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티=김청월 기자] '애프터 넷플릭스'라는 주제는 단순히 넷플릭스의 흥망성쇠를 넘어, 오늘날 콘텐츠 산업의 변화를 논의하는 데 핵심적인 의미를 지닌다. 조영신의 저작에서 다룬 것처럼, 넷플릭스는 콘텐츠 생산과 소비 방식에 있어 혁신을 일으켰다. 글로벌 구독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며, 전통적인 미디어 플랫폼과 극장 중심의 배급 체계를 재편했다.
넷플릭스는 단순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아니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로컬 시장을 타겟으로 한 글로벌화 전략을 병행했다. 예컨대, 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넷플릭스가 단순히 미국 시장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제는 '넷플릭스 시대 이후'라는 담론이 중요해졌다. 디즈니+, 애플TV+, 아마존 프라임 같은 경쟁자의 등장과 함께, 스트리밍 산업은 더 이상 넷플릭스 독주의 시대가 아니다.
넷플릭스 이후 스트리밍 산업은 더욱 다각화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자체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구독 모델의 세분화>
넷플릭스가 처음 선보였던 구독 기반 모델은 이제 다양한 형태로 변모했다.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AVOD)와 특정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구독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다. 디즈니+는 자체 콘텐츠 보유를 강점으로 삼아 가족 중심의 전략을 펼쳤고, 아마존 프라임은 물류 서비스와의 연계를 통해 생태계를 확장했다.
<콘텐츠의 초지역화>
로컬 콘텐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플랫폼들은 지역별 맞춤형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일본, 인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데 이어, 디즈니+와 애플TV+ 또한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초지역화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로컬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소비자 경험의 재정의>
넷플릭스는 사용자 경험(UI/UX)에서도 큰 혁신을 이루었다.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과 다양한 디바이스 간의 호환성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그러나 이제 경쟁자들도 이 기술을 빠르게 모방하며 소비자 경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좋은 콘텐츠'만이 아니라, '어떻게 소비될 것인가'를 중심으로 플랫폼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넷플릭스 이후 스트리밍 산업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구독 피로감(Subcription Fatigue)>
소비자들은 점점 더 많은 플랫폼을 구독해야 하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한 플랫폼만으로는 모든 콘텐츠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는 복수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특정 플랫폼을 선택하거나, 계정 공유나 불법 다운로드로 이동할 가능성을 높인다.
<수익성 문제>
스트리밍 산업은 막대한 콘텐츠 제작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초기에는 구독자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으나, 이제 수익성을 보장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가격 인상, 광고 도입, 계정 공유 제한 같은 정책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 과잉 공급>
매년 수천 편의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선택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잉 공급된 콘텐츠는 일부 작품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문제를 야기하며, 플랫폼 간의 차별성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넷플릭스 이후의 스트리밍 시장은 몇 가지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확대>
구독과 광고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면서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다. 넷플릭스조차도 광고 기반 요금제를 도입하며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있다.
<기술과 콘텐츠의 융합>
AI와 머신러닝은 콘텐츠 추천 시스템뿐 아니라, 제작 과정에도 점점 더 활용되고 있다. 또한 VR과 AR 같은 몰입형 기술은 미래의 콘텐츠 소비 방식을 재정의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플랫폼 간 협업>
경쟁을 넘어선 플랫폼 간의 협력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정 콘텐츠에 대한 공동 배급이나 글로벌 이벤트 같은 형태는 플랫폼 간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전략이다.
넷플릭스 이후의 시대는 단순히 한 플랫폼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와 기술, 소비자 경험 전반의 진화를 말한다. 스트리밍 산업은 이제 단순한 콘텐츠 배급이 아니라, 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의 장이 되었다. 이 변화의 흐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플랫폼은 자신의 정체성과 강점을 재정립해야 한다. '애프터 넷플릭스'는 결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또 다른 페이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