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찾사’ 500회, 대한민국을 웃긴 12년의 발자취”
[서울시티=김청월 기자] 2015년 6월 7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이 마침내 500회 방송을 맞이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대한민국 대중문화와 개그의 한 시대를 관통해온 상징적 기록이다. ‘웃음’이라는 순수한 감정을 안방극장에 전달하며 국민들과 함께 호흡했던 <웃찾사>의 여정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비추는 문화사적 거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3년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웃찾사>는 기존의 콩트 위주의 개그 형식을 젊은 감각으로 재구성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출연 개그맨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짜고, 캐릭터를 창조하며, 매회 신선한 콘텐츠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창작 예능’의 대표주자로 평가받는다. ‘봉숭아 학당’이나 ‘유머 일번지’처럼 기성 개그 포맷에서 벗어나, 관객과의 실시간 호흡을 통해 시청자와 정서적으로 더욱 밀착된 웃음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빡이’, ‘조삼모사’, ‘대충대충’, ‘사모님’, ‘무친놈’, ‘용감한 녀석들’ 등 <웃찾사>를 통해 탄생한 수많은 유행어와 캐릭터들은 일상 언어로 번지며 국민적 열광을 자아냈다. 개그맨 정범균, 김기욱, 박휘순,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박나래 등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이들은 이후 예능, MC, 연기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한국 대중문화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500회를 맞은 <웃찾사>의 진정한 의의는 단순히 오랜 기간 방송된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대한민국 사회와 함께 호흡해왔다는 점에 있다. 정치 풍자, 직장생활의 애환, 젊은 세대의 고민 등 당대의 사회문제를 개그라는 틀 안에 담아내며, 단순한 ‘웃음’ 이상의 울림을 전달해온 것이다. 물론 어떤 코너는 논란을 낳기도 했고, 시청률 부진과 방송 시간 변경 등 위기도 있었지만, 그런 굴곡을 견디며 500회까지 왔다는 점은 프로그램의 뿌리 깊은 생명력을 증명한다.
더불어 <웃찾사>는 젊은 개그맨들의 실험무대이자 등용문이었다. 공중파 코미디의 정체 속에서도 ‘개그의 순수함’을 지키며, 신인 개그맨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스타일을 관객에게 시험해볼 수 있는 귀중한 플랫폼이 되어 주었다. 이는 <웃찾사>가 단순한 오락 프로그램이 아닌, 한국 코미디 산업을 지탱하는 기둥 역할을 해왔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500회가 갖는 상징성과는 별개로, 이후 한국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디지털 콘텐츠 시대의 도래, 유튜브와 숏폼 영상의 인기, 그리고 TV 시청 방식의 변화 속에서 <웃찾사>는 2017년 10월 종영을 맞이한다. 이는 하나의 프로그램의 종료를 넘어, 지상파 공개 코미디 시대의 사실상 종언을 뜻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500회 방송을 기점으로 우리는 되묻게 된다. '웃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 웃음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가? <웃찾사>가 지닌 유산은 단지 과거의 향수로만 남겨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창작 개그의 생명력, 관객과의 공감, 사회를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이라는 세 가지 유산을 후대에 남긴다. 비록 방송은 끝났지만, <웃찾사>가 남긴 수많은 웃음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지금도 웃음을 갈구하는 시대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도, 새로운 세대의 개그맨들은 <웃찾사>가 개척한 그 길 위에서 또 다른 500회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 웃음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희망을 노래했던 그 정신이야말로, <웃찾사> 500회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
2003년 3월 2일
SBS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 첫 방송 (일요일 밤 11시대)
2004년
‘대충대충’, ‘사모님’ 등 인기 코너 등장하며 시청률 상승
정범균, 김기욱, 박휘순 등 신예 개그맨 주목
2005년
‘조삼모사’, ‘용감한 녀석들’ 등 유행어와 캐릭터 다수 배출
장동민, 유세윤, 유상무 ‘옹달샘’으로 주목받음
2007년
방송 시간 변경 및 개편 반복, 시청률 하락세
2009년 5월 16일
<웃찾사> 종영 (첫 번째 종료)
2013년 4월 5일
<웃찾사-레전드 리턴즈>라는 이름으로 금요일 밤 재편성 후 부활
2015년 6월 7일
<웃찾사> 500회 방송 달성
2017년 10월 21일
<웃찾사> 최종 방송, 14년의 역사 속에 막을 내림
대한민국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사실상 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