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의 시대부터 현대까지: 예화랑, 포토 런던에서 한국 사진의 역사를 펼치다

2025-05-02     선정진 기자
임응식, 초연속의 성당, Vintage Gelatin Silver Print, 202×252mm, 1950. (출처=예화랑)

[서울시티 선정진 기자] 예화랑이 영국의 국제적인 예술 사진 페어인 포토 런던(PHOTO LONDON)에 참가한다. 전세계 117개의 갤러리에서 참가하는 페어에 유일한 한국 갤러리로서, 한국 사진계의 대부이자 리얼리즘 사진의 선구자인 임응식(1912-2001)과 현대의 산업 개발로 인해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을 감성적으로 포착하는 김우영(1960~)의 사진을 선보인다. 임응식은 1950-60년대 전후 급변하는 한국의 모습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작가 생전에 프린트한 빈티지 사진 작품 26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김우영은 도시의 오랜 역사의 흔적이 느껴지는 건축물을 포착한 4점과 영국의 Voltic Arts와 협업하여 VR로 구현한 온라인 전시관의 작품 20점을 통해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그려나갈 미래의 모습을 조망하고자 한다. 

김우영, CG 1645, Archival Pigment Print, 111×148cm, 2023. (출처=예화랑)

런던 중심부의 랜드마크이자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건축물인 서머셋 하우스에서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포토런던은 올해 10회를 맞아 전세계의 사진 컬렉터들과 유럽의 유서 깊은 사진 갤러리들이 대거 참여하며 강연, 수상, 북 사인회 등의 다양한 행사가 함께하는 사진 페스티벌이 될 예정이다. 포토 런던이 열리는 기간 동안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Victoria & Albert Museum)에서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국제환경사진상인 프릭스 픽테(Prix Pictet) 수상자의 전시가, 영국 최초의 사진갤러리인 더 포토그라퍼스 갤러리(The Photographers' Gallery)에서는 현재 활동하는 영향력있는 작가에게 수상하는 도이치 뵈르세 사진상(Deutsche Börse Photography prize) 수상자의 전시가 열릴 예정이며, 테이트 모던에서는 독립 사진 예술 출판사들이 모인 트렌디한 북페어인 오프프린트(Offprint London)도 열릴 예정으로, 전세계 사진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 

페어가 열리는 장소인 서머셋 하우스는 런던 중심부 스트랜드 남쪽의 템즈 강이 내려다보이는 장소에 위치한 아름다운 신고전주의양식의 영국의 가장 위대한 건축물 중 하나이자, ‘죽기전에 꼭 봐야할 세계 건축 1001’에 나오는 유명한 장소이다. 원래 에드워드6세때 서머셋 공작의 거처로, 과거 수백년간은 영국 왕실과 귀족을 위한 건물이었으나, 현재는 아트,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예술문화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과거 서머셋 하우스 내에는 왕립 미술원인 로열 아카데미가 있었으며, 현재는 세계 최고의 미술사 연구대학인 코톨드 미술학교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서머셋 하우스 내의 코톨드 갤러리는 유럽 최고의 인상주의 컬렉션을 자랑하여 고흐, 고갱, 르누아르, 모네의 유명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올해 서머셋 하우스의 25주년을 맞이하여 포토 런던 10주년 행사와 함께 사진의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는 수준높은 사진작품과 이벤트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빛날 예정이다. 

김우영, SS 6933, Archival Pigment Print, 148×111cm, 2020. (출처=예화랑)

사진가 임응식(1912-2001)은 1950년 한국전쟁때 종군사진기자로 전장을 누비며 사진의 기록성과 사실성을 담은 리얼리즘 사진에 눈을 떴고, 이후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현실 속 인간의 삶을 꾸밈없이 표현하는 '생활주의 리얼리즘'사진운동을 펼쳤다. 이는 1950년대 이후 한국 사진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았으며, 한국에서 사진을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사진에는 1950-60년대 한국의 급변하는 모습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사진가 김우영(1960~)은 대학 때 도시계획을 전공했고, 이는 그가 도시개발구역들에 관심을 갖고, 개발로 인해 변화하는 도시의 모습을 포착하는 등의 영향을 끼쳤다. 그의 사진에는 대한민국 서울 도시개발의 과거, 현재,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미래의 풍경이 담겨있다. 그는 시간의 흔적이 쌓인 도시의 구조물들을 포착하여, 현대인들에게 도시개발이란 무엇인지, 그 안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