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못하고 듣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들을 수 있었던 예술의 공감대

 

장애물이라는 건 실상 평범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마치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자 몸을 흔들고 있는 풍선의 발을 묶고 있는 끈처럼 말이다. 상상력과 창조적인 능력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천재라고 하는 사람들은 육체적 정신적인 핸디캡이 걸림돌이 되지 못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오히려 일반인들은 사람들이 규정해놓은 범주와 틀에 묶여서 재능을 더 발휘하지 못한 채로 살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이마로 화가의 그림을 보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었다. 막 추위가 시작되는 12월 초순에 코리아 아트빌리티 체임버의 공연이 펼쳐졌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 앞에 있었고 연주를 준비하는 연주자들이 턱시도를 입고 상기된 표정으로 지나가기도 했다. 벌써 여러 차례의 다채로운 공연을 펼쳐 보여주었던 코리아 아트빌리티 체임버(이하 코아챔)의 공연은 언제나 특별했다. 여느 클래식 콘서트장에서는 볼 수 없는 열정이랄까? 다채로운 색깔이랄까? 코아챔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은 여느 클래식 앙상블이 흉내 낼 수 없는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일반인'이라고 하는 범주가 묶어놓은 창조적인 상상력과 재능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이들에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Now I See'

 

지금의 나는 무엇을 볼 수 있으며 무엇을 볼 수 없는가? 무엇을 들으며 무엇은 듣지 못하는가? '나 이제 볼 수 있네'를 의미하는 이 문장을 주제로. 강미사 대표의 인사와 진행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1부에서는

 

장민호 - 고백

파헬벨 / 박소현 - 캐논 스윗핸즈

차이콥스키 - 어린이를 위한 앨범

장민호 - 눈이 내리네

강드보라 - 고향을 그리는 시

 

5곡이 연주되었다. 조금은 생소하기도 한 곡들, 기악과 성악, 클래식과 미술, 클래식 연주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역시 무언가 달랐다. 같은 시각에서 보고 같은 시각에서 듣는 데도 이마로 작가는 사물의 다른 점을 꿰뚫어 보고 다른 지점에서부터 그리는 것처럼, 코아챔의 단원들은 다른 음악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지난 연주에서는 조금은 엉뚱하고 불규칙 가운데 조화를 이루었다고 한다면, 이번 연주회는 보다 체계적인 틀과 형식을 만들어 낸 듯 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보다 높은 수준에서 클래식과 창작음악들을 빚어낼 관록이라도 생긴 것일까? 물론 그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의 노력과 헌신을 필요로 했던 일인 것인지. 서로 각자 다른 개성을 넘어 그 템포 하나를 맞추기 위해 얼마나 무던히도 땀을 흘려야 하는 일인지. 국내외의 수준급 단체에서의 콜링도 마다하고 자리에 함께한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 그저 음악 하는 것이 좋아서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다가도 무대에 서면 한없이 진지해지는 이들, 수줍어서 조용하게 있는 것 같았지만 마이크를 잡으니 확 달라지던 이마로 작가님, 그 모든 모습들이 코아챔의 색채로 공연 무대를 뜨겁게 달굴 수 있는 요소들이 되는 것 같았다.

 

 

공연의 백미는, 2부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전곡 연주였다. 언제나 한 파츠만을 들어왔던 이 작품의 전곡을 연주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이리라. 각종 동물들의 소리들이 악기를 통해 묘사되고 흉내 내어졌다. 생상이라고 하는 작곡가는 연주자들에게 굉장히 기괴한 주문을 많이 했던 작곡가인데 그것은 그만큼 개개인의 능력과 장점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이 된다. 코아챔 이번 공연에서의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이마로 작가의 그림들과 어우러져 생상의 사육제는 그야말로 카니발이라고 하는 축제를 제대로 묘사한 것 같았다. 가장 코아챔에 잘 어울리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실력을 드러낼 수 있었던 연주가 되었다. 물론 피아니스트 문정재, 박미정, 첼리스트 장우리 같은 분들의 연주가 뒷받침이 된 덕이기도 하다.

 

 

마지막 곡은 작곡가 장민호님이 직접 나오셔서 지휘를 하면서 들려주셨던 'Now I See'. 세계적인 바리톤 안갑성씨의 노래로, 이제는 우리가 육체적인 눈과 귀로는 보지 못했던 것, 듣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지. 눈과 귀로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영감의 세계, 그 연주가 어떠한 것인지. 이번 코아챔의 공연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인식의 장애물이라는 것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기준에 대해서 그 벽을 허물어가고 음악과 미술, 예술의 세계에서만이 존재할 수 있는 자유로운 교감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음에 펼쳐질 코아챔의 비상, 내년 예술의 전당에서 기획하고 있는 공연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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