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센터 소방사 조원진
백학센터 소방사 조원진

【수도권/ndnnews】 안홍필 기자= 오후부터 오기 시작한 비는 밤에도 계속 내리며, 아직은 추위가 계속되었다. 이렇게 부슬비가 오는 날은 맑은 날보다 위험 요소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평소와 같이 준비돼있자는 마음가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 무렵, 현재 큰불이 시작됐다는 급박한 신고자의 말과 함께 화재출동벨이 울리며 가깝지 않은 관할지역의 주택화재로 지령 방송이 퍼졌고, 인명피해만은 없기를 바라며 현장으로 출동하였다.

  가깝지 않은 현장이라 선임 운전원이 현장을 향하여 열심히 출동길을 운전하면서 나는 화재 진압장비를 빠르게 착용한 후 급박한 무전을 들으며 앞을 봤을 때 심야에 부슬비가 내리는 상황에도 빨간 화염과 검은 연기가 세게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긴장됨과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마을길을 통하여 주택에 도착하니 안절부절못하는 신고자 일행이 눈에 띄었고, 그 뒤로 붉은 화염이 주택 모두를 삼키고 있었다. 다행히 주택 내부 인명 대피하였다는 무전에, 일단 나지막이 안심하며 곧바로 팀원들과 같이 소방호스 전개하여 주택 옆 창고, 야산에 화재가 옮겨붙는 것을 방지키 위해 주변부터 진화작업을 하였다. 하지만 주택 주변부가 언덕진 경사면이어서 진화작업 자세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속히 주택 내·외부 진화작업 및 LPG 가스통을 안전 제거하여 큰불은 잡아내었다. 이윽고 잔불 진압을 위해 내부 수색을 들어가 보니 대부분 연소되버린 상태였다.

  그 현장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한 삶의 터전이 모두 타버렸다는 것에 순간 나는 마음이 복잡해졌으나, 빠르게 완전 진압을 해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더욱 힘을 내어 진화작업에 임하였다. 잔불 정리를 하던 도중 공기용기의 잔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음이 울렸고, 나는 팀원분께 말씀드린 후 현장을 빠져나와 공기용기를 교체할 때, 주택에 거주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다가오셨다. 수고한다면서, 고맙다면서... 새벽1시를 지날 때였다.

  부슬비가 내리던 그때만큼은 큰 보람이자 수고로운 나에게 힘이 되는 한마디였다. 그 말씀에 힘입어 현장에 다시 들어갔고 이윽고 완전히 진압할 수 있게 되었다. 부슬비가 내림에도 진화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 것을 보면 만만치 않았던 화재였다. 신고자 분이 “덕분에 창고에 불이 옮겨붙지 않아 피해가 줄었다”며 감사를 표하셨다. 이번 계기로 소방관이란 직업이 비록 힘들고 위험하며 희생하는 직업이지만 한편으로 귀중한 생명과 재산 보전에 이바지할 수 있기에 나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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