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조대 소방사 이응로 (사진제공=연천소방서)
119구조대 소방사 이응로 (사진제공=연천소방서)

【수도권/ndnnews】 안홍필 취재국장= 안전! 저는 현재 연천소방서 119구조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소방사 이응로입니다. 저는 22년 1월에 임용되어 어느덧 벌써 1년이 지나 2년차의 소방공무원이 되었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화재, 교통사고, 산악, 수난 수색활동 등 다양한 구조현장의 어려움을 처한 사람들을 보며 때로는 인명사고 없이 안전하게 필요한 도움을 드렸다는 것에 대한 보람을 느꼈던 적도 있었고, 또 때로는 이와 반대로 더 잘 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을 느꼈던 현장도 많이 있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그 중 눈이 많이 온 어느 겨울의 오후였습니다. “구조출동, 구조출동” 관할지역 내 고대산을 등산하던 20대 여성 1명이 실족하여 산 중턱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의 산악구조 출동이었습니다. 여느 출동때와 같이 구조공작차에 몸을 싣고 현장으로 이동하던 중에 신고자와 통화하여 정확한 위치를 확인 할 수 있었고, 몸 상태도 발목의 염좌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생명에 지장은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다른곳에 있었습니다. 출동시간이 겨울 오후 3시경이었다는 점.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등산로 입구까지의 이동시간과, 각 종 장비(들 것, 아이젠, 방한대책 도구 등)을 챙겨 신고자의 위치까지 도보로 등산하며 구조해 오는 시간을 고려했을때는 해 떨어지기 전 평소보다 더욱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빨리 움직여야 겠다는 마음의 조급함 때문일까, 등산로 중간중간에 얼어있는 계단과, 돌 들을 밟아 미끄러지고 넘어지길 반복하며 약 40분을 등산해서 구조대상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구조대상자는 약간의 저체온증과 발목의 통증이 있어 필요한 응급처치 후 산악용 들것에 바로 고정시켜 하산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절반정도 하산을 하던 중 구조대상자가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겨울에 혼자서 등산을 해본적도 처음인데 다치기까지 하면서 꽤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무서웠던 마음이 저희를 만나 어느정도 안정이 되어서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에서 성인을 들것으로 팀원들과 각 모서리 부분을 들고 내려오기란 여간 쉬운 것이 아니었지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이 보람되어 힘든것도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약 1시간 정도 흘렀을까, 저를 포함한 모든 팀원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혔고, 그 땀이 시간이 더 지나자 비오듯 흘러내려 들것에 실려있는 구조대상자의 눈물과 만나 눈물인지, 땀인지 모르게 내려왔던 한 겨울의 춥지만,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고 보람있었던 날이었습니다.

아직까지 구조대원으로서 많지 않은 경험과, 부족한 것들이 많지만, 누군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보람됐고 이 기억을 가슴깊히 새겨,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저의 도움이, 땀이 어렵고 힘든 누군가에게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도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과 다짐을 하며 한 해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올 겨울 모두 따뜻하고 안전한 한 해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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