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디엔뉴스=장성은 기자]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로 최근 화제에 오른 tvN 주말극 <작은 아씨들>의 오프닝은 이야기의 중요 복선과 상징, 결말을 함축한다. 드라마의 서사가 흐르기 전에 시청자에게 이야기를 넌지시 암시하며 이목을 사로잡는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이뤄진 오프닝에서 보이는 작은 단서를 시작으로 <작은 아씨들>을 살펴보자.
오프닝은 커튼이 열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거대한 손이 샹들리에 불을 켜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거대한 손은 ‘도둑공주’라는 난초를 단상에 내려놓고 엄지로 중지의 끝부분을 튕겨 새장을 친다. 새장에 들어 있던 자동차를 포함해 푸른 난초와 장난감 병정과 도형들이 쏟아진다. 추락하는 자동차 이미지의 끝에는 세 자매가 있다. 돈을 깔고 누운 첫째 오인주(김고은), 테킬라를 마시는 둘째 오인경(남지현), 그림을 그리는 막내 오인혜(박지후)다. 세 자매는 엎질러진 열무김치를 가운데에 놓고 여러 시각적 요소가 배열된 식탁 앞에 앉았다가 손을 잡고 나가 불을 밝히는 저택을 바라본다. 도둑공주의 실루엣과 함께 나타난 거대한 손이 저택에 닿자 등불은 이내 꺼진다.
커튼이 열리고 샹들리에 불이 켜지는 오프닝의 첫 장면은 극을 여는 1화를 은유한다. 1화에서는 불의 꺼짐과 켜짐, 인물의 뒷모습으로 세 자매의 변화를 암시한다. 오프닝이 끝나고 나오는 첫 시퀀스는 케이크 촛불을 불며 오인혜의 생일을 축하하는 모습이다. 생일날 촛불을 끄는 행위는 이전의 모습은 어둠 속에 남기고 새로 태어나고자 하는 것에 뿌리를 둔다. 오인혜의 생일 축하 장면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세 자매가 어떻게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지 주목하면서 본다면 더욱 흥미롭다.
세 자매는 곧 뒷모습으로 보이면서 어둠을 맞이한다. 오인혜의 뒷모습이 가장 먼저 등장하는데, 엄마(박지영)와 언니들과 식사하는 장면에서다. 사회적 배려자 전형으로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았느냐고 엄마가 물었을 때 인혜의 뒷모습이 보이면서 변화의 조짐을 나타낸다. 이후 오인혜는 월령가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때 눈을 반짝이며 언니들에게 자주 등을 보인다. 오인경의 뒷모습은 회사에서 알코올중독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소집된 긴급회의에서 보인다. 이로 인해 정직을 처분받은 오인경은 박재상 재단의 비리 의혹을 밝히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한다. 오인경의 뒷모습은 오인주에게로 이어진다. 자살한 진화영이 오인주에게 제이지요가원 회원권을 양도했다는 뜻밖의 전화를 받는 장면에서 오인주의 뒷모습이 보인다. 무엇보다 오인주가 현금 20억을 발견하는 모습을 탈의실 캐비닛 안에서 찍었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밝게 빛나는 오인주의 모습 말이다. 이 장면은 세 자매가 어둠을 뚫고 나와 변화하는 서막을 알린다.
오프닝에서 거대한 손이 새장을 건드리자 자동차와 여러 사물이 쏟아지는 장면은 비밀의 폭로를 연상시킨다. 새장에 갇혔던 새가 밖으로 나와 활갯짓하듯 오키드건설 신현민 이사의 자동차 추락 사건 뒤 의문과 추리를 뒤집는 사건들이 발생한다. 사람들의 죽음을 연결하는 ‘푸른 난초’와 어릴 적 박재상이 원령가에서 훔친 ‘장난감 병정’과 시체를 보관하는 관과 원령 그룹을 불러일으키는 ‘도형’은 서로 얽힌 이야기로 보인다. 추락하는 자동차 이미지 끝에 나오는 세 자매는 차 사고를 계기로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에서 진실을 추적한다.
긴 식탁에 놓인 여러 시각적 요소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연결고리며, 세 자매가 바라본 저택은 원령가일 것이다. 도둑공주의 실루엣을 뒤로하고 나타난 거대한 손이 저택에 닿자 불이 꺼지는 모습은 월령가의 몰락으로 볼 수 있다. 오프닝에서 처음 샹들리에 불을 켠 거대한 손이 월령가를 거두고 불을 끄며 막을 내린다. 진화영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가 밝혀지면서 월령가의 비밀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이야기를 시작한 이가 끝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정서경 극본가는 인터뷰에서 “<작은 아씨들>이 백두대간과 잎맥으로 이뤄진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이 작품에서 백두대간은 진화영의 미스터리한 죽음이고 잎맥은 여타의 사건들이다. <작은 아씨들>의 오프닝은 진화영의 죽음(혹은 진화영)이 극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놓치지 않고 주목하게 만든다.
tvN 주말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매주 토·일요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