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어느 늦은 오후,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언제 집에 들어와요?”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옥상의 바퀴벌레 잡는 끈적이에 참새 한 마리가 들러붙어 있는데 뗄 수가 없으니 어쩜 좋아요.”

 참새를 잡아야 떼든 말든 할 텐데 잡으려하면 날개를 퍼덕여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급한 말로 설명했습니다. 바퀴벌레조차 잡을 생각을 못하고 도망가는 겁 많은 아내이기에 어떤 상황인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들어가서 처리 할테니 그냥 놔둬요.”하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옥상의 화분과 스티로폼 상자에 꽃과 야채 몇 종류를 기르다 보니 바퀴벌레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퀴벌레 잡는 끈적이 3개를 옥상에 놨는데 그 중 하나에 바퀴벌레 몇 마리가 잡혀 있었고, 끈적이 팩의 뚜껑이 열린 채였다는, 아침에 물 주면서 봤던 기억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참새는 아마도 죽은 바퀴벌레를 보고 먹이라고 생각하여 접근하다 끈적이를 밟게 됐을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치우든지 뚜껑을 덮어놨어야 하는 건데 라는 후회도 잠깐, 나는 이내 참새를 잊고 하던 일로 되돌아갔습니다.

 저녁 약속을 마치고 밤늦게 집에 왔을 때 “왜 이리 늦어요?”라는 아내의 핀잔을 듣고서야 ‘앗차’하고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불을 켜고 보니 끈적이에 참새가 죽은 듯이 붙어 있었습니다. ‘죽었나보군. 내일 아침에 묻어야겠네.’라고 생각하고 무심코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하루 종일 먹지도 못하고, 떼려 하면 할수록 더 달라붙는 끈적이의 덫에 갇혀 시달렸을 참새이기에 분명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낮에 아내와 전화를 마친 순간부터 나는 지레 그렇게 생각했던 게 분명합니다.

 다음 날 아침 ‘죽은’ 참새를 묻으려고 화분 깊숙히 무덤자리를 만들고 나서 참새를 집으려고 하는 순간 나는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습니다. 참새가 아직도 살아서 퍼득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간밤에 만져서 확인을 하지 않은 것이 후회막급이었습니다. 아니 후회보다 죄를 지은 기분이었습니다. 어제 밤에 조치를 했더라면 좀 더 기력이 있는 상태로 살려 낼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어쨌거나 나는 끈적이에서 참새 떼어내기를 서둘러야 했습니다. 나는 참새의 다리가 실처럼 가늘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세게 잡아당기면 다리가 부러지거나 뼈마디가 끊어질 것 같았습니다. 조심스레 다리를 끈적이로부터 떼어내고, 발에 묻어 있는 끈적이도 제거했습니다.

 양 쪽 날개와 꼬리 날개의 끈적이도 떼어냈습니다. 끈적이로 덕지가 된 배 쪽의 연한 털들을 떼어내는 일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참새가 얼마나 퍼덕였던지 솜털은 거의 빠져 맨살인 채였고, 살점이 묻어난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대략 끈적이를 제거한 뒤 날 수 있을까 해서 바닥에 놓자 날지는 못한 채 쥐처럼 쏜살같이 달아났습니다. 그 민첩함으로 미루어 순간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날지 못하는 원인이 날개 쪽 끈적이가 덜 제거된 탓인 듯하여, 구석으로 숨어들어간 참새를 다시 잡아 날개를 더 다듬어 주었습니다.

 부리의 끈적이가 제거되지 않으면 먹이를 먹을 수 없겠다는 생각도 떠올라서 부리의 끈적이도 제거했습니다. 그러자 참새는 자기를 사지에 빠뜨린 나에게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나의 손을 쪼아댔습니다. 손가락이 아플 정도인 부리의 쪼는 힘에서 역시 살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전달됐습니다.

 허기진 녀석에게 모이가 급하겠기에 좁쌀을 한 움큼 가져다 바닥에 뿌렸습니다. 참새는 먹을 생각도 없이 이번에도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구석 깊은 안쪽으로 달아났습니다. 나는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서면서 제발 참새가 좁쌀을 먹고 기운을 차려서 날아가기를 기도했습니다.

 퇴근 후 참새가 들어갔던 옥상의 구석으로 가 보았습니다. 참새는 어디론가 가버려 보이지 않았고, 깔아 놓았던 좁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디 옥상의 다른 곳으로 가서 숨어 있나, 아니면 죽었나 하고 샅샅이 뒤졌으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나를 보고 아내가 그제서야 말했습니다. 낮에 좁쌀을 뿌려놨던 구석에 참새 떼가 몰려와 엄청 울어댔다는 것입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그 참새 떼는 그 녀석의 가족이거나 친구들이었을 것이라고, 또 녀석은 그들의 응원에 기운을 차려서 함께 날아갔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것이 내가 요즘 아침마다 좁쌀 한 줌을 옥상의 그 구석에 뿌려 놓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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