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크리스마스 이틀 전날, 빈센트 반 고흐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고갱과의 다툼으로 자신의 왼쪽 귀를 자른다. 그 귀를 매춘 여성에게 선물하고는 2주 뒤에 붕대를 감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다. 이처럼 자신의 신체에 심각한 상처를 주는 자해행동을 화가의 이름에서 따와 ‘반 고흐 증후군(Van Gogh Syndrome)' 이라 부른다. 이들은 극단적으로 칼을 사용하며 자신의 살을 베고, 도려내거나 자르고, 불로 지진다. 또한 과도한 문신과 피어 싱을 통하여 자해하기도 한다. 정신의학 용어로는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 조울증)'에 해당되며 기분, 에너지, 생각과 행동에 극단적인 변화가 특징이다. ‘조증(Manic Episode,상승한 상태)'와 '우울증(Depressive Episode,가라앉은 상태)'의 양극단을 오고가는 기분 변화가 있다.

신체부위에 극단적인 자기 상해행위를 해도 둔감한 감정마비

조울증을 가진 사람들 중 ‘조현병(schizophrenia,정신분열병)’을 같이 가지는 환자들은 자신의 신체에 심한 결함이 있다고 생각하는 ‘불구공포 망상증(기형이나 변형에 대한 비정상적인 공포)’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다. 환자의 1% 미만이 극단적으로 자기 눈을 도려내거나 성기를 절단 하는 등의 자기상해 행위를 한다고 한다. 이때 해리현상도 볼 수 있는데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기억이 세분화 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손목을 자르거나 해도 아프지도 않고 왠지 없다는 감각기능의 마비, 상실을 경험한다. 또한 자신의 몸에 상처가 나거나 다쳐도 아무런 두려움도 불안도 느끼지 않는 감정마비 상태가 된다고 한다.

 

1994년에 개봉한 영화 ‘미스터 존스’에는 조울증에 걸린 존스가 등장한다. 존스는 환각상태에 빠져 공중묘기를 보이며 비행시도를 하는 등 이상행동을 한다. 결국 은행에 근무하고 있는 여사원을 만나 하루를 보내다 연주회에서 난동을 부린 죄로 병원에 가게 된다. 병원에서 조울증진단을 받게 되며 리비박사가 존스를 치료하게 된다. 그에 과거를 알게 되면서 존스와 갈등이 생기지만 리비박사는 그를 도와주려 한다. 진심이 통하고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영화이다. 조울증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상처로도 발병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다른 대상을 만난다면 반대로 치유도 가능하다는 것을 영화에서는 보여준다.

5년 전 중학교에서 만난 2학년 여학생은 감정기복이 이틀에 한번 정도로 매우 간격이 짧았다. 조증 상태일 때는 상담이 너무 잘 진행되며 모든 변화할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울증 상태가 되면 심할 경우 자해를 시도해서 오거나 아예 학교를 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감정기복 주기가 짧다 보니 주변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했다. 결국 부모님과 상담 후 아이를 소아청소년정신과에 의뢰하여 약물복용과 더불어 상담치료 진행을 권유 드렸었다.

심리적 압박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탈출구 자해

빈센트 반 고흐의 이름 빈센트는 실제로 위로 죽은 형의 이름이었다. 형이 죽고 고흐가 태어났고 그의 부모는 고흐를 빈센트의 이름을 붙여 형처럼 대하고, 모든 것을 잘하길 원했다. 그래서 늘 고흐는 자신이 아닌 죽은 형으로 살아갔어야 했다. 이런 심리적 압박감이 그를 정상적으로 살수 없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거부당하면 자신은 가치 없는 사람이고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 그런 상처로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항상 불안하고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위기, 고통의 전달로 자신이 현재 극한의 고통과 슬픔, 외로움을 느끼며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한계상황에 있음을 알리는 도구로 자해를 선택한다. 반대로 자신을 배신한 사람에게 대한 복수, 공격으로도 사용한다. 결국 고립된 행동과 분노가 엉뚱한 탈출구를 찾아서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극한 슬픔과 행복감 사이의 기분 롤러코스터에 서 있는 사람들

극한 슬픔과 극한 행복감 사이를 무기력과 의욕적인 상황이 일정주기로 반복하는 현상 속에서 기분은 롤러코스트를 탄다. 슬픔과 무기력 할 때는 비참한 기분이 들고 자해나 자살 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과도하게 행복해질 때는 기분이 들뜨고 자신감에 차는 행동으로 피곤한 줄 모른다. 주기가 짧아질수록 대인관계에 있어 마찰이 생기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형성이 어렵다. 야누스적인 질병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감정기복이 심해 자살확률도 높다.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이고 낭비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은 조증 상태일 때는 행복감으로 아무 문제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조증 상태일 때 쉽게 가족들이 울증을 간과해서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우울한 자신의 내면을 가려주는 방패의 역할을 하지만 본 모습으로 돌아왔을 땐 더 큰 우울 감을 느끼게 된다.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또한 질환이기에 지나친 자기애로 타인의 감정 상태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울증 상태일 때는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늘 잔걱정이 많으며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그로 인해 그동안 해왔던 모든 것들에 싫증이 생기거나 힘들어하게 된다. 그러다 심해지면 모든 사람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피해망상으로 발전되는 경우도 있다.

불치병이 아니기에 치료는 가능하다고 한다. 약물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가족들의 역할이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 대부분이 가족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에 하나의 주체로서 스스로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 기분조절장애가 많은 현대인들. 긍정적이고 객관적이며 여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반고흐증후군에 관련 영화는 반 고흐/1991, 13살의 반란/2003,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3,책은 우리 속에 있는 남신들/2006,또 하나의 문화, 천재 예술가들의 신경질환/2010,드라마는 오 나의 귀신님/ 2015,tvn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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