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심리 레일라 박사, 고전 서사시 번역으로 한-아제르바이잔 문화 가교 역할”
아제르바이잔과 튀르크계 민족의 대표적 고전 서사문학인 **『키타비 데데 고르쿠드』**의 한국어 번역본이 출간되면서, 이를 기념하는 출판 행사가 서울대학교와 국회의사당에서 각각 개최되었다. 이번 번역은 아제르바이잔의 민족적 정체성, 영웅적 전통, 생활문화, 가치관을 담은 이 고대 서사시를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된다.
이번 한국어 번역 작업은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마심리 레일라(Dr. MASIMLI LEYLA) 박사와 한국의 유수진 작가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번역의 문학적 완성도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감수는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방민호 교수가 맡았다.
■ 마심리 레일라 박사, 양국 전통문학 교류의 연결고리 역할
마심리 레일라 박사와 유수진 작가는 이미 2년 전 아제르바이잔 전래동화 7편을 한국어로 번역·출간한 바 있으며, 현재는 한국 전래동화 20편을 아제르바이잔어로 번역 중이다. 이 작업은 오는 2025년 12월 말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모두 받은 그는 2025년 서울시 명예시민으로 선정되며 양국 문화교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마심리 박사는 이번 서사시 번역에 대해 “고전문학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민족의 정신적가치,역사적사실이 응축된 중요한 지적 자산”이라며, “이 깊은 층위에서 한국과 아제르바이잔이 공유할 수 있는 정신적 기반을 찾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 『키타비 데데 고르쿠드』와 한국 설화의 구조적 유사성
마심리 박사는 특히 『키타비 데데 고르쿠트』의 한 이야기인 **「바사트가 외눈박이 테페괴수를 물리친 이야기」**와 한국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신화 모티프를 주목했다.
두 이야기에는 모두 천상에서 내려온 여인, 신성한 물가에서의 목욕 장면, 인간 남성의 개입, 초월적 존재의 자유 제한, 인간-초월 존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구조가 반복된다.
그는 이러한 유사성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유라시아 전역에 분포한 ‘천상처녀형 설화(Swan Maiden Motif)’의 지역적 변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오랜 세월 유라시아 문화권이 공유해온 ‘하늘과 인간 세계의 결합’이라는 신화적 상상력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 서울대학교·국회의사당에서 출판 기념회 열려
이번 번역본 출판을 기념하기 위해 주한 아제르바이잔 대사관과 아제르바이잔 디아스포라 지원재단은 서울대학교와 대한민국 국회의사당에서 공식 기념회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학계, 문화계, 외교 관계자들이 참석해 번역본의 의의와 양국 간 문화·학술 교류 확대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마심리 레일라 박사 대한민국 명예시민 획득하다
마심리 레일라는 아제르바이잔의 작은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학업을 이어갔다. 2009년, 그는 아제르바이잔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는 바쿠 국립대학교 한국학과에 입학하여 2013년까지 한국 문학, 언어, 지리 등 한국학 전반에 걸친 기초와 전문 지식을 폭넓게 습득하였다.
한국어와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그는 2013년 한국 정부초청장학생 프로그램(GKS)에 지원해 선발되었고, 이후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하였다. 석사 과정 시작에 앞서 전남대학교에서 6개월간 한국어 연수를 받으며 학업 기반을 더욱 탄탄히 다졌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석사 과정을 시작한 그는 학문적 연구와 더불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봉사 활동 등에 참여하며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 2016년부터 2017년 사이에는 한국에서 첫 직장 생활을 경험하며 한국어 능력과 직무 역량을 동시에 발전시켰다. 이후 학문적 열정을 이어가기 위해 2017년 회사를 그만두고 인하대학교 박사 과정에 진학하였다.
박사 과정 동안 그는 유라시아튀르크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한국–아제르바이잔 학술 교류에 큰 기여를 하였다. 양국 간 세미나, 학술대회, 특강을 기획·주관했을 뿐 아니라, 튀르크 국가들에 대한 백과사전 편찬에도 주제 선정과 번역 등 다양한 역할로 참여하였다.
이후 에듀니티랩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는 한국과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함께 추진한 ‘아제르바이잔 교사 역량 강화 및 정보화 사업’에 참여하여, 한국의 교육 경험을 아제르바이잔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대학 강의 외에도 여러 중등교육 기관과 유치원에서 아제르바이잔 문화를 소개하는 강의를 진행하여, 한국 어린이들의 문화적 시야를 넓히는 데에도 큰 공헌을 하였다. 또한 아제르바이잔 디아스포라 지원 재단과 디아스포라청과 협력하여 한국에서 다양한 아제르바이잔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등 양국 간 문화 교류 활성화에도 힘써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