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서남단 가거도(可居島)를 다녀와서
사흘 만에 다시 떠난 백두산 꽃탐방길,
백두산 지하삼림에서 풍선난초를 만났습니다.
소름이 끼치게 고운 꽃이었습니다.
대낮 햇살 밝게 달아올라도
아름드리 전나무 등 침엽수가 하늘을 가리고 햇살을 삼켜
한낮에도 어둠이 걷히지 않는 백두의 지하삼림.
으슥한 어스름 속 외지고 후미진 곳에
꽃뱀의 붉은 혀처럼 내민 연분홍 꽃망울,
어둑한 숲 속에 불쑥 내민 요염한 자태와 색깔에
길손의 시선은 홀린 듯 끌려가고
괴기스럽게 고운 요태(妖態)에
심장이 벌벌 떨려 자지러질 것 같았습니다.
아! 가슴 터지게 밀려오는 환희의 전율!
곱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였던가?
어스름 숲 속에 요화(妖花)처럼 피어나는 풍선난초.
풍선난초는 침엽수림에서 자라며 꽃자루 끝에
연한 홍색의 꽃 한 개가 달립니다.
우리나라 백두산과 일본 북부 등 아한대 지역에 분포하는데
순판(脣瓣)이 밑으로 처지고 부풀었으며 갈색 줄이 있습니다.
순판이 풍선처럼 부풀었다고 풍선난초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