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는, 《소리 없이 흔들리며 가늘게 전율하는 너는,》

아트사이드 갤러리, 3월 20일부터 4월 19일까지 전속 작가 단체전 《소리 없이 흔들리며 가늘게 전율하는 너는,》 개최

2025-03-17     선정진 기자
김시안, 정물 360, 2025, acrylic on canvas, 130x194cm. (제공=아트사이드 갤러리)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3월 20일부터 4월 19일까지 전속 작가 단체전 《소리 없이 흔들리며 가늘게 전율하는 너는,》을 진행한다. 묵묵히 한 자리를 지키며 우리의 곁을 함께 해 온 나무를 온전히 감각하고, 그 안에 담긴 감정과 기억을 되새기는 과정은 이번 기획전에 참여하는 아트사이드 갤러리의 일곱 명의 전속 작가들의 작업과 닮아 있다. 이들에게 나무의 존재는 단순히 자연의 일부를 넘어, 삶의 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들이 어떻게 나무에 담긴 시간과 경험을 발견하고, 나무가 우리를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이끄는 감각을 작품으로 풀어냈는지 살펴본다.

시간을 품어낸 나무가 일깨우는 감각적 묘사

모든 종류의 나무는 존재만으로 예상치 못했던 감각적 연상을 일으킨다. 마치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가 ‘소리 없이 흔들리면서 가늘게 전율하는 너는, 내게 정겹도록 순수한 첫 사랑처럼 보이려 하느냐’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말이다. 전시 제목은 그의 시 「자작 나무」에서 발췌한 구절로, 자작 나무의 가느다란 떨림이 첫 사랑의 기억으로 인도하는 순간을 묘사한다.

헤세가 나무를 통해 경험을 감각해 낸 것처럼, 강준석(b.1984)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빠르게 적응하며 생존하는 나무에게서 생명력과 함께 주변을 품어준다는 점에서 포용력을 감지한다. 작가는 흘러가는 자연의 시간을 생각하며 경험한 경이로운 나무들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김시안(b.1992)은 어린 시절 사랑하는 사람이나 반려동물을 나무 아래 묻으며, 나무가 그들의 힘을 전달해주기를 바랐다. 이번 전시에서 나무는 애도의 꽃과 같은 이미지로 등장하고, 다른 생명에게 터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최수인(b.1987)은 나무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나무를 주체적으로 바라본다. 나무들 간의 긴장감과 생존을 위한 기민한 감각을 강조하며, 두 그루의 나무가 같은 위치에 서 있거나 서로 다른 존재로서의 자리와 힘을 느끼는 모습을 통해 나무의 감정을 묘사한다.

강준석, A certain day of mine, waiting for spring, 2025, acrylic on canvas, 160X130cm. (제공=아트사이드 갤러리)
최수인, pink shadow, 2025, oil on canvas, 130.3x60.3cm. (제공=아트사이드 갤러리)

이어 조은(b.1986)은 도심 속 플라타너스 나무에서 자연의 리듬을 감지한다. 변화하는 나무의 모습은 작가에게 일상에서 무뎌진 감각을 일깨워주는 자극제가 되었고, 자연의 모습을 묵직한 먹을 통해 현실 세계와 이상향을 통합하는 작업으로 표현한다.

故 원석연(b.1922-2003)은 연필을 사용해 자연의 형태에 시대의 삶을 담아냈다. 그의 작품에서 나뭇가지와 초가집 곁의 나무들은 고독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최진욱(b.1956)은 ‘감성적 리얼리즘’을 통해 현실을 기록하며, 이번 전시에서는 화실을 단순히 그림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화가의 삶의 현장으로서 새롭게 해석했다. 오병욱(b.1959)은 "물살이 급해도 달은 떠내려 가지 않는다"는 옛 성어를 바탕으로, 물의 끊임없는 변화를 그리며 나무와 물의 상징을 결합한 작품을 선보인다. 변화하는 물과 고정된 나무는 서로 교차하는 순간을 통해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조은, 흐를 숲, 2024, 한지에 수묵채색, 115 x 65 cm. (제공=아트사이드 갤러리)
원석연, 나무, 1982, pencil on paper, 18.5 x 45.5 cm. (제공=아트사이드 갤러리)

나무로 되새겨보는 당연했던 일상

이처럼 나무는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존재이지만, 주의 깊게 감각한다면 우리에게 단순히 자연의 일부를 넘어 놓치기 쉬웠던 경험과 기억을 일깨워주는 매개체가 된다. 나무는 시간과 계절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삶에 녹아 들어온 만큼,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되새기는 것을 가능케 한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 ‘나무’라는 존재가 어떻게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고, 추억이 깃든 경험으로 안내해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를 통해 관람자들은 나무를 새롭게 경험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최진욱, 467. 식물 Plant, 2024, oil on canvas, 130.3x193.9cm. (제공=아트사이드 갤러리)
오병욱, To My Little Blue Island 2502193, 2025, acrylic on canvas, 200 x 100 cm. (제공=아트사이드 갤러리)

작가 소개

故원석연(1922-2003)은 황해도 신천에서 태어나 1936년 일본 가와바타화학교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했다. 1943년 졸업 후 귀국하였으며 1945년 미술 미공보원(USIS)에서 첫 개인전을 가졌다. 1946년에는 서울 미공보원 미술과에 근무하면서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렸으며, 1963년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의 초상화를 그려 미국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1950년대에는 인물, 정물 시리즈에 몰두했으며, 개미를 주요 소재로 다루어 불안하고 비극적인 전시 상황 송에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1960년에는 ‘원석연 미술연구소’를 개설해 후진 양성을 시작했고, 1980-90년대 사이에 유럽을 여행하며 이국적인 풍경 작품을 선보였다. 2001년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팔순 회고전을 개최하고, 2003년 작고했다. 국내를 비롯해 미국 등지에서 2001년까지 총 38회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최진욱(b.1956)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과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창신동의 달》(2024, 아트사이드 갤러리), 《학교를 떠나며》(2022, 아트사이드 갤러리), 《석양의 헌법재판소》(2020, 인디프레스), 《아파트 뒤편》(2018, 인디프레스)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소리없이 흔들리면서 가늘게 전율하는 너는,》(2025, 아트사이드 갤러리), 《차이의 미학》(2024,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주름은 어디로 지나가는가》(2023, 아르코미술관), 《히스테리아:동시대 리얼리즘 회화》(2023, 일민미술관), 아마도 예술공간(2022) 등에서 단체전을 열었다. 1994년부터 2021년까지 추계예술대학교 미술학부에서 서양화를 가르쳤다. 

오병욱(b.1959)은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술이론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BLUE HOUR》(2022, 아트사이드 갤러리)를 포함해 일우스페이스(2016), 더 화이트갤러리(2007)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소리없이 흔들리면서 가늘게 전율하는 너는,》(2025, 아트사이드 갤러리), 《한국의 바다와 섬》(2019, 주 이탈리아 문화원), 《앙가쥬망 60주년 전》(2021, 한벽원 미술관), 《자연: 동해와 독도》(2020,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을 열었다. 소장처로 국립현대미술관, 제주도립미술관, 주일한국대사관, 스웨덴주재한국대사관 등이 있다. 

강준석(b.1984)은 신라대학교에서 회화과를 졸업했다. 《MELANGE》(2024, 아트사이드 갤러리)를 포함해 LKIF(2022,2023), 홍콩의 Ascend Gallery 등에서 개인전을 진행했으며, 《소리없이 흔들리면서 가늘게 전율하는 너는,》(2025, 아트사이드 갤러리), 《Satellite Village》(2021, Ascend Gallery), 《Records of Strolling》(2021, 미광 갤러리), 《Holidays for me》(2021, 아트사이드 갤러리) 등에서 단체전을 열었다. 

조은(b.1986)은 전남대학교 미술학과에서 한국화를, 홍익대학교 동양화 석사를 졸업했다. 주요 전시로 《소리없이 흔들리면서 가늘게 전율하는 너는,》(2025, 아트사이드 갤러리), 《木木木 : 흐를 숲》(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24), 《Beads in the Green》(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2022)이 있고, 주요 소장처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있다.

최수인(b.1987)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 전공 학사, 석사를 졸업했다. 《노란 빛의 사각형》(2025, 갤러리2), 《너의 빌런》(2021, 아트사이드 갤러리), 《Fake Mook》(2020, 아트사이드 갤러리)를 포함해 갤러리 조선(2019), 금호미술관(2016) 등에서 개인전을 진행했으며, 《소리없이 흔들리면서 가늘게 전율하는 너는,》(2025, 아트사이드 갤러리), 《지금의 화면》(2024, 금호미술관), 《Greetings: Peace, Joy, and Love to 2020》(2020, 원앤제이 갤러리) 등의 단체전을 열었다. 금호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김시안(b.1992)은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칭화대 미술학원에서 판화과 학사를, 중앙미술대학교 판화과에서 석사를 졸업했다. 《TIME SLEEP》(2024, 아트사이드 갤러리), 《CLOSED MARKET》(2023, GALERIEOVO, 타이페이)를 포함해 Gallery in HQ(2023)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소리없이 흔들리면서 가늘게 전율하는 너는,》(2025, 아트사이드 갤러리), 《PHANTOM ROOM》(2024, NEW CHILD Gallery, 안트베르펀), 《POLYREALITY》《POLYREALITY》(2023, HIVE ART CENTER, 베이징), 등에서 단체전을 열었다. 2024년 키아프 하이라이트 TOP 10에 선정되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