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재용 회계사

“임대차계약 하기 전에 주인이 혹시 세금 체납한 것이 있는 지 확인해 보라고 하셨잖아요? 이번에 확인해 보길 천만 다행입니다. 임대인이 동의를 안 해준다는 것을 겨우 설득해서 '미납국세 등 열람신청서’를 관할 세무서에 제출했거든요. 그랬더니 세금이 다 합해서 3천만 원이나 밀렸더라고요. ”최근 사업장을 이전했던 A사장님이 손해를 피해갈 수 있었다고 고맙다며 찾아왔다.


이처럼 주인이 세금을 체납할 경우 확정일자를 받아도 임차보증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주택을 임차하거나 상가건물을 임차하고자 할 때 등기부등본을 조회하고 임차보증금 보다 권리가 앞서는 저당권 등이 있는지 확인을 하게 된다. 또 현행 주택 또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서 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경우 후순위채권보다 우선하여 임차보증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은행 대출과 달리 주인의 세금 체납 여부는 등기부등본에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계약에서 임대인의 세금체납 여부는 미처 체크를 못한 채 계약이 이뤄지게 된다. 주인이 국세나 지방세를 체납하고 있음에도 이 사실을 숨긴 채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다른 재산이 없으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건물을 압류하고 공매 처분하여 그 매각대금으로 세금을 충당한다. 이후 경매가 진행될 경우 체납된 세금만큼 우선 변제한 후 임차인에게 우선순위가 돌아가기 때문에 보증금을 떼이는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문적인 용어로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채권이 국가의 조세채권보다 후순위인 경우에 해당한다.


분당에 사는 P씨는 2012년 1월 아파트를 전세로 계약했는데, 등기부등본 상의 근저당권에 특이한 사항이 없어 2억원에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그러나 당시에 집주인은 국세와 지방세 5,000만원을 이미 체납하고 있었고 이사 후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과세관청이 아파트를 압류하고 공매를 진행하는 일이 생겼다. 집주인의 체납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P씨는 결국 미납세금 우선 변제로 인해 전세보증금 중 5,0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집을 나와야만 했다. 이런 경우 확정일자도 소용이 없는데 집주인의 체납사실은 해당 부동산이 국세청에 압류당하기 전에는 등기부등본에 표시되지 않는다.

고액체납자가 이 사실을 숨긴 채 임대차 계약서를 체결함에 따라 상대적인 약자인 임차인의 피해가 심각해 지는데, 향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이와 같은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납세의무는 국민으로서 지켜야 할 중요한 약속 중의 하나이다. 물론 체납자 각각의 상황이 있겠지만 이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은 방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임차인들은 확정일자에만 의존하거나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고, 설사 알고 있어도 임대인이 동의를 해주지 않아 사실상 보호조치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인의 세금체납유무를 확인하는 방법
- 국세청에서는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체납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국세가 5억원 이상인 개인과 법인들이 대상이며 체납자의 주소, 성명, 체납액을 확인할 수 있다.
-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현행 국세징수법 등 관계 법령상에는 세입자가 부동산 계약 전에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미납국세 등 열람신청서’를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면 세금 체납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최근 임차인은 물론 공인중개업자가 미납 국세와 지방세를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미납 국세와 지방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사실을 임차인에게 알리도록 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 국세징수법, 지방세기본법 등 3건의 법안이 발의되었다. 공인중개사로 하여금 미납세금의 여부를 확인토록 함으로써 세입자 보호는 물론 고의적인 악성 체납자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소급적용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에 각자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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