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칼럼니스트
김선희 칼럼니스트

독심술적 사고는 마치 자신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믿는다. 독심술사처럼 모호하거나 사소한 단어에 근거해서 타인의 마음을 단정 지으며 판단한다. 인지적 오류들 중 하나로 충분한 근거도 없으면서 추측된 생각만으로 결정짓는다. 현실을 실제보다 부정적으로 왜곡하고 과장하여 해석하는데 심리적 고통을 초래하거나 우울장애로 발전하게 만든다.

 

자신이 타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독심술적 사고에 빠지면 자신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다 생각한다. 대부분 상대방의 마음을 물어보지 않는 한 정확하게 확인할 방법이 없다. 인지적인 구조는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평소의 습관대로, 혹은 편한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어있다. 잘못된 사고 과정의 반복은 습관이 되어 행동방식으로 나타난다. 어떤 사람과 대화중에 내가 말하는 것을 잘 듣지 않고 다른 행동을 했다고 하자. 이때 떠오르는 독심술적 사고는 분명히 내 말이 재미없어서 저러는 거야’, ‘나를 무시하는 거야등의 생각으로 다음 행동을 결정짓는다. 위축 되서 말하지 않거나 다음부터는 그 사람을 만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의식적이나 무의식적으로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여과 없이 자동적 판단을 내리는데 자동적 사고라고 부른다. 독심술적 사고의 인지적 오류를 가진 사람들의 자동적 사고에는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자신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물론 자신이 독심술사라고 자처하지 않은 한. 본인 스스로가 아니고야 그 마음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독심술적 사고는 실생활에서 빈번하게 떠오르며 대인관계에서 갈등을 겪게 한다

B씨는 회사복도에서 동료와 마주쳤는데 자신에게 인사하지 않아 신경 쓰였다. 평소에 B씨는 위축되어 있는 사람이고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다. 이런 대인관계의 패턴은 독심술적 사고에 빠지는 오류를 자주 범하게 된다. ‘왜 나에게 인사하지 않지?’, ‘내가 뭐 잘못했나?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나에게 서운한 일이 있는 거야등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며 타인의 마음을 단정 짓는다. 사실 좋은 방법은 그 동료가 인사하지 않았던 상황을 물어볼 수 있다. 눈이 나쁜 동료가 그날따라 렌즈를 빼고 왔을 수도 있고 급한 일이 있어 못보고 지나갈 수도 있다. 상황에 대해 중립적인 역할이 필요하지만 잘 안 된다.

사회적으로 위축되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일수록 독심술적 사고에 빠지기 쉽다. 타인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으면 그냥 지레짐작하는 것이지 정확한 의중은 아니다. 하지만 그 의중을 물어보기 두렵다. 대인관계에서 회피를 보이는 사람일수록 더더욱 타인에게 의사를 물어보는 행동을 못한다. 관계가 나빠질까봐 말을 아끼지만 사실 독심술적 사고가 오히려 관계를 더 악화시킨다. 가끔 우리는 마치 상대의 마음을 읽는 양 행동하지만 상대의 진정한 의도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보통 얼굴의 표정이나 눈빛, 행동을 보고 타인의 마음을 짐작한다. 조금만 안 좋은 표정을 지으면 금세 불편해지거나 자신을 보고 웃어주면 경청하는 등의 행동이 달라진다. 정신분석에서는 자신의 마음이 반영되는 투사라 하는데 상대방의 마음이라고 생각한 것이 실은 자신의 마음 속 감정이다. 내 마음속에 나는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없어라고 생각하는 감정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로 왜곡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독심술 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아마 궁예일 것이다.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는 미륵관심법으로 아내의 간통을 알았다며 처참히 죽인다. 아들들도 의심했고 유능한 자신의 부하인 왕건까지 죽이려 했다. 궁예의 부하들은 관심법을 피해 모반을 도모하여 결국 그를 왕위에서 몰아낸다. 관심법은 불교의 마음 수련법의 하나로 상대편의 몸가짐이나 얼굴표정, 얼굴 근육의 움직임 따위로 속마음을 알아내는 기술이다. 어쩌다 궁예가 주변사람들을 의심하고 죽이게 되었을까. 독심술적 사고에 빠졌던 그는 왕의 자리를 뺏길까 늘 노심초사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투영되었던 것 같다. 마음이 들킬까봐 그 대상을 제거함으로써 안정감을 얻으려는 행위였는지도 모른다.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하는 것은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사물이 아니라, 거기에 대한 우리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이다. - 쇼펜하우어

 

내 삶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내 생각과 태도인 경우가 많다. 독심술적 사고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해석하고 판단하기 전 먼저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혹여나 불안하거나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없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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