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F. 월터의 저서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표지 이미지. (사진출처=열린책들)
바바라 F. 월터의 저서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표지 이미지. (사진출처=열린책들)

[서울시티=김청월 기자] 바바라 F. 월터의 저서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현대 사회에서 내전의 발생 원인과 과정을 면밀히 분석한 작품이다. 이 책은 내전의 본질을 단순한 무력 충돌 이상의 구조적, 정치적, 사회적 요인들로 설명하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위험 신호를 경고한다.

월터는 내전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약화된 민주주의와 정체성 정치의 부상을 꼽는다. 현대 국가에서 내전은 더 이상 군사 쿠데타나 이념적 갈등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대신, 정체성 기반의 정치가 강화되면서 특정 집단이 배제되거나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상황이 조성될 때 내전의 위험이 커진다고 주장한다. 특히, 소수 집단이 정치적 권력을 잃거나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경우, 그들의 불만이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월터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체성 정치의 강화가 민주주의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권위주의적 지도자의 등장, 선거 과정의 불투명성, 그리고 다수 집단에 의한 소수 집단의 억압은 모두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제시된다.

내전의 발생은 단순히 구조적 문제가 아닌, 구체적인 사건과 선동의 결과로도 촉발된다. 월터는 극단주의 세력이나 선동적인 정치 지도자가 소셜 미디어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대중을 동원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정보의 편향적 유통과 과열된 정치적 담론은 대중의 불만을 극대화하고, 이로 인해 폭력적 충돌의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그녀는 '선동적 언어'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특정 집단을 적으로 규정하거나 불신을 부추기는 언어는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폭력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러한 언어가 일상화되면, 분열된 사회는 폭력에 더 취약해진다.

월터는 책을 통해 현대 사회가 내전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한다. 첫째, 민주주의의 회복과 강화가 필수적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 법치주의의 확립, 그리고 다양한 사회적 목소리를 포용하는 정치 시스템은 내전의 위험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둘째, 정체성 정치의 극단화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수와 소수 집단 간의 평등과 공존을 증진하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포용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편견을 줄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폭력적 선동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허위 정보와 혐오 표현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고, 시민들은 비판적 사고를 통해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는 단순히 과거의 사례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내전의 위험을 경계하고, 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촉구한다. 월터의 통찰은 단순히 정치적, 사회적 논쟁을 넘어,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만든다.

오늘날 전 세계는 정치적 양극화와 정체성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 책에서 제시된 내전의 경고 신호와 해결책은 우리 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귀중한 교훈으로 다가온다. 내전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문제의 원인을 직시하고, 작은 변화에서부터 실천할 때 비로소 내전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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