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티=김청월 기자] 2019년 2월 28일, TV조선에서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이 첫 방송을 시작했다. 당시 트로트는 중장년층이 주로 소비하는 장르로 인식되었고,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올드한 음악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미스트롯은 이러한 편견을 깨부수고, 트로트를 대중음악의 중심으로 다시 끌어올린 프로그램이었다. 이 방송은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닌, 한국 음악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역사적 순간이었다.
트로트는 한국 대중음악의 오랜 역사 속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장르였지만, 2000년대 이후 K-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점차 주류 음악 시장에서 밀려나는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로트는 여전히 많은 대중의 삶과 함께하고 있었다. 다만,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젊은 세대와 공유할 플랫폼이 부족했던 것이 문제였다.
미스트롯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트로트를 하나의 ‘경쟁형 예능’으로 탈바꿈시켰다. 경연 형식을 차용해 참가자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하고, 이들의 성장 서사를 강조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몰입감을 제공했다. 또한, 전통적인 트로트 스타일뿐만 아니라 팝, 록, EDM 요소를 가미한 편곡을 통해 트로트의 현대적 변주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젊은 여성 참가자들이 주축이 되어 ‘트로트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탄생시켰다. 송가인을 비롯한 참가자들은 트로트를 단순히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이 아닌, 현대 대중이 즐길 수 있는 장르로 재포장하는 역할을 했다.
미스트롯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송가인의 발견이었다. 2019년 당시 송가인은 이미 몇 년간 무명 가수로 활동했으나, 미스트롯을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트로트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전통적인 국악 창법과 트로트를 절묘하게 결합한 창법으로 차별성을 보였으며, 특히 진심 어린 감정 표현과 탄탄한 가창력으로 많은 팬을 사로잡았다.
송가인의 우승 이후 그는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고, 전국 투어를 돌며 팬들과 소통했다. 그가 등장한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그의 공연은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송가인의 성공은 단순한 개인의 성과를 넘어, 트로트가 하나의 주류 음악 장르로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었다.
미스트롯의 성공 이후, 한국 방송계에는 트로트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TV조선은 "내일은 미스터트롯"을 제작해 한층 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MBN, KBS, MBC 등 주요 방송사들도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로트 가수들은 이제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형성하며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약하고 있다. 유튜브,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광고 모델로 발탁되며 대중문화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게 되었다.
또한, 미스트롯은 세대 간 음악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 중장년층에게는 익숙한 멜로디와 감성을,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편곡과 매력적인 퍼포먼스를 제공하면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2월 28일, 미스트롯의 첫 방송은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작이 아니었다. 그것은 트로트가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 무대로 돌아오는 계기가 된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트로트의 가능성을 새롭게 조명하며, 젊은 세대에게까지 사랑받는 장르로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트로트 시장은 더욱 확대되었고, 다양한 가수들이 등장하며 지속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미스트롯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트로트 열풍도 없었을 것이다. 2019년 2월 28일은 대한민국 음악사에서 트로트 르네상스가 시작된 날로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