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에 등단하여 50년 남짓 동안 꾸준한 활동을 보인 오세영의 스물세 번째 시집 '가을 빗소리'가 출간되었다. 오세영 시인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교수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한 시단의 원로로, 화려한 수사나 자극적인 표현을 배제한 담담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된 철학적 시 세계를 고집해 왔다. 이번 시집 가을 빗소리에서도 별다른 수사 없이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시어만으로 사물과 세계에 대한 깊은 사유와 인식을 드러낸다.
이번 시집에 수록된 '꽃밭2'에서 시인은 꽃밭을 ‘뜨거운 열기로 자신을 쇳물로 만드는 고로(高爐)로 인식’하여, 꽃밭을 통해 단순한 ‘쇳물이 아닌 주물’이 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사막극(四幕劇)」에서는 나무의 뿌리는 하늘에 닿아 있는 것이라 하며 ‘바람과 노을을 모아 꽃이라는 화약을 터트리는 존재’로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가을 빗소리처럼 담담하고 간결한 표현만으로 세계에 대한 인식을 흔드는 작품들이 여럿 수록되어 있다.
해설을 맡은 신형철 평론가는 이번 시집을 아우르는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해 ‘인식적 가치 중에서도 특히 철학적 인식으로 분류될 것들에 몰두해왔다는 것이 시인 오세영의 특징’ 이라고 말하면서도 ‘요컨대 인식적 가치와 구별되는 감정적 가치의 위력, 그것 역시 이번 시집의 포인트임을 놓쳐서는 안된다’ 라며 이번 시집에서 보이는 내면의 감성 또한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편, 시인 오세영은 1965~68년 '현대문학' 추천을 통해 시 등단. '바람의 그림자' , '밤하늘의 바둑판' 등 20여 권의 시집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