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숙 테라피 플로리스트

  올해의 설은 예년과 달리 양력 1월에 있었다. 긴 연휴이긴 했지만 나는 교통체증을 염려해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열차 KTX를 타고 세종시의 나의 고향에 다녀왔다. 열차로 43분, 기차여행의 낭만도 느낄 수 없이, '아, 이제 기차를 탔으니,잠시 쉬어볼까!' 하며 설레이는 마음을 느끼는 순간도 잠시, 열차는 도착해 버렸다. 탑승시간이 너무나 짧아, 아쉽기만 했다.

그 옛날, 나의 아버지께서는 1950년대에 덜컹거리는 완행열차를 두시간씩이나 타시고 아침저녁으로 매일같이 서울로 통학을 하셨다고 한다. 그때는 산과 들 밖에 없는 허허벌판에, 느리게 운행되는 기차밖에 없었다는데, 흔들거리는 기차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시며 다니셨을까? 100세 시대인 현대 사회는, 70,80대는 아직 청년처럼 활동하시고, 90이 훨씬 넘거나, 100세의 연세에도 아직도 건강하게 본인 자신이 운전도 하시고, 골프도 다니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아마도 지금 아버님이 살아 계신다면, 내가 본 적이 없는 그 시절의 옛날 이야기들도 듣고, 참 재미있고 좋았을 텐데, 이제는 그 시절의 말씀을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의 반짝 반짝거리는 서울의 강남지역도, 예전에는 논밭과 복숭아 과수원들이었다고 하듯이, 세종시 역시도, 복숭아와 논과 밭정도의 아무것도 없는 평범했던 지역이, 세종시 산업 연구 단지로 지정된 이후부터 반짝반짝 드라마틱한 발전을 계속하고 있다. 중소 IT 기업은 물론, 신신제약, 한국 콜마, 하이트 진로 음료, 코리아 오토글라스, 메키 코리아, 두산 로지스틱스가 수주한 국내 최대 다이소 물류센타인 세종허브센타, 등등 크고 작은 많은 기업들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다고 한다. 이같이 지역이 발전하고, 산업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도시와 지방간의 경제적 격차가 해소되고, 지방 인구의 증가에도 도움이 되니, 국가를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나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 제일 신기한 것은, 조상님들의 산소 근처에, 내가 평소에 취미로 즐기고 있는 한국 전통의 “관운정"이라는 국궁 활터가 있었다. 서울 집 근처의 남산의 “석호정"에서 아침마다 심신 수양을 위해 배운 한국의 전통활, 국궁인데, 이곳에도 같은 국궁 활터가 있다니!. 이 무슨 재미난 인연인가? 생각했다. 조상님들의 산소에 성묘를 올 때마다 바로 옆에 있는 활터에 가서 활을 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마음이 즐거워졌다.

이 지역의 경제적인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동시에 발전 계승시키고자하는 세종시의 정책이 균형을 이루어 보인다. 국궁은 한국 전통의 스포츠로써, 심신수련에 아주 좋은 운동의 하나이다. 산업도 발전시키면서, 사라져 가는 전통도 살릴 수 있으니, 성공하면 두 가지 정책이 모두 충족된다.

요즈음의 나는, 부모님의 숨결이 느껴지는 그 땅에 꽃과 나무로 둘러 쌓인, 작고 아담한 프랑스의 어느 시골집같은 예쁜 오두막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식들을 위해 헌신 하시며 열심히 삶을 사시다가 이제는 모두 내려놓고 편안히 쉬고 계시는 땅. 그 곳에 때때로 내려가, 조용히 자신의 뿌리를 돌아다 보며 편안히 미소짓는 나의 모습,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나의 정원에 앉아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있을, 고요한 미래의 나의 모습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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