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가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나쁜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을 추억으로 남겨 놓으려는 심리현상을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 이라고 한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무드셀라'는 에녹의 아들로 969세까지 산 장수의 대명사로 불렸다. 그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컸고 그를 빗대어 유래된 말이다.

과거를 미화시키면서 좋았던 추억과 기억에만 머무르려는 사람들

이들은 현재의 삶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우울한 사람일수록 더 도드라지게 보여 진다. 좋은 기억만을 생각하며 그때로 돌아가 그 감정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퇴행심리기제가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사람 누구나 자신이 좋았던 기억 위주로 저장하고 싶어 한다. 그러기에 첫사랑은 애틋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기억되는 것이다. 때로는 왜곡되어 저장되기도 하며 마치 안 좋은 일은 없었고 아름답고 좋았던 일들만 있었던 것으로 미화시켜 기억한다는 것이다. 과거를 아름답게 회상하는 것은 좋지만 이것이 지나쳐 과거에만 머무르면 현실 도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실에서 암울하거나 무력감을 자주 느낄수록 상황을 해결하기 보다는 과거로 도망쳐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2010년에 개봉한 ‘김종욱 찾기’라는 영화가 있었다. 필자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보았던 영화다. 주인공 지우(임수정)는 10년 전 인도에서 만난 ‘김종욱’이라는 첫사랑을 기억한다.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찾은 지우는 그와의 추억을 기억하며 사무소 직원 기준(공유)과 첫사랑을 찾아 나선다.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의 추억은 강렬하며 그래서 더 애틋하다. 그 사랑을 잊지 못하는 지우는 선을 본 남자의 프러포즈도 거절한 체 첫사랑 찾기에 열을 올린다.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가 머무르며 과거에서 행복감을 찾으려 한다. 이는 현실에서 만족감을 얻지 못하는 지우의 현실회피로 보여 진다.

 

얼마 전 상담실에 찾아온 40대 후반의 주부는 결혼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결혼생활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으며 현실에 대해 매우 불만이 많았다. 남편과의 관계도 소원하고 아이들과도 소통이 부재였다. 과거 젊었을 때를 회상하며 즐거웠던 이야기만을 늘어놓았다. 남편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자신이 좀 더 적극적이었던 것과 열렬한 사랑을 했던 것들을 기억했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 원 가족과 문제가 많았고 매우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이 여성은 그래도 결혼 전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다시 삶을 선택하고 싶다는 것이다.

복고열풍. 미디어는 과거를 재조명하고 우리는 무드셀라에 빠져있다.

어렸을 적 TV유치원에 나왔던 김영만 아저씨를 기억한다. 과거의 좋은 추억에 잠시 머물러 있다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 일수도 있다. 사람들 누구나 그 시절 그때로 돌아가 감정을 느끼고 싶어 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가 있다. 향수, 향수병, 과거에 대한 동경, 회고의 정을 뜻하는 말로 추억은 아름답다. 좀 더 젊었을 때 무엇인가를 시작하기 전 풋풋했던 그 시절에 자신을 상상해 보고 좋았던 기억들을 끄집어 올린다. 분명 나쁜 기억들도 있겠지만 모든 것이 미화된다. 기분이 좋아지고 잠시나마 옛 추억에 행복해질 수도 있다. 즉 지금 행복하지 않기에 행복을 가장 쉽게 찾아낼 수 있는 곳이 추억 속 행복인 것이다. 지금과는 달랐을 자신의 모습에서 그때를 나를 만나고 싶은 것이다. 다만 그 상황에서 제자리인 현실로 돌아와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그 미화된 추억 속에 빠져 현실을 망각하고 회피해버리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방어벽을 허물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고 받아들여라.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인간은 스트레스 및 불안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를 사용한다고 했다. 특히 원초적 본능적 욕구인 ‘원 초아’가 강해지면 더 불안해진다고 한다.

과거에 좋은 기억에만 머무르려는 이들은 ‘억압(Repression)이라는 1차적 방어기제를 통해 불안을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회피한다. 억압은 자신이 기억을 때로는 왜곡시키기도 하며 무의식적으로 억눌려 버린다. 욕구불만인 상태가 지속되면 그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의 감정이나 원망 등을 억제 시키며 의식 세계에서 없애버린다. 억제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는 것이고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억압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나타나는 ’퇴행‘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나타난다. 자신보다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것으로 현실을 감당할 수 없으면 부정, 회피, 자기합리화 등의 퇴행의 방식으로 보여 진다. 결국 방어벽을 치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왜곡되고 미화된 과거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이다. 삶에 대한 만족감을 갖고 과거의 왜곡된 기억에 고착되어버리면 안 된다. 미래지향적으로 삶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자신이 이 세상에 던져졌고 여기서 절대로 도망가지 못한다는 것, 즉 언젠가 죽게 될 것임을 자각하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다시 재구성하는 시도에서 존재와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획득하게 된다.’ 고 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새로운 삶의 각본이 탄생될 때 더 이상의 회피는 없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의 말처럼 ‘카르페 디엠(carpe diem , 현재를 잡아라)’이 현실을 회피하려는 이들에게 필요할 것이다.

<무드셀라 증후군에 관련된 영화 건축학개론/2012, 미드나잇 인 파리/2012, 빅피쉬/ 2004 , 메멘토/2014, 이터널 션샤인 /2015, 호우시절/2009, 김종욱 찾기 /2010, 드라마는 응답하라 1997/ Tvn, 오마이비너스/2015/ kbs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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