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신기한 시각적 환영(optical illusion)이 보이는 것을 말한다. 물체가 작아 보이거나 커 보이거나 왜곡되어 보이거나 또는 망원경을 쓴 것처럼 멀어 보이는 시각적 증상이다.

1955년 영국의 정신과 의사 존 토드(John Todd)가 처음 발견하였다. ‘이상한 나라 엘리스’라는 동화 속에서 환각적인 꿈, 공중부양감, 시간의 흐름의 변경 등 왜곡된 시각 환영이 자주 나타난다. 주인공 엘리스가 경험하는 환영과 환자들이 겪는 행동이 비슷하여 ‘이상한 나라 엘리스 증후군(Alice in wonderland syndrome)’이라 명명하였다. 혹은 의사의 이름을 붙여 ‘토드 증후군(Todd syndrome)’ 이라고도 부른다.

왜곡된 시각 환영으로 늘 동화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들은 형태가 왜곡되어 인식되는 질환을 가지고 있다. 측 두 엽, 두정 엽 문제로 시각 정보가 왜곡되어 전해져 보이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을 뿐이다. 이 증상을 가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편두통을 동반한다고 한다. 또한 공간, 시각 뿐 아니라 몸의 이미지도 변형된 형태로 보여지며 왜곡된 시야로 인해 중심을 잃고 넘어지는 경우가 다분하다. 눈에는 전혀 이상이 없고 ‘자동차가가 전화기처럼 작아 보인다.’, ‘사람들의 목이 기린처럼 길어 보인다.’ 등의 시각적 환영을 자주 호소한다. 인지불능, 언어장애, 정신착란 등의 증세도 함께 보인다고 한다. 환경변화에서 오는 현상은 심리적으로 적응하지 못해 일시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심리방어기제 중 투사(projection)를 이용하여 자신의 욕구, 자존심, 죄의식. 억눌리고 배척당한 충동 등이 환각이라는 현상으로도 나타난다. 향정신성 마약을 사용했을 때도 이러한 환각이 보인다고 한다.

 

2012년 개봉한 ‘아멜리에’라는 영화가 있다. 보는 내내 아름다운 판타지와 유쾌함을 주었던 영화다. 노틀담 성당에서 뛰어내린 관광객에 깔려 엄마를 잃고 친구인 금붕어마저 자살 기도한 뒤 외톨이가 된다. 그녀는 낡은 상자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주변 사람들의 행복을 찾아주면서 눈앞에 운명처럼 나타난 남자와의 사랑을 확신한다. 그리고 벌어지는 동화 속 상상이야기들. 시각적 환영으로 사랑에 빠진 여인이 세상을 아름답게 왜곡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워낙 특이하고 신기하여 필자도 이런 사람들은 만나본 적은 없다. 다만 병리적으로 왜곡되 게 지각하거나 환영과 환각상태를 경험하는 조현병 환자들은 만난 적은 있다.

혹은 사랑에 콩깍지가 씌어 상대연인이 연예인 혹은 멋있는 배우처럼 보인다고 말하는 주변 지인들은 있다. 조현병 환자들에게 보여 지는 왜곡된 시각적 환영은 심리적인 부분과 가족력이 있는 유전적인 것에 기인한다. 전에 상담 왔던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근친성학대로 인해 심한 우울감과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다.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는 고양이 군단이 자신의 식판을 뺏어갔다는 등의 환영을 보기도 했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랑에 빠졌을 때도 이런 신기한 현상이 나타난다.

사랑에 빠졌을 때도 이러한 증상이 보인다고 한다. 사랑에 빠지면 아무리 이상한 것도 자신들에 눈에는 좋은 것처럼 왜곡되어 보인다. 이 시각적 환영은 주관적인 인식에 따라 이미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방이 아무리 못생겼다고 해도 사랑에 빠지면 멋있고 잘생겨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예시바대학교 루시 브라운박사는 “사랑에 빠지면 강력한 코카인을 흡입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코카인과 같은 마약을 했을 때와 사랑에 빠졌을 때 동일한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난다고 하였다. 둘은 전혀 다른 상황이지만 뇌에서는 도파민이란 호르몬이 배출되며 심박 수가 빨라지고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마약에 중독되면 환각 현상이 보여 지는 것처럼 사랑에 빠진 사람 역시 왜곡되어 보여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개인의 차원에서만 왜곡현상이 보여 지는 것은 아니다.

현실의 왜곡,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 진실과 의미의 왜곡 등 우리 사회 곳곳에 병리학적 증상으로 만연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것은 ‘왜곡된 성문화’다. 특정한 가치나 관습만을 중시하는 배타적인 고정관념이 깊숙이 내재되어 있다. 남성중심사회인 우리나라는 성매매와 성 접대에 너무 익숙하고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상당부분 뒤틀려있고 왜곡되어 있다. 술에 취해서 착각했고 잘못 봤다고 말하는 일부 정치인들.

즉, 우리사회는 성문화에 대해 왜곡된 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상한 나라 엘리스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신드롬을 읽다 中 )

시각이라는 것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경험에 대한 ‘편견’과 ‘기대’로 자기만의 렌즈를 통해 현실을 바라보려 한다. 그러기에 ‘왜곡’역시 개인이 가진 지식을 신념과 일치하는 쪽으로 해석하려 하면서도 신념이 기대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심리적 유혹과 왜곡을 구별하지 못하고 쉽게 현혹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각상태가 계속 될수록 왜곡된 사고 속에서 세상을 바르게 보지 못하기에 제대로 된 행동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시각적 환영에 궁금증을 갖기에 앞서 버젓이 보이는 현실왜곡과 말도 안 되는 상황 극으로 몰고 가는 이 사회에 속속 박혀있는 ‘가짜 엘리스 증후군’ 환자들을 찾아 잘못된 사고와 신념을 바꿔주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이상한 나라 엘리스 증후군에 관련된 영화 이상한 나라 엘리스/ 2010, 아멜리에/ 2012, 드라마는 시크릿 가든/2011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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