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전투기의 오폭 사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이는 군 기강 해이와 관리 소홀의 결과이며, 국가의 재정적 손실뿐 아니라 국민 안전에도 중대한 위협을 초래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이번 사고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부대 지휘관의 지휘·감독 미흡, 둘째, 조종사의 기본적인 절차 미준수, 셋째, 군 내부의 기강 해이와 의무 경시 풍조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믿을 수 없는 실책이 벌어진 것이다.
군 조직에서 지휘관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특히 전투기와 같은 고가의 첨단 무기를 운용하는 부대의 지휘관이라면 훈련과 작전 수행 과정에서 철저한 지휘·감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해당 부대의 지휘 체계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종사의 실수 이전에, 이러한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할 지휘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이다.
전투기 조종은 극도로 정밀한 절차를 요구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따라서 실전과 같은 훈련을 반복하며 오차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도 오폭과 같은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해당 부대가 훈련과 실무에서 허점투성이였음을 시사한다. 지휘관이 조종사들의 임무 수행 태도를 철저히 점검하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했다면 이런 사고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군의 기본은 엄격한 규율과 통제다. 이를 소홀히 하면 전투력은커녕 국민을 위협하는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전투기 조종사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다. 생명을 담보로 정밀한 임무를 수행하는 고도의 전문가다. 특히 전폭기는 오차 없는 타격이 핵심이며, 이는 철저한 절차 준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서는 조종사가 무기 시스템 입력 과정에서 기본적인 확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
군 작전에서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세 번 확인’이다. 이는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필수 절차다. 전투기 조종사는 좌표를 입력할 때 최소한 세 차례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이번 사고에서는 기본적인 확인 과정 없이 ‘앗, 실수’를 외칠 정도로 무책임한 태도가 드러났다. 이는 조종사 개인의 실수라기보다 전반적인 훈련 체계와 기강 해이가 누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인원이 이렇게 허술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민간 여객기 조종사도 수차례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데, 고도의 전투 임무를 수행하는 조종사가 ‘세 번 확인’도 하지 않고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훈련 과정에서 기본적인 확인 절차가 무너졌다면, 이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조종사의 실수라기보다 시스템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하며, 이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군 내부에서는 인권과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군인도 국민이므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가 과도하게 흐르면서 정작 군인의 기본적인 의무와 책임이 경시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그 단적인 예다.
군의 본질은 철저한 규율과 명확한 책임 의식이다. 훈련 과정에서 작은 실수라도 반복되면, 실전에서는 그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군 내부에서는 규율을 강조하면 ‘인권 침해’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훈련 강도를 높이면 ‘가혹 행위’라는 논란이 나오고, 기강을 다잡으면 ‘권리 침해’라고 반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결과적으로 군 내부의 기강은 나날이 해이해지고 있으며, 그 결과가 이번 전투기 오폭 사고로 나타난 것이다.
전투기는 수천억 원을 들여 도입하는 고가의 무기다. 그런데 단순한 실수 하나로 그 무기가 국민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 예산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군 내부의 기강을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 기본적인 절차를 어긴 조종사와 감독 책임을 다하지 않은 지휘관에게 엄격한 책임을 묻고, 훈련 과정의 기강을 재정비해야 한다.
군은 특수 조직이다. 다른 직장과 달리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군인 개인의 권리는 보호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임무 수행의 기강 해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의무와 책임’을 강조해야 한다. 군 내부의 기강을 바로잡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더 심각한 사고가 반복될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피해 현황]
3월 6일 오전 10시 4분경, 공군 KF-16 전투기 2대가 훈련 중 MK-82 폭탄 8발을 잘못 투하하여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다수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총 29명이 부상을 입었다.
3월 9일 기준, 포천시와 경기도가 실시한 3차 피해 조사 결과, 총 152건의 피해가 확인되었다. 이는 전날 집계된 142건에서 10건이 증가한 수치로, 추가적인 피해 조사가 예정되어 있다. 현재 군 당국은 사고 원인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으며, 공군 참모총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추가적인 피해 조사와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며, 피해 주민들에 대한 지원 대책도 마련되고 있다.
[한국군 오폭 사고 사례]
① 1996년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 중 공군 오폭
북한의 무장공비가 강릉에 침투한 사건 당시, 우리 공군이 작전 중 지형을 오판하여 공대지 폭탄을 잘못된 위치에 투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민간인 지역에서 폭탄이 터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② 2017년 강원도 철원 K-9 자주포 오폭 사고
훈련 중이던 K-9 자주포에서 실수로 포탄이 오발되어 훈련장 외부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일부 인원이 부상을 입었으며, 군의 사격통제 시스템과 절차 준수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③ 2022년 북한 미사일 도발 대응 중 현무-2 미사일 오폭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우리 군이 강력한 무력 시위를 하던 중, 현무-2 미사일이 발사 직후 비정상적으로 비행해 강릉 지역에 낙하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미사일이 군 기지 내에 떨어졌지만, 인근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군 당국의 발표가 늦어 불안감을 더욱 키웠다.
[해외 오폭 사고 사례]
① 1991년 걸프전 중 미군 오폭 (프렌들리 파이어)
미국 공군의 A-10 공격기가 이라크전에서 아군 영국군 차량을 오인해 폭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영국군 병사 9명이 사망했다.
② 1999년 코소보 전쟁 중 미군의 중국 대사관 오폭
나토군(미국 포함)이 세르비아를 공습하던 중, 중국 대사관을 오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목표 정보를 잘못 입력했다고 해명했지만,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③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 미군의 오폭으로 민간인 사망
탈레반을 겨냥한 공습 중, 미군 전투기가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결혼식장을 폭격해 민간인 수십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④ 2003년 이라크전 중 미군 F-16의 영국군 오폭
미군 F-16 전투기가 영국군 기갑 부대를 적군으로 오인해 공격, 아군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