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사이드 갤러리는 2월 6일부터 2월 28일까지 이창훈(b.1971)의 개인전 《유빙》을 진행한다.
찰나의 시간을 감각의 차원에서 경험하게 하는 이창훈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공간으로 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삶의 이야기로 치환해왔다. ‘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이창훈의 예술적 담론은 결국 그 공간과 시간을 점유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시공간 속에 흡수되어 있는 인간의 삶,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나 의미들을 반추하고자 관념적인 시간을 가시화하고, 삶의 서사를 모아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사진 작품과 함께 영상, 조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한강을 통해 바라본 인간의 욕망 전시 《유빙》은 사진연작 <한강>을 중심으로, <한강> 제작 과정을 담은 아카이브 영상 <봄, 여름, 가을, 겨울>과 사운드 <빙렬氷裂>, 도시에 내린 눈을 캐스팅한 <눈> 4개의 작품 형식으로 구성된다. 각 작품은 독립적이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의 의미를 돕는다. <한강> 시리즈는 한강을 비롯한 그 주변의 도시와 자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중요한 소재로 삼고 있다. 한강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가며 역사와 이야기를 불러오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이창훈은 사계절 동안 강변에서 길은 물을 수석 모양의 틀에 담아 얼음으로 만들어 박제하는 작업을 통해 시간의 유한성과 인간 욕망의 덧없음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작업은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이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서 허무해지고, 물질적 가치가 무상함을 깨닫게 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예술적 경험으로 욕망의 허무함을 성찰하다. 전시장에는 사운드 작품 <빙렬>이 울려 퍼진다. 이는 사진 연작 <한강>의 작업 중, 차가운 얼음이 더운 대기와 만나는 순간에 금이 가는 소리를 녹음·편집한 것으로 각 채널에서는 각기 다른 빙렬음이 간헐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들린다. 간혹 그 소리는 자연스럽게 겹치기도 하며 공간을 채운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 놓인 작품 <눈>은 겨울 도심에 내린 눈을 모아 만든 눈덩이들을 석고로 캐스팅한 작업으로 녹아 없어질 눈덩이를 영원히 보존하려는 태도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작품 <한강>과 내용적으로 이어진다.
전시는 인간의 모든 감각을 일깨우고자 한다.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 경험을 넘어서, 관객의 청각, 촉각을 자극하며 다채로운 감각적 차원으로 다가간다. 이창훈은 사진, 영상, 조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간'과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시간의 흐름과 인간 존재의 무상함을 담은 작품들은 관객에게 깊은 성찰을 유도하고, 욕망의 본질과 삶의 진정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내가 인식하는 인간은 욕망 지향적이며 허무적이다. 그러나 나의 작품이 단지 허무주의로 내사되지 않길 바란다.” -이창훈 작가노트 中작품 <눈> 작업과정삶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서,
이창훈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의 예술적 담론은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고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그가 시공간 속에서 포착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보편적인 삶의 서사이며, 그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가치, 의미를 반추하려는 노력이 드러난다. 또한, 인간 욕망을 넘어, 궁극적으로 존재의 근원을 자각하게 만들며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확장시키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허무적인 태도에 빠지지 않고,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물음과 함께 물질적 가치를 벗어나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을 촉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본 전시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창훈의 작업은 하나의 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며, 그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번 전시는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작가 노트
‘시간, 공간 그리고 인간’ 작업의 모티브는 시·공간이다. 시간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어떤 형태로든 잔재물을 생산하고, 이어 공간을 채워나간다. 작품은 공간 속,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질적 대상뿐만 아니라 비가시적인 것, 느낌과 정취 같은 비물질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여 기록된다. 그리고 순환하는 시간을 가로질러 찰나의 시간을 감각의 차원에서 경험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비시각적 시간의 가시화와 같은 표현 방식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즉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속에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확장된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게 되는데, 작업은 다소 관념적 주제의 모티브를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공간으로 하여 누구나의 보편적 삶의 이야기로 일반화된다. 즉 나의 작업은 시간을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더 먼 곳, 궁극의 종착지는 그 공간과 시간을 점유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비가시적인 시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내가 즐겨 사용하는 미술적 도구들도 인간의 흔적을 머금은 것들이다. 한강물에는 한강을 끼고 세대를 이어가며 살아왔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역사, 그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수석이나 눈 캐스팅 작업으로 자연을 소유하고 흐르는 시간마저 멈춰보려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하려 한다. 한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한강물은 물질에 대한 욕망으로 형상화되어 얼음과 사진으로 박제된다. 그러나 작품 속 얼려진 물이 녹아내리듯 인간의 욕망도 유한한 시간 앞에 사그라든다. 내가 인식하는 인간은 욕망 지향적이며 허무적이다. 그러나 나의 작품이 단지 허무주의로 내사되지 않길 바란다. 내가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다가갔을 때 그들이 존재의 근원을 스스로 자각하며, 말초적인 욕망이나 허무주의를 직시하고 한 걸음 물러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또 다른 열망을 불태우기를 희망한다.
작가 소개
이창훈(b.1971)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쿤스트아카데미 마이스터(Aufbaustudium) 과정을 마쳤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유빙>(ARTSIDE Gallery, 서울, 2025); <꼬리>(페리지갤러리, 2020); <매우 길거나 짧은>(소마미술관, 2013); <타인의 방>(갤러리 정미소, 2010) 등 다수의 개인전을 하였으며, 주요 그룹전으로는 <접촉, 경계, 혼란>(토탈미술관, 서울, 2020); <시간을 보다>(서울대학교미술관, 서울, 2019); <서울 공간 음향 예술 심포지엄>(플렛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서울, 2019); <INTRO>(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서울, 2014); <건축적인 조각-경계면과 잠재적 사이>(소마미술관, 서울, 2014); <생각여행-길 떠난 예술가 이야기>(경기도미술관, 안산, 2012); <제10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2011) <SeMA 2010_이미지의 틈>(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1) 등이 있다. 독일연방 교육부장관 조형예술 후원상(본, 2005)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여수시립미술관, 인천문화재단,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립은행(LBBW), Kabel BW GmbH (독일) 등에 소장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