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생명의 지속가능성을 탐구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언두 플래닛》
비인간(Non-human), 대지 미술(Land Art), 커뮤니티(Community)라는 주제로 양혜규, 홍영인, 임동식, 로버트 스미스슨, 낸시 홀트 등 국내외17명/팀 참여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문제 재고찰
아트선재센터는 2024년 12월 3일부터 2025년 1월 26일까지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문제를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재고찰하는 그룹전 《언두 플래닛》을 개최한다. '언두(Undo)’는 '원상태로 하다'로 정의되지만, '열다', '풀다'의 의미도 보유하고 있듯이 본 전시는 예술을 매개로 지구라는 행성의 기억과 앞으로 우리의 실천으로 미래의 공동체가 기억하게 될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새롭게 도래할 생태계의 가능성에 대해 상상해보고자 한다.
《언두 플래닛》은 2023년부터 강원도 철원군에서 진행한 장소특정적 연구에서 시작했다. 양혜규, 댄 리, 타렉 아투이, 홍영인 그리고 이끼바위쿠르르는 각각 서울대학교 기후연구실, 철원석담짚풀전수회, 철원 소재 어린이 합창단 ‘평화를 부르는 아이들’, DMZ두루미평화타운 그리고 양지리마을공동체와의 협업을 통해 리서치 및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결과 2023년부터 현장연구를 진행한 작가 5인/팀을 포함하여 총 17명/팀의 작가가 ‘비인간(Non-human)’, ‘대지 미술(Land Art)’ 그리고 ‘커뮤니티(Community)’ 3개의 주제로 분류되어 소개된다.
‘비인간’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지구상에 서식하는 동식물과 같이 인간이 아니지만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다룬 작업들을 소개한다. 양혜규는 ‘봉희’라는 꿀벌을 주인공으로 분단과 냉전, 긴장과 충돌로 점철된 인간 세계를 돌아보는 새로운 영상작업 〈황색 춤〉(2024)와 이질적인 재료와 외관을 가진 두 종류의 양봉용 기성품 벌통에서 출발한 신작 조각 두 점을 선보인다. 홍영인은 겨울에 철원으로 날아오는 두루미를 탐조한 뒤, 두루미 가족을 위한 신발을 왕골로 제작했다. 시몽 부드뱅은 유럽 도시 곳곳에 출몰한 붉은여우에 대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은 영상을, 이끼바위쿠르르는 풀피리 연주를 담은 영상과 그라피티 작업을 통해 랩소디를 통해 동식물과 같은 비인간을 조명한다. 나나 엘빈 핸슨은 군사의 수단으로 땅을 지도화하고 분류하는 인공위성 이미지에서 출발해 이미지 제작 기술을 위한 광물 채굴과 관련된 논의를 끌어내는 한편, 실라스 이노우에는 미생물이 번식하는 소형 생태계를 조성한 작품을 공개한다.
나아가 1970–80년대 생태와 환경에 대한 미학적, 과학적, 참여적 도전을 수행했던 작가들의 활동을 작품과 자료를 통해 살펴본다. 먼저 ‘대지 미술’을 선구하는 로버트 스미스슨과 낸시 홀트의 작업을 영상 기록으로 되짚어본다. 로버트 스미스슨의 〈나선형 방파제 (필름)〉(1970)과 낸시 홀트의 〈태양 터널 (필름)〉(1978)이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되며, 한국 자연미술의 토대를 개척한 임동식의 회화와 퍼포먼스 기록 사진, 드로잉 등의 아카이브 자료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자연에 개입을 시도한 과정을 기록한 시마부쿠의 사진 작업과 2024년 1월 일본 노토 반도에 발생한 지진으로 해저지형이 야기한 새들의 생태 변화를 은유하는 퍼포먼스 기록 영상으로 담은 사이드 코어의 작업이 소개된다. 오랜 기간 향을 재료로 다뤄온 데인 미첼은 향수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향유고래의 배설물인 용연향을 통해 스멜스케이프(smellscape, 냄새 풍경)를 형성한다. 그리고 도시 및 자연의 풍경을 버려진 천 위에 담는 하셀 알 람키의 작업은 ‘대지 미술’의 담론을 계승 및 확장시키고 있음을 보여줄 예정이다.
또한 본 전시는 ‘커뮤니티’와 협업하며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들도 소개한다. 철원의 어린이들과 소리를 인식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 탐구한 타렉 아투이의 워크숍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지난 2월 아트선재센터에서 개인전을 가진 댄 리는 전시 내내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썩거나 새싹이 돋고, 모양과 색을 바꾸며 진화하고 변형되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구현했는데, 이 과정을 준비하며 제작한 드로잉을 이번 전시에서 소개한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로 구성된 콜렉티브 팡록 술랍은 태국 어촌 공동체와 함께 생태문화를 탐구하고 생활을 담은 판화를 통해 공동체 정신을 전달한다. 마지막으로 얀 보는 아버지의 손에서 탄생한 필사본 편지를 우편으로 발송하여 지속가능성에 대한 모색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이렇듯 《언두 플래닛》은 생태변화와 위기의 문제에 대한 성찰적 태도를 견지한 국내외 동시대 작가들을 통해 현재에 당도한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고 오늘날을 환기한다.
《언두 플래닛》은 그동안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해 온 여러 다른 전시 및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됐다. 아트선재센터는 2021년 결성된 ‘월드웨더네트워크’라는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의 위기에 관심 있는 예술기관 연합의 멤버로서 《문경원 & 전준호: 서울 웨더 스테이션》(2022)과 《월드웨더네트워크》(2022)를 선보였다. 또한 2012년부터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인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는 아트선재센터와 협력하여 DMZ를 둘러싼 다각적 연구와 예술적 실천을 진행해왔다. 《언두 플래닛》은 긴 시간의 고민을 하나의 전시로서 마무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는 전시이다. 아트선재센터는 앞으로도 기후 환경의 문제와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작가들과 함께 연구하고, 경험하고, 만들고, 제안하며, 이를 관객들과 공유하는 전시와 프로젝트로 실천해 가고자 한다.
본 전시는 2024년 12월 3일부터 2025년 1월 26일까지 진행된다.