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금융당국과 협의 없이 강남·서초·송파 등 일부 지역에 적용되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서울의 집값 상승세가 강남 3구를 넘어 서울 전역 25개 구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될 조짐을 보이면서 서울시는 토허제 재지정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시장의 혼란과 불안감은 이미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과연 적절했는가?
토지거래허가제는 2020년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는 일정 면적 이상의 부동산을 매입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해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를 완화하거나 해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관성과 시장과의 충분한 소통이다.
서울시가 이번 해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금융당국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은 큰 문제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한 지역적 문제를 넘어 금융시장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 금리 정책, 공급 정책 등과 연계된 정책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정책 간 엇박자가 나면 시장은 혼란에 빠지고, 투자심리는 급격히 변화할 수 있다.
서울 집값은 이미 토허제 해제 발표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강남 3구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이 비강남권으로 확산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으며, 실거래가 상승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는 몇 가지 요인 때문이다.
첫째, 투기 수요 증가다. 토허제가 해제되면서 강남 3구의 거래가 활발해졌고, 이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감이 형성됐다. 강남 지역의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인근 지역까지 영향을 미치며 연쇄적인 가격 상승이 발생한다.
둘째, 심리적 요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의 변화는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규제가 완화되거나 해제되면 "정부가 집값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형성되며 매수세가 몰린다. 최근 몇 년간 경험한 집값 폭등과 하락 사이클을 경험한 수요자들은 "지금이 아니면 못 산다"는 불안 심리에 따라 서둘러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셋째, 금리 인하 기대감이다.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기조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 부담이 줄어들어 부동산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토허제 해제가 이러한 기대감과 맞물리면서 서울 전역으로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했다는 점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단순한 단기적 가격 조절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를 목표로 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장의 반응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규제를 해제했고,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자 다시 "재지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정책의 일관성을 흔들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행보다. 부동산 시장은 규제와 완화가 반복되면 투기 세력이 그 틈을 노려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은 "서울시가 규제를 풀었다가 다시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단기 차익을 노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책이 흔들리면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실수요자들이다.
서울시는 시장 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규제 완화 전에 금융당국, 국토부 등과 협의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지방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며, 대출 규제나 세금 정책과 맞물려 있어야 효과를 발휘한다.
둘째, 시장과 소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갑작스럽게 규제를 해제하거나 재도입하면 시장은 불안정해진다.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과 조사를 통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정책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셋째, 추가적인 시장 안정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 토허제 해제 후 집값 상승 조짐이 보이면 단순히 "재지정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지원, 공급 확대 정책 등을 함께 발표해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 발표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미 집값 상승이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이 더 과열될 경우 재지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런 식의 ‘일단 풀고, 오르면 다시 조이고’ 식의 정책 운영은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사전 조율과 단계적 접근, 일관성 있는 정책 기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책 운영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단기적인 규제 조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정책적 일관성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