 지역사회 안에서의 원인이 되는 심리환경적 요인, 초발과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이 이루어진 이후 진단과 약물치료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지역사회 내에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게 된 계기라면 계기일 것이다.

국립목포대학교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전공한 후, 현재에는 다양한 증상의 개선을 목표로 내담자와 만나고 있는데.

현재 통합적 트라우마 심리 상담, 대인관계 심리 상담, 게슈탈트 치료, 정신역동 심리치료를 주로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IFS, EMDR 치료를 통하여 많은 트라우마 내담자들과 만나고 있다. EMDR은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으로 불린다. 1987년, 미국의 프랜신 샤피로 박사에 의해 개발된 방법으로. 그의 말처럼 “과거는 과거에 두는” 방식을 통하여 우리 뇌 자체의 회복력을 도모해 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현재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정신치료요법이라 할 수 있다. 즉, 안전한 공간안에서 과거 기억으로부터 오는 격렬한 감정과 신체반응을 재처리하여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 현재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인 것이다.

정서적 정신적 질환을 갖고 있는 내담자를 대하는 일을 통해, 이혜경 소장이 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철학이 있을 것 같다.

극도의 충격과 불안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스트레스를 잘 처리할 수 없고 현실과의 접촉을 잃어버린다. 마치 표류하는 배처럼 인생의 파고 속에서 부유한다. 불안,우울, 분노,공황등 신경증에 대한 공포가 밀려오기 전에 자신의 슬픔과 비애를 먼저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십 수 년간의 내담자들을 보며 알게 되었고, 진실로 그들을 돕고 싶다. 나는 뛰어난 학자도, 박식한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도 아니다. 그렇지만 역기능적 가족체계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정신건강 문제를 다 년 간 다루어 본 경험을 통하여 그들 개인과 가족을 돕고 싶고,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들이 진정 그토록 원하는 그들 만의 행복한 삶으로 안내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현재 각종 정신문제를 겪고 있는 예비 내담자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나를 찾아오는 대다수의 내담자들은 아픈 것이 아니다. 조금씩 조금씩 지치고 힘들어진 것이다. . 그리고 자신의 아픔을 상담가인 내가 잠시 어깨를 내주어 잠깐 기대어 갈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치료는 스스로의 통찰과 자신을 믿는 믿음 안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나는 그저 심리적 접촉이라는 강력한 소통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넓은 강에 놓인 디딤돌 같은 것이다. 그 디딤돌을 딛고 건너는 사람은 내담자 자신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 그저 좀 더 안전하게 딛도록 신뢰로운 믿음이 우리 사이에 흐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마지막으로 해오름가족건강연구소의 비전에 대해 궁금하다.

최근 웰다잉 준비교육에 관심이 많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슈가 되고 있는 ‘죽음’에 대하여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노인들 뿐만 아니라, 갑작한 사고로 인해 느닷없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너무나도 불안정한 시대이기에 웰다잉에 관한 이슈는 점점 더 세상의 관심이 되어 갈 것이다. 죽음 준비를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과 실제 교육을 통해 생애 마지막 순간을 인간이 지닌 존엄성과 품위 있는 임종 준비를 해 갈 수 있도록 돕고, 웰다잉교육을 통해 남아있는 나날을 보다 평화롭고 하루하루 새로운 삶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탬이 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소위 ‘트라우마’라고 하는 정신심리적 외상 안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접하고 있기에, 그 트라우마가 얼마나 몸(신체증상)과 밀접한 연결이 되어 있는 지 잘 알고 있다. 불쾌하고 불편한 충격적 사건들이 몸 안에 그대로 쌓여 있다면 그것은 영혼을 마비시키는 독이 되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그 상처를 치유하는 몸의 언어, ‘몸의 학교’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에너지, 연결감, 충만함, 그 무엇으로든, 해오름을 찾는 내담자들을 초대하여 온전한 회복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이혜경소장의 또 하나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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