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소방서 백학119안전센터 소방사 전노아
연천소방서 백학119안전센터 소방사 전노아

【수도권/ndnnews】 안홍필 기자= “남편이 사라졌어요.” 점심시간을 지나고 있는 오후 1시경, 애타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는 아내이고, 구조대상자인 남편은 치매 환자라는 상황실의 지령. 안타까운 마음을 대변하듯 하늘에서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고 여느 때처럼 소방차에 올라타 출동에 나섰다. 

사람들은 종종 묻곤 한다. 가장 어려운 출동이 어떤 거냐고. 그럴 때마다 대답하길 ‘실종자 수색’이라고 한다. 연락도 되지 않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을 찾는 건 늘 막막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결국 찾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실종자의 인상착의는 오래된 작업바지에 파란 장화를 신고 지팡이를 사용하는 노인. 이 내용으로 잘 알아볼 수 있을까 싶은 염려와 빨리 찾아야 한다는 바람으로 마음이 급해졌다.

핸드폰도 없고 뚜렷한 목격자도 없이 막막하던 찰나, 아내분께 한가지를 여쭤봤다. “과거에 비슷한 일이 있었나요?” 곰곰이 생각하더니 작년 이맘때쯤에도 뒷산에 밤 주우려고 혼자 올라갔다고 했다. 함께 출동한 구급대와 팀원들에게 바로 이 내용을 전했고 곧이어 그 뒷산으로 향했다. 얄궂은 산이었다. 잘 가꿔진 지정 등산로가 없었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며 풀이 짓이겨지면서 흙바닥이 드러나 있는 등산로뿐이었다. 그 불친절한 길을 올라가던 중 갈림길이 나왔다. 함께 가던 구급대 선임과 상의한 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한참을 걸어가던 그때 산비탈 아래서 사람의 머리 모양이 보였다. 별 이상이 없기를 바라며 다가가면서 이름을 부르자 남편분이 뒤척이기 시작했다. ‘아! 찾았다.’ 다행히 의식이 있어 보였다. 곧바로 무전을 하며 가까이 가서 상태를 확인했을 때, 의사소통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의식은 명료한 상태이고, 체온과 혈압이 약간 떨어져 걱정했지만 스스로 일어나려 했으며, 골절 등 다른 외상은 없었다.

곧 구급대가 도착해 한 번 더 환자 상태를 진단했고 활력징후에 큰 이상이 없어 부축하며 하산하기로 했다. 거동이 불편해 양 옆·앞뒤에서 부축하고 발에 걸리는 넝쿨들을 걷어내며 행여나 넘어질까 조심히 내려왔다.

구급대원과 같이 단숨에 올라온 아내분은 그제야 걱정되는 마음을 쓸어내리며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다. 귀소 중 회상해 보았다. 팀원들의 칭찬, 감사를 전하는 보호자, 무엇보다 다친 곳 없이 무사한 구조대상자를 생각하니 긴장되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았고 산을 오르며 느낀 피로는 어느샌가 싹 가셨다. 창밖을 보니 하늘도 어느덧 따스한 해를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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