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 아래 묻혀 있던 그것은" 지갤러리, 《Narratives Underneath: Shifting Landscapes and Memory》 개최

2025-03-20     선정진 기자
Narratives Underneath: Shifting Landscapes and Memory, Installation view. (출처=G Gallery)

[서울시티 선정진 기자] 지갤러리는 오는 3월 12일부터 4월 12일까지 인도네시아의 현대미술가 마리안토(Maryanto, b.1977)의 개인전 《Narratives Underneath: Shifting Landscapes and Memory》을 개최한다. 마리안토는 검은 바탕에 날카로운 획으로 그려진 풍경화로 사회·정치적 구조 안에서 자행된 자연에 대한 폭력의 역사를 써 내려간다. 그는 작품에 아름다운 풍광을 담는 것이 아닌 역사적 사실과 설화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혹한 현실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잊힌 장소에 대한 흔적을 우화적이며 극적으로 투영한다.

마리안토는 전통 풍경화의 낭만적 언어를 거부하며, 한때 목가적이었던 공간의 현재, 디스토피아를 낳은 착취된 풍경, 파괴적 자본주의의 냉혹한 진실을 특유의 스크래치 기법으로 표현한다. 캔버스 전체를 검정 아크릴로 덮고 표면을 긁어내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검게 덮인 대지가 마치 초원을 이루는 가느다란 풀잎 같은 빽빽한 날카로운 선들로 파헤쳐진다. 그 표면 아래 묻혀 있던 풍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때, 개발과 훼손 속 지워진 풍경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고 우리는 사라졌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은 진실과 오랜 시간 무관심으로 배척당해온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된다. 착취와 파괴로 인해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자연, 우리 모두가 겪었지만 보이지 않기에 사실이 아니라 치부하고 외면했던 상처와 검게 덮인 문제들은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비로소 검댕에서 숲, 나무, 풀잎의 모습으로 드러나며 새벽녘의 어둠이 걷히는 순간처럼 되살아난다.

Maryanto, Anthropogenic, 2019, Sgraffito and acrylic on canvas, 200×300cm. (출처=G Gallery)

마리안토는 자연을 단순한 배경으로 여기며 파괴의 장면들을 경제적 성장의 결과로 정당화해 온 사고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을 작품에 담아내며, 현대 사회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한다. 그는 환경파괴와 그로 인한 사회적 불균형에 대한 경고를 보내고, 동시에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지우고 얼마나 많은 기억을 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함으로써 개인과 공동체가 직면한 현실과 변화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깊은 사고를 유도한다.

Maryanto, The Shadow behind Roots (Karimun Jawa Islands), 2025, Sgraffito and acrylic on canvas, 80×100cm. (출처=G Gallery)

작가 소개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마리안토(b.1977)는 풍경을 묘사하며 사회정치적 구조를 해부하는 강렬한 흑백 회화와 기념비적 설치작업을 한다. 그의 작업은 기술 발전, 산업화, 오염, 자원 착취가 자연 세계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며, 주로 그의 고향에서 목격한 냉혹한 현실을 반영한다. 설화적이고 연극적인 장치를 통해 마리안토의 풍경은 물리적, 문화적 환경 침해에 대한 긴급한 문제들을 제시한다.

작가 마리안토(Maryanto). (출처=G Gallery)

마리안토는 2nd Industrial Biennale (2018); Koganei Art Spot Chateau (2018); Setouchi Triennale (2016); Jakarta and Jogja Biennales (2015)에 참여했다. 주요 개인전 및 단체전으로는 Tabula Rasa Gallery (2023); 16Albermarle (2023); MAIIAM Contemporary Art Museum (2021); Jogja National Museum (2020); Yeo Workshop (2019, 2017, 2015); Samstag Museum of Art; 아시아문화전당; Bozar Centre for Fine Arts (2017); Singapore Art Museum (2015); Stedelijk Museum Bureau Amsterdam; Rijksakademie van Beeldende Kunsten; ArtAffairs; Heden (2013) 등이 있으며, 그의 작품은 Kadist Foundation, Tropen Museum, Netherlands, Macan Museum, Indonesia 등의 공공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