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칼럼니스트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는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 수단을 말한다. 우리는 삶에 있어서 해결하기 힘든 여러 상황을 접하게 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는 것들이 쌓여 축적이 된다. 그런 경험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조심하게 만들고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방어하게 한다. 인간은 누구나 불안이나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살아간다. 자아가 완벽하게 기능하는 사람은 없기에 현실과 쾌락의 균형이 필요하다. 자아 방어기제(Ego Defense Mechanism)는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제시한 개념이다.

 

삶에 있어서 적절한 방어기제가 필요하지만 과다사용은 문제가 된다

모든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 여러 가지의 방어기제를 사용하지만 현실을 거부하거나 왜곡해서 지각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자아의 방어기제가 정상적인지 병리적인지에 대한 구분은 균형과 강도, 연령의 적절성, 철회가능성으로 구별한다. 일반적으로 유아들은 퇴행행동을 하는데 20대 성인이 어린아이처럼 행동을 한다면 문제가 된다. 흔히 건강하지 못하게 쓰이는 방어기제를 나열하면 투사, 억압, 합리화, 퇴행, 신체화, 반동형성 등을 들 수 있다. 투사는 말 그대로 ‘남 탓’을 하는 것이다. 때로는 타인의 잘못인 경우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내 탓’이 되는 방어기제를 쓰며 스스로를 자책한다.

‘내재화(introjection)’ 사람들의 특징은 분노와 불안을 마음속에 꾹꾹 담아놓기에 화(火병)로 나타난다. 억압은 무조건 참는 것이다. 자신의 욕구를 인지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참는다. 어떤 사람과 원한 관계가 있다고 하자. 그 사람에게 해코지를 할 수 없으니 참아야 한다. 좀 더 건설적으로 한다면 그 원한을 풀거나 그런 마음을 없애야 하지만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다. 합리화는 아마 가장 흔하게 보이는 방어기제다. 말 그대로 그럴듯한 이유를 대는 것이다.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스스로 부여한다. 합리화가 높은 사람들은 ‘내 탓’이 전혀 없다. 모든 자신에게 잣대를 맞추기에 상대방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합리화가 높은 남편과 낮은 부인이 상담을 왔다고 하자. 분명 아이의 문제행동에 대해 남편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지만 논리적인 변명을 들며 아내에게 책임을 전가시킨다. 아내는 자신이 잘못해서 아이가 그렇게 된 것에 죄책감과 우울감을 느낀다.

퇴행은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하면서 회피하는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 직원교체나 인수인계로 새로 들어온 직원이 연락처를 꺼놓고 사라졌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퇴행 방어기제가 작동하면 아이가 된다.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두렵기에 도망쳐버리는 행동이 반복된다. 신체화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신체적인 통증으로 나타난다. 하기 싫은 거 하면 아프다는 거다. 반동형성은 겉과 속이 다른 가식적인 행동이다. 용납하기 싫은 충동을 억제시키기에 반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폭력적인 교사가 아이들을 때리면서 ‘사랑의 매’라고 말한다. 반동형성을 주로 쓰는 사람들은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진실성이 없고 이중적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많은 방어기제가 있으니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자아방어기제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방어기제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사용된다. 내가 어떤 방어기제를 주로 사용하는지 안다면 자신을 건강하게 재배치 시켜줄 수 있다. 방어기제는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쓰기에 병리적인 기능이 내포되어 있다. 과다하게 사용되거나 습관화 되면 심각한 정신증상을 야기하게 된다. 승화, 유머, 이타주의는 성숙한 방어기제다. 승화는 문제가 있는 충동을 건설적으로 만든다. 공격적 충동을 가졌다면 깡패가 되거나 범죄조직에 들어가기보다는 스포츠 선수가 되어 발산할 수 있다. 유머는 자타에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않게 하면서 자신의 느낌을 공개하고 표현하는 방식이다. 유머를 많이 쓰는 사람은 매우 긍정적이다.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같이 있으면 좋은 에너지를 받는 사람이다. 이타주의는 외적보상 없이 타인을 이롭게 하는 자발적 행동이다.

자신이 어떤 방어기제를 왜 쓰는지. 혹은 과다하게 쓰고 있는지에 대해 들여다보아야 한다. 우리는 불안하고 자신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방어기제를 쓴다. 자아가 건전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성숙해져야 한다. 방어기제는 의지가 약하고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방어기제는 우리의 삶에서 완충제 역할을 하면서 피해를 최소화 시키려는 거다. 피해 자체를 회피하거나 왜곡 시키는 것은 아니다. 분석심리학자 칼 융은 “우리가 부정하는 것이 우리를 굴복시키고, 받아들이는 것이 변화시킨다”고 말했다. 상황에 대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직접 부딪쳐서 해결 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망가거나 왜곡시키고 숨지 말고.

 

저작권자 © 서울시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