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저장평호후·당호10국' CCTV 속기전에서 스웨 9단이 생애 첫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중국 시나닷컴 제공)
2022년 '저장평호후·당호10국' CCTV 속기전에서 스웨 9단이 생애 첫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중국 시나닷컴 제공)

[엔디엔뉴스=김경동 기자] 16일 벌어진 2022년 '저장평호후·당호10국' CCTV 속기전에서 스웨 9단이 셰얼하오 9단을 꺾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은 30만위안, 준우승 상금은 12만위안이다. 

준결승전에서 스웨 9단과 셰얼하오 9단은 각각 랴오위안허 8단, 리친청 9단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결승전에 진출한 스웨와 셰얼하오는 모두 LG배 선수권자로 스웨는 2013년 제17회 LG배에서 원성진 9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5년 뒤 셰얼하오도 일본의 이야마유타 9단을 꺾고 LG배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두 사람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상대전적에서 3-3 팽팽한 균형을 이뤘으나 스웨가 이번 승리로 4-3으로 앞서 나가게 됐다. 

대국 후 가진 인터뷰에서 스웨는 "형세가 좋다고는 생각했다. 대국 후 AI로 보니까 한차례 승률이 20%였던 적도 있었지만 제 생각에는 줄곧 괜찮았던 것 같다. 후반 귀에서 상대가 좀 느슨하게 뒀는데 그때 내가 더 격차를 벌려서 앞서나가 비교적 평온하게 승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웨 9단은 2013년 LG배 우승, 2014년 위부부동산배 우승 이후 8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1987년에 창설된 CCTV 속기전은 명인전과 천원전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역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속기대국으로 진행되어 개연성이 커서 연속 우승은 물론 두 번 우승도 하기 어려운 기전으로 꼽힌다. CCTV는 2003년 저우루이양 9단의 우승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를 포함해 20년 동안 두 번 우승을 차지한 이가 없다. 마샤오춘 9단은 2회 연속 우승경험이 세 차례 있으며, 총 7회 우승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서 CCTV배는 이렇게 우승하기 힘든 기전으로 알려진 가운데 32강전에는 총 12명의 세계대회 선수권자가 출전했으나 커제, 구쯔하오, 스웨이, 미위팅 등 4명만이 16강에 진출할 정도의 난타전이 벌어졌다. 이번 대회 32강에는 디펜딩챔피언 커제를 비롯하여 구쯔하오, 딩하오, 판팅위, 장타오, 미위팅, 양딩신, 퉈자시, 리친청, 천야오예 등 역대 우승자 9명도 포함되어 있다. 그 가운데 누가 우승을 하더라도 19년 동안 지속되어 온 기현상을 깨뜨리게 되지만 스웨가 우승하면서 CCTV배는 다시 새로운 우승자를 맞았다. 관심을 모았던 랭킹 2위 리쉬안하오 9단도 16강전에서 스웨 9단에게 패해 탈락했다.

13일 벌어진 32강전에서 천셴은 천야오예와 대국을 하게 됐는데 돌가림 과정에서 천야오예가 백돌을 한움큼 쥐자 천셴은 천야오예 쪽에 있던 백 바둑통에서 한 알을 꺼내 바둑판 위에 놓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천야오예는 20여년 동안 바둑을 둬 봤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고 대국 후 털어놨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천셴은 자신 쪽에 있던 흑돌 중 한 알 혹은 두 알을 꺼내 홀짝을 맞혀 돌을 가리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당시 천야오예는 즉각 심판을 불러 이 과정을 설명한 후 천셴도 자신이 돌을 잘못 꺼냈다는 것을 이해하고 다시 돌을 가렸다. 천셴은 대국에서 승리했고 다음 라운드에서 국내랭킹 1위인 커제까지 꺾으며 기세를 올렸으나 8강전에서 이번 대회 준우승자인 셰얼하오 9단에게 패했다. 

중국의 한 매체는 이 사건을 가리켜 "돌가리기는 할 줄 몰라도 커제를 이길 수는 있다"는 제목으로 당시 상황을 보도했다. 

저작권자 © 서울시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