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거품 수입차 논란의 공정위 조사

수입차 가격 담합과 우월적 지위 남용 ?

2012-02-21     윤명기자

우월적 지위 남용과 부품값 담합 등 고강도 조사…수입차 업계 초긴장

가격폭리의 고질적 병폐... EU와 한국의 FTA로 수입관세 인하 효과 의문투성

공정위가 이달 초 베엠베(BMW) 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아우디-폴크스바겐 코리아, 한국토요타 등 국내 점유율 상위권에 속하는 수입차 업체들에게 조사 계획을 밝힌 공문을 발송한 것이 19일 확인됐다. 공문에는 신차 가격과 가격 결정 과정, 국내외 차량·부품 가격차이, 유통구조 전반에 대해 답변을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20일까지 서면 조사를 마친 뒤 현장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수입차 시장이 프리미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데는 국내 고객들의 과소비 풍조와 맞물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대성 수입차협회 전무는 “한국인의 높은 소비성향과 성공지향적인 사회적 심리가 수입차 시장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가처분 소득이 높은 20~30대 젊은층의 과시욕이 고가 수입차 구매로 이어지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수십만~수백만원짜리 수입산 아웃도어가 ‘국민 패션’이 되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맥락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입차업계에 대한 불공정행위 조사는 때늦은 감이 있다. 그동안 판매가 책정부터 부품 가격, 유통 구조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에도 가격 인하 폭이 미미했다. 부품 가격과 수리비도 지나치게 비싸 자동차보험료를 올리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

19일 업계와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MBK), BMW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한국도요타 등에 조사계획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업체들은 즉각 로펌 섭외에 들어가는 등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담합 여부도 조사..........전체 수입차로 확산 가능성

수입차업계에서 가격 담합과 우월적 지위 남용은 가격폭리 못잖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왔다.

수입차 국내법인들이 딜러사들의 가격할인을 제한해 자유로운 가격경쟁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벤츠 수입사인 MBK는 올해 1월부터 편의장치 추가 등의 이유로 일부 모델 판매가격을 평균 0.5% 올렸다. BMW코리아도 작년 12월 출시한 신형 528i 모델 가격을 기존 모델(6790만 원)보다 약 0.7% 오른 6840만원에 책정했다.

비싼 수리비도 문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저속충돌시험에서 수입차의 평균 수리비는 1456만원으로, 국산차(275만원)에 비해 5배 이상 비싸다. 내역별로 보면 수입차 수리시 부품값은 국산차에 비해 6.3배, 공임은 5.3배, 도장료는 3.4배 높았다. 미션오일만 봐도 국산차의 교체비용이 30만~50만원인데 반해 수입차는 150만원이 넘는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외제차 수리비가 국산차량에 비해 5.4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급 수입차 브랜드를 상대로 조사에 들어간 것은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한 것에 비해 각종 가격 거품 및 유통구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가격인하 효과를 가져 오는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됐음에도 일부 수입차업체는 차량 가격을 되레 올리는 등 배짱 영업을 해왔다. 수입차업체 간 가격 담합이나 각종 비리 등 해묵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공정위가 유심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그러나 이번 조사배경으로 각종 보도에 확인되지 않은 설이 난무하는 점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사임한 모 업체 대표가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까지 거론되면서 수입차업계가 마치 비리집단인 것처럼 매도되는 것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EU FTA 대상은 수입차 뿐 아니라 유럽산 가전제품, 와인, 명품 브랜드 등이고 이번 조사 역시 해당 제품 모두를 포함하는데도 유독 자동차만 부각시키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일단 20일까지 수입차 업체들을 서면조사한 뒤 곧바로 관계사와 딜러점을 상대로 현장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면조사 내용에는 신차 가격 현황과 가격 결정 과정, 유통 구조 등과 함께 해외와 국내 간 판매가격 차이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또 고객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서비스 현황과 부품 가격의 적정성을 비롯해 일부 수입법인의 지배구조 남용 행위, 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여부도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없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의 자료, 누락된 자료를 제출하면 면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강도높은 현장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