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시대부터 구원자라는 뜻으로 쓰였던 ‘백기사’는 영화나 소설 속에 백마를 타고 나타나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주는 영웅의 모습으로 보여 진다.

‘백기사 증후군(White knight syndrome)'은 늘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며 상처가 많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순수하고 이타적인 마음으로 남을 돕는 것이 아닌 상대에게 지나치게 개입하는 이기적인 구원이 되기에 병리적이라고 부른다.

타인에게 강박적으로 베풀며 사랑을 갈망하는 애정결핍 자들

인정과 사랑을 받고자 하는 강한 욕구는 건강한 인간관계를 망치며 자신과 상대를 객관적으로 분리하지 못한다. 이는 어렸을 때 부모와의 잘못된 애착관계에서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부모에게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이일수록 애정결핍으로 인해 타인의 사랑과 인정을 갈망한다. 감정이입이 너무 잘되기에 부모가 화를 내거나 걱정에 휩싸여 있으면 그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아이들 마음속 부모는 완벽해야 하기에 모든 비난을 자신이 떠맡는다. 부모에게 사랑 받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희생하지만 결국 욕구는 충족되지 않는다. 충족되지 못한 소망들은 어른이 되어 타인에게서 보상받으려는 것으로 집착하게 된다. 건강하지 못한 구원자가 되어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사람들만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사랑을 주고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2007년 개봉한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에서 주인공 마츠코는 어렸을 때부터 아픈 동생으로 인해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늘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하지만 매번 좌절된다. 그것은 그녀의 삶의 영향을 미치는데 힘들어하는 남성에게 사랑을 주며 자신이 보호해주려 한다. 희생의 정도가 심하여 하지 않은 일까지도 자신이 덮어쓰면서 다니던 학교에서도 결국 쫓겨난다. 그 후 지속되는 바닥인생으로 수많은 남자들을 만나며 사랑을 갈망한다. 마지막까지 원하는 사랑을 얻지 못하고 자살로 끝나는 극단적인 이야기다. 마츠코의 애정결핍은 특히 상처받고 힘든 남성들에게 집착하고 희생하는 백기사 증후군으로 이어진다.

 

현재 만나고 있는 40대 여성은 과거 부모님께 버림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면서 눈칫밥을 먹고 자랐다. 그녀는 자신이 버림받은 것에 대해 부모님을 원망하면서도 사랑을 갈망하고 있었다. 거절하는 것이 두렵고 타인의 애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고 가끔은 과할 정도로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위염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친한 동생이 매운 음식을 먹길 원하자 거절하지 못하고 급기야 응급실에 실려 갔었다고 한다. 상황이 바뀌었을 때 그 동생이 자신처럼 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화가 나고 마음이 상했지만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 동생이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봐 두렵다고 했다.

타인을 구원한다는 지나친 믿음으로 비뚤어지고 무서운 백기사의 늪

이들은 타인의 구원하려는 고질적인 성향이 강하며 자신이 도움을 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지나치다. 자신이 준 도움에 대한 확인, 칭찬, 신뢰, 보상 등을 받기를 원한다. 나는 늘 베푸는데 상대방은 왜 내 마음 같지 않을까 하는 배신감도 느끼며 결국 인간관계는 깨진다.

백기사 유형에는 4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균형 잡힌 백기사’로 대가성이 없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순수하게 베푸는 사람이다. 두 번째는 ‘감정이입이 뛰어난 백기사’로 상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끊임없이 정신적, 물질적, 육체적으로 끊임없이 베푼다. 세 번째로는 약한 사람만을 찾아다니며 자신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하려는 ‘비뚤어진 백기사’다. 네 번째는 사람들을 통제할 때 폭력, 위협을 가하는 ‘무서운 백기사’로 자신이 잘못하여 상대가 화가 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어서 그 사람을 통제한다.<백기사 신드롬 中>

에니어그램(Enneagram)은 사람을 9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성격유형 지표이다. 백기사 늪에 빠진 사람들은 9가지 성격유형 중 2번 유형인 ‘조력자’의 건강하지 못할 때의 모습으로 보여 진다. 이들은 가슴유형의 사람들로 마음이 따뜻하다. 건강할 때는 누구에게나 정도 많고 사람들을 배려하며 다른 사람의 감정 또한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돕는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할 때는 사람을 조정하려 하고 감정적으로 일처리를 한다. 또한 히스테리가 심하며 충동적이고 집착한다. 이들은 ‘비뚤어지고 무서운 백기사’들의 행동으로 발전되는 것이다. 감정기복도 심하기에 상대방을 조정하여 자신이 원하는 애정을 착취한다.

상처 받은 자아에서 벗어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와의 애정결핍으로 인해 마음이 치유되지 못하면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가지게 된다. 그들이 자라지 못한 상태로 머물며 자신과 비슷한 상태의 사람을 볼 때 감정이입이 더 많이 되거나 집착하게 된다. 타인에게 자신이 희생적으로 사랑을 주면서 힘들어하지만 감내한다. 어렸을 때 사랑 받지 못했던 마음 속 상처와 마주하며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 우선 제대로 살고 싶다는 욕망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에 대해 충분히 의식하고 자신의 운명에 대해 중요성을 부여하며 자신을 부끄러워하거나 증오해서는 안 된다. 남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고 자신에 대해 정확히 정의 내리기 위해 자신에게만 의지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하여 中>”

<백기사 증후군에 관련된 영화 미져리/ 1991, 다크나이트/ 2009,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2007, 책은 백기사 신드롬/2009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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