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제목은 잘못 붙인 것 같다. 제목만 놓고 보았을 때, 나는 '시간여행자'가 등장하는 영화들을 연상했다. '시간여행자'의 느낌이 너무 강하다. 사실 이 영화에서 시간이란 그저 트릭의 한 장치에 불과하다.

포스터 또한 관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왜? 영화속에서 83년의 그녀가 죽는 것을 막으려고 두 남자가 움직이는 것으로 혼동하기 쉽게 만든다는 것이다.

시그널의 번외, 극장판이라는 별명이 자연스럽게 붙게 되었는데. 홍보에 긍정적인 효과도 줄 수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는 이 영화 시그널보다 먼저 2014-15년에 제작 되었다. 영화속의 미래 배경도 2015년이다. 이미 2015년은 이미 한참 지났는데 말이다.)
일단 스토리가 '시간여행자...'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시그널과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결국 시그널과 비교할 수밖에 없겠다.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것은 결국 시그널과 같은 구조이다. 다른 점은, 운명과 전생에 대해 강조했다는 점일까?

곽재용 감독의 전작이었던 클래식을 생각해보면 쉽다.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80년대를 재생해 내는데 능숙한 제작진은 감성과 감동이라는 무기를 들고 다시 관객을 찾아왔다. 하지만 역시 '형사'가 등장하는 '연쇄 살인 사건'을 연계시키기엔 연결고리가 너무 약하지 않았나 싶다. 범인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에 대한 동기부터가 너무 약하다. 그러다보니 두 명의 남주인공의 굵직한 줄기를 풍성하게 해줄 곁가지가 너무 엉성하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시그널은 범죄에 보다 내용이 집중되어 있다보니 긴장감이 늦춰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탈자는 너무 두 남자의 순애보에 집중이 되어 있다보니 범죄는 단지 영화속의 트릭으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지는 시공간을 뛰어넘은 사랑이야기라는 건, 처음에 시작은 좋았지만 끝으로 갈수록 결국 이렇게 되겠구나의 범주를 벗어나질 못했다.

물론 이 영화 그렇게만 치부해버리기에는 아까운 요소들이 참 많다. 응팔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복고 감성이 곽재용 감독만의 감성, 순애보를 만나 '한 여자를 지키고 싶다'는 남자의 순정을 잘 표현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을 통해서 결말을 알 수 없게 만들고 과거에서 현재로 어떻게 연결될까 끊임없이 추리하도록 이끌어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다. 곁가지가 엉성하다보니 결국 중심도 빈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요즘 한국영화의 추세에서는 단순한 엑스트라도 확고한 캐릭터와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만의 이야기가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영화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문제아였던 제자 하나, 그리고 희생자가 되는 제자들, 그리고 범인... 모두가 영화속의 배경 밑그림의 역할밖에는 하지 못했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식당에서 메인 요리 하나만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났다. 곁들여지는 반찬도 맛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메인 요리에 너무 집착해서 결국 히로인인 임수정분의 캐릭터마저 분량마저도 작게 느껴졌다.

영화속 두 명의 남주인공은 시간을 이탈해서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엄정하게 앞으로만 흘러간다. 두 남자에게는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이 흘러가는 동안 한 명의 여자를 지키기 위해 사건을 해결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포스터의 카피라잇처럼 영화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면 어땠을까? '나를 지켜줘' 아울러 이 영화 딱 일 년전에만 개봉을 했었더라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또 모를 일이다. 그래, 현재에서 과거를 조금 바꿔놓았더라면 늘 '모를 일이다' 하지만, 시간은 이미 흘러 현재는 늘 냉정하다. 안타깝지만 관객들의 눈도 냉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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