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개 꽃  / 전진호 시인

 

자욱한 인생길이

고독에 젖어 뒤척일 때

그대 향기가 보고파

꽃집에 들러봅니다

가지런한 치아를 웃어 보이는 소녀가

안개꽃 한아름에

가슴을 묻습니다

어쩜 이토록 곱기도 하지

소녀의 목덜미께로

붉게 재가 되는 놀을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립니다

얼룩진 모습으로

소녀가 다가와선

장미꽃 내음에 코를 맡깁니다

지난해 거리의 가로등 불빛이

그녀의 옷깃으로 흩어집니다

사랑해

무얼 생각하다 튀어나온 말일까

소녀가 의아한 입술로 곁에 부서지며

두 눈 가득 나를 가져옵니다

이 꽃 참 예쁘죠

말을 마치기 전에

팔딱 팔딱 눈가에서 멀어집니다

그제서야 난

안개 흩어지는 창문 너머 거리에

발을 들여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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