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의 저서,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서울시티=김청월 기자] 천수이의 저서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는 법과 사랑이라는 상이해 보이는 두 개념이 어떻게 서로 얽혀 있는지를 탐구한다. 책은 법이 단순히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 체계로서의 기능만을 넘어, 인간의 본성과 공동체의 윤리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사랑이라는 요소가 법적 판단과 실행 과정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사랑 없는 법이 과연 인간다운 법일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제시한다. 이 칼럼에서는 법과 사랑의 상호 관계를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서 법이 가지는 의미와 한계를 고찰하고자 한다.
법은 기본적으로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인간의 감정, 윤리, 그리고 상호 이해가 깊이 작용한다. 사랑이란 인간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가장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방식 중 하나로, 이는 법의 정신에도 스며들어 있다. 예를 들어, 헌법의 기본정신은 평등, 자유, 정의와 같은 원칙을 중심으로 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 즉 사랑의 요소가 자리 잡고 있다.
사랑 없는 법은 단순한 규율의 나열에 불과하다. 법이 사람들의 삶을 공정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공감과 이해, 그리고 인간애가 포함되어야 한다. 법이 제도적으로는 엄격하고 객관적이어야 하지만, 판결 과정이나 법 집행에서는 인간의 상황과 감정을 고려하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은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인 통제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사랑 없는 법은 종종 불평등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법이 정의를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그 안에 편견이나 권력의 논리가 작용한다면 이는 오히려 억압의 도구가 된다. 특히 사회적 약자, 소수자, 그리고 권력의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은 법의 사랑 없음을 가장 먼저 체감한다. 천수이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사랑 없는 법이 어떻게 사회적 불의와 고통을 재생산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예를 들어, 현대 사회에서 난민, 이주민, 그리고 경제적 약자에 대한 법적 처우는 종종 사랑과 동떨어진 모습으로 나타난다. 법은 형식적으로는 공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거나 약자들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사랑이 결여된 법은 정의를 표방하면서도 불평등을 정당화할 수 있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랑이 있는 법은 어떤 모습일까? 이는 법의 형평성과 공감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데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법률가나 판사의 역할은 단순히 법 조항을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사자들의 상황과 맥락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포함되어야 한다. 법을 집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사랑과 공감이 적용될 때, 법은 비로소 인간적이고 정의로운 모습을 가질 수 있다.
사랑이 있는 법은 또한 공동체의 연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사랑은 개인적 차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다. 천수이가 말하는 법과 사랑의 조화는 결국 우리 사회가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한다. 법이 사랑을 품을 때, 우리는 단순히 규칙을 따르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진정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는 법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다운 사회의 본질을 묻는다. 사랑 없는 법은 결국 인간의 존엄성을 담보하지 못하며, 정의와 평등을 실현하기 어렵다. 반면, 사랑이 깃든 법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천수이의 통찰처럼, 법은 사랑의 실천적 도구가 될 때 비로소 그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법을 논할 때, 그 안에 사랑의 요소가 얼마나 담겨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랑 없이 법을 말하는 것은 단순한 형식의 논리에 불과하며, 인간다운 법, 그리고 진정한 정의는 사랑과 함께할 때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