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중심가인 노르말름스토리(Normalmstorg)에 있는 크레디트반켄(Kreditbanken) 은행에서 인질강도사건이 벌어졌다. 4명의 무장 강도들이 은행직원을 인질로 삼아 대치하는 6일 동안 강도에게 오히려 연민을 느끼고 동조하게 되면서 경찰을 적대시 하게 된다. 폐쇄된 공간 안에 인질로 잡힌 은행직원들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강자에게 감화되어 그들을 지지하고 나아가서는 협력하려 하였다. 이런 비이성적인 심리현상을 ‘스톡홀름증후군(Stockholm syndrome)'이라 하며 범죄 심리학자 닐스 베예로트(Nils Bejerot)가 뉴스방송에서 사건설명하면서 이 말을 사용하였다.

 

이들은 왜 극한 상황에 강자에게 감화되어 가는 것일까

 

극한 상황에 노출되면 강한 스트레스와 두려움이 높아진다. 이때 자신을 해치지 않는 인질범들의 행동을 오히려 고맙게 여기게 되고 그들에게 온정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는 두려운 상황을 감당할 수 없기에 그들과 한 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미성숙한 방어기제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범죄자와 결혼까지 하기도 한다.

 

2003년에 개봉한 ‘홀리데이’ 영화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1998년 지강헌 인질극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탈옥 범들은 가정집을 돌며 인질을 잡는 과정에서 예상외로 인간적인 탈옥 범들의 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끼며 그들을 옹호하며 동화되는 모습을 그려냈었다.

 

 

이렇게 동화되는 것은 가정폭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친부모나 남편에게 학대받은 아이들과 아내 모두 경제적, 심리적인 면에서 가해자에게 벗어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폭력에 장기간 노출된 피해자들은 학습된 무기력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없다고 느낀다. 그런 무가치한 자신을 거둬주는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감화되어 오히려 매일 때리더라도 가끔 폭력을 행하지 않을 때를 감사히 여기며 살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만났던 가정폭력 피해자인 중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의 학대로 지적수준이 낮아진 상태였다. 주로 허리벨트로 맞았으며 어머니 또한 아이를 방어하다 보니 남편에게 많이 맞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 번도 남편을 떠날 수 있다 생각하지 못했고 아들이 맞는 것을 그냥 막아주려고만 했을 뿐이었다. 남편을 떠나 경제적인 것과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고 살 자신도 없었다고 했다. 그래도 남편이 있어야 했고 아들을 학대하긴 하지만 자신과 딸을 때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고마워하고 있는 잘못된 믿음이 가정폭력 속에 아들을 그대로 방치하며 오랜 설득에도 결국 거기서 벗어나지 못했다.

 

비이성적으로 동화되는 현상은 미성숙한 방어기제인 ‘공격자와의 동일시(identification with aggressor)’ 모습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한다.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ant)'는 자기애 적, 미성숙한, 신경증적, 성숙한 으로 개인의 방어기제의 성숙도를 4가지로 분류하였다. ‘공격자와의 동일시(identification with aggressor)’는 미성숙한 방어기제로 피해자가 자신을 공격했던 사람에 대한 복수심과 공격을 당했을 때의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자를 닮아가는 것이다. 두려워하는 대상과 닮고 비슷해지는 과정 속에서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다. 예를 들어 학원폭력의 피해자였던 학생이 가해자로 바뀌거나 가정폭력의 피해자가 성인이 된 후 가해자로 바뀌는 것 모두 이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학교폭력 상담을 하다보면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상황을 쉽게 접하게 된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가해했던 아이들을 닮아가며 자신보다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행동들을 한다. ‘거울세포의 작동효과로’ 라는 무의식적인 뇌의 반응이 폭력의 행동을 그대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의 ‘인지 부조화 이론(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 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은 오랜 시간동안 불행한 상태가 되는 것을 싫어하며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억지로 거기에 맞추려고 한다. ‘인간이 자신의 마음속에 양립 불가능한 생각이 대립할 때 자신의 믿음에 맞추어 행동을 바꾸기보다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절하려 한다.’는 심리적 작용인 것이다.

 

누가 비이성적 심리 현상에 동화되어 돌아오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심리 현상이 모든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FBI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92%의 인질들은 범죄자에 동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많이 보여 지며 자유로운 상태에서 범죄자들에게 동조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사람들마다 외부에서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이 다른 만큼 인간의 심리 현상 또한 개인차가 있기에 별다른 것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자신의 생사를 쥐고 있는 상대에게 복종해 생명을 보존하고자하는 것은 무의식적인 행위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자기 기만적인 심리 조작(Self Mind Control)은 극한 상황이 끝나면 동조가 아닌 증오로 바뀌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완전히 감화된 사람들은 원래로 돌아오지 못하고 범죄자들과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이다.

미성숙한 방어기제는 자존감이 매우 낮고 불안이 많거나 의존적인 성향 일수록 자주 사용 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더 스트레스에 취약하거나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금 처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과 늘 불안감이 자신을 억압하고 있다면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많이 감화되고 동조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자기합리화를 시켜서라도 말이다.

 

‘ 인간은 악을 기대했던 상황에서 선을 느낄 때, 그 선을 제공한 사람에게 더 감사함을 느낀다.(마키아벨리)’

 

 

< 스톡홀름증후군에 관련된 영화 테레사 팔 머의 감금/ 2013, 욕망의 낮과 밤/드라마, 이완 맥그리거의 인질 / 1997, 007 언 리미티드 /1999, 스피드/ 1994, 나쁜 남자/ 2002, 존 큐/ 2002,홀리데이/ 2006, 더 테러 라이브/ 2013, 완전한 사육- 신주쿠 여고생 납치사건 /2005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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