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티=김청월 기자]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Diana Beresford-Kroeger)는 과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심도 깊게 탐구한 저술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의 책 『세계숲(The Global Forest)』은 현대인이 잊고 살아가는 숲의 가치와 그것이 인류에게 주는 혜택을 과학적 근거와 철학적 통찰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책은 단순히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심오한 메시지를 전한다.
『세계숲』의 주요 메시지는 숲이 단순히 자연 경관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이라는 점이다. 다이애나는 숲이 지구 대기의 균형을 조절하고, 물 순환과 탄소 저장소로서 역할을 하며,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숲은 지구 대기의 산소를 생산하는 주체이며, 인간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기 질을 정화한다. 그녀는 또한 특정 나무들이 어떤 화학적 물질을 방출해 주변 생태계를 조화롭게 유지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며, 숲이 단순한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의 공동체’임을 역설한다.
이러한 통찰은 숲을 단지 개발 대상이나 자원으로 여기는 관점에 도전한다. 다이애나는 인간이 숲에 의존하면서도 그 존재를 당연시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숲은 인간의 생존을 뒷받침하지만, 그 보답으로 인간은 숲을 파괴하며 그 혜택을 잃어가고 있다. 이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 중심적 사고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다.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의 독창성은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전통적 지혜를 융합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제시한다는 점에 있다. 그녀는 전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지식과 현대 과학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그녀는 고대 켈트족의 철학과 자연관에서 영감을 받아, 숲과 나무에 깃든 영적인 연결성을 설명한다. 다이애나는 나무가 생태계에 기여하는 과학적 기능과 함께, 인간의 정서적, 정신적 건강에도 깊이 관여한다고 주장한다. 그녀의 메시지는 자연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기술적이거나 과학적 접근에만 국한될 수 없다는 점을 일깨운다.
예를 들어, 그녀는 특정 나무들이 사람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능을 지닌다는 점을 연구를 통해 입증한다. 현대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자연이 여전히 인간 삶의 중요한 치유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연에 대한 존중이 단순한 미덕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임을 설파한다.
『세계숲』은 독자들에게 숲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다이애나는 환경문제가 거시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그녀는 개인이 나무를 심고,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일상에서 소비를 줄이는 등의 실천을 통해 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숲을 보호하는 것이 단순히 환경 운동의 차원을 넘어,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지구를 물려주는 윤리적 의무라는 점을 일깨운다.
이러한 개인의 노력은 단기적으로는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다이애나는 “작은 씨앗이 숲을 이룬다”는 자연의 법칙을 통해, 인간의 행동 역시 집단적으로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가 개인의 작은 실천과 결합될 때만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다.
『세계숲』은 단순한 환경 서적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하는 철학적 여정이다.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숲의 가치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동시에 인간과 자연이 본래 하나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녀의 글은 독자들에게 숲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실현하는 길임을 역설한다.
현대 사회는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의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악순환에 갇혀 있다. 그러나 『세계숲』은 우리에게 작은 변화로도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희망을 심어준다. 자연은 단순히 인간이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책은 숲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행동이 결국 인간 스스로를 지키는 길임을 깨닫게 해준다.
숲은 그 자체로 완전한 생명체이자, 인류의 미래를 위한 마지막 보루다. 『세계숲』을 통해 우리는 자연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이를 보존하기 위한 우리의 책임을 새롭게 자각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