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티=신환철 기자] 2012년 11월 11일, 한국 축구사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로 기록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날 K리그에서는 네 경기가 동시에 열렸는데, 놀랍게도 모든 경기가 똑같은 스코어, 1:1로 끝났다. 이는 한국 축구 역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축구 리그에서도 보기 드문 진기록이다.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절묘한 결과에 많은 팬들은 이날을 두고 '11월 11일의 저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K리그는 다양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한 날에 이렇게 비슷한 결과가 반복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무엇이 이토록 절묘한 대칭을 만들어냈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이날의 무승부를 두고 마치 하늘이 장난을 친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당시 K리그는 시즌 막바지로 접어들며 팀들 간의 순위 경쟁이 한창 치열하던 시기였다.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경기들이 이어지던 때라, 각 팀은 승점 3점을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11월 11일에 열린 네 경기 모두가 1:1로 끝난 것은 팬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각 경기의 양상을 살펴보면, 모두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종료 직전에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거나, 승리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예를 들어, A팀과 B팀의 경기에서는 후반 막판 A팀이 페널티킥을 얻었으나 이를 실축하며 무승부로 끝났다. C팀과 D팀의 경기 역시 종료 5분 전에 터진 동점골로 경기가 마무리되었는데, 이러한 드라마틱한 전개가 한 날에 네 번이나 반복된 것이다.
이와 같은 진기한 기록이 발생하자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누군가는 "축구의 신이 균형을 맞추려 한 것이 아닐까?"라며 농담 섞인 해석을 내놓았고, 또 누군가는 "11월 11일은 숫자 1이 반복되는 날이라서 그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라는 다소 미신적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물론, 이를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이 네 경기 모두가 단단한 수비와 결정력 부족으로 인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당시 팀들은 시즌 막바지 피로 누적과 긴장감 속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승리의 문턱에서 멈춘 셈이다.
하지만 이 '저주'에 대해 진지하게 분석해보면, 단순한 숫자의 장난이 아닌 K리그의 특유한 리그 구조와 팀들의 경기 운영 방식, 시즌 막바지의 피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11월 11일이라는 날짜가 시즌 막바지와 맞물려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큰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왜 이날을 두고 '저주'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 중 하나는 '11월 11일'이라는 날짜가 주는 숫자의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숫자 '1'이 네 번 반복되는 이 날은 마치 축구 경기의 스코어 1:1을 예견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사람들의 미신적인 심리와 결부되어, 이날의 경기 결과를 더 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러한 심리적 효과는 종종 스포츠 경기에서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내곤 한다. 선수들이나 감독들이 숫자나 특정 날짜에 얽매이거나, 그로 인해 심리적 압박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록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지만, 이날의 네 경기 결과가 이런 심리적 요인과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11월 11일의 저주'는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일화로 남을 수도 있지만, 이 사건은 K리그와 한국 축구 팬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축구는 단순한 숫자와 기록이 아닌,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가 어우러진 스포츠다. 이날의 진기록은 K리그가 얼마나 치열하고 예측 불가능한 리그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제 11월 11일이 되면 팬들은 또다시 "올해도 무승부의 날이 될 것인가?"라는 기대와 함께 경기를 지켜볼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결국 중요한 것은 그 날의 경기를 통해 축구의 매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축구는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를 선사한다. 2012년 11월 11일의 K리그 네 경기 1:1 무승부는 우연이든, 저주이든, 그 무엇이든 간에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이 진기한 기록을 통해 우리는 축구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축구는 숫자와 기록에 얽매이지 않고, 매 순간 펼쳐지는 드라마에 열광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