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널리스트 콜레트 다울링(Colette Dowling)이 동화 ‘신데렐라’에서 주인공이 계모와 언니들에게 학대를 받다가 왕자를 만나 신분이 상승되고 인생이 달라지는 것에 연유하여 ‘신데렐라 콤플렉스(Cinderella complex)’라 불렀다. 그녀는 “억압된 태도와 불안이 뒤 얽혀 여성의 창의성과 의욕을 한껏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미개발 상태로 묶어두는 심리상태”로 이 증후군을 정의하였다. 주로 자신의 배경과 능력이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설수 없을 때 여성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줄 왕자님에게 보호받으며 의존하고 싶어 하는 여성의 심리를 뜻한다.

 

왜 백마 탄 왕자를 만나 인생역전을 꿈꾸는 것일까

 

이는 여성 스스로 무엇인가를 할 수 없다고 느끼거나 의존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상대에 기대고 싶어 한다. 자신의 삶이 불만족스럽기에 그것을 한 순간에 바꿔줄 대상이 필요한 것이다. 옛 속담에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있다. 여자들이 얼마나 남자를 잘 고르냐에 따라 인생의 모든 것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살아나가기 위해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기대 속에 의존적 가치관들이 학습되어 자라왔기 때문이다. 과거 후궁들 또한 출신성분이 다르기에 늘 임금에 눈에 띄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뿌리 깊은 유교사상은 여성이 남성을 보조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는 것이다.

2015년에 들어 수저계급론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흙 수저에서 최고인 다이아몬드 수저까지 오로지 재산만을 가지고 등급을 매기어 가치를 평가한다. 이러니 흙 수저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높은 등급의 삶으로 환골탈태 하고자 하는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의존성이 강한 여성들은 자신의 힘으로 현실 만족이 어렵다 느껴 다이아몬드 수저의 남자를 만나 인생역전을 꿈꾸는 것이다.

2010년에 개봉한 ‘하녀’ 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인 은이(전 도연)는 상류층 대저택 하녀로 들어가 집에서 주인남자 훈(이 정재)을 통해 신데렐라를 꿈꾸지만 결국 파국으로 끝나는 영화이다. 여기서 우리는 신데렐라를 꿈꾼다고 해서 모든 그녀가 원하는 삶처럼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여성들은 신데렐라가 되면 무조건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확률이 낮은 삶에 환상을 가지고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이 남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직장에서도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는 부분은 분명 있다. 그러기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신데렐라의 꿈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다만 그 강도의 차이인 것이다. 신데렐라 증후군을 희망 형, 추종 형, 맹신 형으로 3가지로 나눈다고 한다. 희망 형이나 추종 형은 막연히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하겠다는 것을 바랄뿐이지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상상이나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맹신 형은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처음부터 모든 것을 계획적으로 만들어서 움직이는 것이다. 일상적인 생활 자체가 없으며 오로지 신분상승을 위한 성형수술 중독, 심하면 망상장애에 빠지거나 고의적인 행동들로 우연을 가장하여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중국에서는 ‘신데렐라 만들기’ 학원이 등장하였으며 유명한 대학에서 실제로 교육을 한다고 한다. 이들은 단지 남자를 잘 만나 인생을 바꿔 보겠다는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으며 이런 시간들이 지속 될수록 현실과 괴리감이 깊어져 우울증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들은 권력이 있는 남성에게 안식처를 제공받기를 원하지만 자립적으로 성공한 삶도 바라고 있다. 그러니 의존성과 자립성 간의 갈등이 생기고 이로 인해 심리적인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현실 불가능한 것은 말 그대로 확률이 희박하다. 로또당첨 만큼이나 어려운 이 헛된 꿈은 오히려 좌절하게 만들지만 상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기에 집착하게 되고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왜 여성들이 남성에 의존하며 자신의 삶을 맡기게 되는 것일까. 2012년 ‘스펀지 ZERO’ 라는 TV 프로그램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실험의 내용은 연인사이에서‘여성이 실수로 진열된 상품을 훼손했을 때 남성이 어떻게 해주길 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50명의 웨딩플래너 여성들에게 던졌다. 그 중 최악의 답변으로 ‘여성에게 잘못을 지적하고 스스로 해결하게 한다.’를 선택하였다. 이들은 난처한 여성을 위해 당연히 남성이 대신 나서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실험에서 여성들이 무의식중에 남성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스스로가 복종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만난 20대 후반 성인 여성은 양악 수술을 한지 얼마 안 된 얼굴이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예쁜 여성이었다. 특별한 직업은 없었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외모를 가꾸고 자신을 치장하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특히 이 여성은 ‘청담동 며느리’의 환상을 가지고 있었고 꼭 그렇게 되기 위해 늘 부유한 남자들이 자주 간다는 곳들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이 여성에게는 주변에 그렇게 해서 성공한 친구가 있었기에 더더욱 자신도 꿈을 버리지 못하고 매달리고 집착하고 있었다. 곧 서른을 넘게 되는 나이로 불안과 우울감이 생겨 상담을 온 적이 있었다.

 

여성들이 무의식적인 의존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의 전통적인 여성에 대한 가치관들이 현대에는 많이 바뀌어 가고 있지만 여전히 매체는 신데렐라를 꿈꾸는 주인공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드라마가 자주 방영되고 있다.

그렇다고 그 드라마를 멀리하라는 것은 아니며 다만 그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행동에서 벗어나려면 지속적인 자신에 대한 믿음과 표현력이 있어야 한다. 무의식 저변에 누군가가 자신을 늘 돌보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열등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 삶에 대한 만족감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하며 그래야 의존하지 않는 삶을 일궈내는 여성으로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신데렐라 증후군에 관련된 영화 하녀/ 2010, 귀여운 여인/ 1990,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015, 사브리나/ 1954, 에버 애프터/ 1998, 은밀한 유혹/ 2015 , 드라마로는 파리의 연인/ 2004, 사랑을 그대품안에/ 1994 ,상속자들/ 2013, 천국의 계단/ 2004, 꽃보다 남자/ 2009, 커피프린스 1호점/2007, 내 이름은 김삼순/ 2005, 발리에서 생긴 일/ 2004, 기황후/ 2013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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