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적을 이룬 사람입니다. 죽음의 문턱을 딛고 다시 삶을 걷는 사람입니다."
[서울시티 선정진 기자] 최근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1천만 시대를 앞두고,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활력과 구매력을 지닌 새로운 시니어 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1950년에서 1971년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GG(Grand Generation)' 세대는 생물학적 나이보다 10년 이상 젊은 '감성 나이'로 자신을 인지하며, 건강 관리와 외모 가꾸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디지털 기기 사용에도 능숙한 '실버 서퍼'의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단순히 돌봄의 대상이 아닌, 자립적이고 왕성한 사회·경제 활동을 이어가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GG 세대의 역동성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한 사람이 있다. 강릉에서 시니어워킹 클래스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별하 배은자 강사다. 서울시티뉴스는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적으로 다시 걷게 된 후, 그 걸음으로 시니어 모델의 길을 개척하며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배은자 강사를 만나보았다.
Q. 강사님, 안녕하세요. 먼저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하시고 새로운 삶을 살고 계신 이야기가 많은 분들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2017년 갑작스러운 쓰러짐 이후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들려주시겠습니까?
A. 2017년 7월 29일, 제 인생은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쓰러진 후 의식이 돌아온 것은 2박 3일이 지나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였습니다. 병명은 뇌 수막종이었고, 8월 16일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에도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폐활량은 40% 미만이었습니다. 의료진들의 다급한 복식호흡 지시만이 어렴풋이 들릴 뿐이었죠. '나는 이대로 끝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정말 절체절명의 순간이셨군요. 그때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의지를 다지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습니까?
A. 그 순간, 두 아들과 딸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아빠를 잃은 지 겨우 2년도 안 된 아이들에게 저는 아직 꼭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살아야 한다, 끝낼 수 없다.' 그 생각 하나로 죽을힘을 다해 심호흡했고, 마침내 저는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그것이 저를 다시 일으킨 가장 큰 힘이었습니다.
Q. 의식을 회복하신 후에도 중추신경 손상으로 거동이 어려우셨다고 들었습니다. 재활 과정은 어떠셨습니까?
A. 네, 의식은 돌아왔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중추신경 손상으로 걷는 것은 물론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불가능했습니다. 2개월의 병원 생활 동안 물리치료를 받으며 다시 7일간의 고열과 사투를 벌였고, 퇴원 후에도 보조기에 의지한 재활이 계속되었습니다. 힘들었지만, 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의 응원, 그리고 의료진들의 헌신 속에서 조금씩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집에서는 매일같이 운동에 집중했습니다.
Q. 그 노력 끝에 마침내 다시 걷게 되셨군요. 그 경험이 시니어 워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나 봅니다.
A. 그렇습니다. 느리지만 단단한 걸음으로 다시 찾은 두 다리의 기적. 저는 그 발걸음으로 시니어 워킹을 시작했습니다. 3년 전 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니어 모델 워킹을 배우기 시작했고, 시니어모델지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문화예술대학교 모델과 시니어모델 전공 대학생으로서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Q. 요즘 GG 세대는 젊게 보이기 위해 건강 관리와 외모 가꾸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일상 속 노화 관리'를 중시한다고 합니다. 강사님의 워킹과 모델 활동 역시 이러한 트렌드의 일환으로 볼 수 있겠는데요. 단순히 신체 기능 회복을 넘어 시니어 모델로서 활동하시는 이유나 목표는 무엇입니까?
A. 네, 맞습니다. 제가 시니어 모델 활동을 하는 것은 단순히 걷기 위한 것을 넘어섭니다. 이제 제 꿈은 단순한 회복을 넘어, 저와 같은 시니어들이 건강한 삶과 아름다운 도전을 응원하고, 제가 받은 사랑과 도움을 사회에 봉사하는 삶으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워킹과 모델 활동을 통해 저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Q. 강사님께 '워킹'은 어떤 의미인가요?
A. 저에게 '워킹'은 단순한 걸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생명이고, 희망이며, 기적입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얻은 소중한 기회이자, 앞으로 제가 세상을 향해 나아갈 발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강사님처럼 새로운 도전을 꿈꾸거나 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시니어분들께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A. 저는 죽음의 문턱을 딛고 다시 삶을 걷는 기적을 이룬 사람입니다. 이런 저의 이야기가 많은 분들께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주변의 도움과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GG 세대는 아직 젊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우리만의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격려하고,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며 활기찬 노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배은자 강사님과의 인터뷰는 오늘날 GG 세대가 보여주는 놀라운 생명력과 가능성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배은자 강사의 '기적의 워킹'이 많은 시니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