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공중파 컬러텔레비전 첫방송. (사진출처=
대한민국의 공중파 컬러텔레비전 첫방송. (사진출처=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울시티=김청월 기자] 1980년 12월 22일, 대한민국의 공중파 방송사인 KBS2 TV와 MBC TV가 컬러 본방송을 시작했다. 이 날은 단순히 기술적 전환을 넘어, 한국 사회의 문화적, 경제적 변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기점이었다. 흑백 화면에서 컬러 화면으로의 전환은 시청자들에게 시각적 풍요를 제공하며, 방송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1970년대 후반, 세계 방송 환경은 이미 컬러 방송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컬러 방송이 보편화되었지만, 대한민국은 경제적 여건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컬러 방송 도입이 지연되었다. 그러나 1970년대 후반부터 급격한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으로 컬러 방송 도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는 국가 현대화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방송 기술 혁신을 중요 과제로 삼았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민국의 방송 기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1980년 12월 22일 KBS2와 MBC의 컬러 본방송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국가적 프로젝트로 간주되었다.

컬러 방송의 도입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다. 기술적 준비뿐만 아니라 방송 장비 교체와 인프라 확충, 관련 인력의 재교육 등 다방면에서의 준비가 필요했다. 방송국은 컬러 카메라와 송출 장비를 도입하고, 제작진은 컬러 화면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과 미적 감각을 익혀야 했다.

1980년 12월 22일, KBS2와 MBC는 정식으로 컬러 본방송을 시작했다. 이는 서울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첫날 방송된 프로그램은 뉴스,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었다. 컬러 화면에서 펼쳐진 생생한 영상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과 신선함을 안겨주었다.

컬러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방송 프로그램 제작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 흑백 화면에서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생동감과 디테일이 컬러 화면을 통해 구현되면서, 드라마와 예능,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의 질적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다. 예를 들어, 당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는 컬러 화면을 활용해 시대적 배경과 인물의 감정을 더욱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컬러 방송의 확산은 가전산업과 광고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컬러 TV 보급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국내 TV 제조업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당시 금성사) 등은 컬러 TV를 대량 생산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했다. 또한, 컬러 화면을 활용한 화려한 광고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을 다각화하며 광고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컬러 본방송은 단순한 기술적 혁신을 넘어, 한국 사회의 근대화와 세계화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컬러 TV는 가정 내에서의 여가 문화를 변화시키며, 가족들이 함께 시청하는 시간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했다. 또한, 컬러 방송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생생히 전달함으로써 한국인의 시야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개인의 삶에 국한되지 않았다. 국가적으로도 컬러 방송은 대한민국의 기술적, 문화적 역량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은 컬러 방송 기술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무대가 되었고, 이는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1980년 12월 22일 KBS2와 MBC의 컬러 본방송 시작은 대한민국 방송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이는 단순히 흑백에서 컬러로의 기술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경제와 문화, 시청자들의 삶 전반에 걸친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4K, 8K와 같은 초고화질 방송으로 이어지는 발전의 첫걸음이 된 컬러 방송은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혁신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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